[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드라마 '눈이부시게'와 영화 '기생충'까지, 배우 이정은이 물오른 연기력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모두 사로잡았다.
1970년 생으로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이정은은 대학생이었던 지난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했다.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건 1994년 외계소녀의 서울 유랑기를 그린 연극 '저 별이 위험하다'였다. 이정은은 한 인터뷰에서 "배우상은 아니라 학교 다닐 때는 거의 연극 연출만 했다. 선배에게 연출부로 세 작품을 하면 무대에 배우로 세워 달라고 딜을 했고, 그렇게 '저 별이 위험하다'에서 인신매매범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한다.
대학로에서 연기 잘하기로 소문났던 이정은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2013년 즈음이었다. 이정은은 2009년 '마더'로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전국노래자랑' 동수이모, '변호인' 옛집이모, '도희야' 동네여자, '카트' 계산원, '조선명탐정:사라진 높의 딸' 아줌마, '특종: 량첸살인기' 여인숙 주인' 등 다수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정은은 '전국노래자랑' 때 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했고, '변호인' 이후 방송가에서 연락을 받기 시작했다고 떠올린다.
신스틸러로 배우 '이정은'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5년 방영된 tvN '오 나의 귀신님'이었다. 당시 서빙고 보살 역으로 출연한 이정은은 욕 잘하는 보살로 박보영과 웃음 케미를 담당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는 로펌의 사무장으로, '질투의 화신'에서는 의사,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금촌댁, '쌈, 마이웨이' 금복 역 등에 분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tvN '미스터 션샤인'과 JTBC '눈이 부시게'는 이정은의 진가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애기씨 김태리 옆에서 따뜻한 사랑을 주며 '함블리'라는 애칭을 얻었고, 마지막 품 안에서 눈을 감는 함안댁의 마지막 장면은 안방극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눈이 부시게'에서는 치매 시어머니 김헤자를 향한 애틋한 감정으로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이 작품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여자조연상을 수상하며 첫 트로피를 품에 안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과의 작품 활동은 이정은을 더욱 빛나게 한다. 봉 감독은 이정은이 '마더'에서 화장터 안경 쓴 아정 친척으로 출연한 이후, '옥자'의 슈퍼돼지 옥자 목소리 역을 제안했다. 봉감독에 따르면 이정은은 대사라고는 옥자의 숨소리, 울음소리뿐인 연기를 완벽히 해냈고, 그 인연은 '기생충' 속 반전의 열쇠를 쥔 문광으로도 이어졌다. 화면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이정은의 얼굴은 '기생충'을 보는 관점 포인트 중 하나다.
이처럼 이정은은 차곡차곡 쌓아온 연기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그가 보여 줄 다음 이야기는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기생충'은 지난 15일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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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