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양희은이 진행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털어놓았다.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의 DJ 양희은이 진행 20주년을 맞아 골든마우스상을 수상했다.
양희은은 1999년 6월 7일 ‘여성시대’의 마이크를 잡았다. 7일 20주년을 맞으며 골든마우스상을 수상했다. 지난 20년간 진행하는 동안 방송된 편지는 약 5만 8천여통, 방송한 시간은 14,600시간, 김승현, 전유성, 송승환, 강석우, 그리고 2015년 7월 발탁된 서경석까지 5명의 DJ와 함께 했다.
양희은은 4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20년이란 세월을 맞을 줄 몰랐다. 20년을 목표로 시작했다면 절대 못 한다. 그저 1~2년 생각했다. 사연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마침 갱년기 때라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 지나오다 보니 20년이 됐다"고 말했다.
양희은은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지만 밖에서 볼 때는 '20년, 와' 하겠지만 내게는 그냥 하루하루가 쌓인 것일 뿐이다. '여성시대'는 이세상 어느 대학보다, 여성시'대'에서 학사 학위를 따고 또 따면서 공부하는 기분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는 "어떤 사연도 죽음만은 못하다. 살아있으면 뭐든 가능하지만 세상을 떠나면 엄연히 경계가 생긴다. 희재 엄마 편지를 기억 안 할 수 없다. 말기암 환자가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사흘에 걸쳐 썼다. 유방암 환자여서 너무 아프니까 팔을 쓸 수 없어 몇자 쓰고 쉬고 몇자 쓰고 쉬면서 편지를 보내줬다"며 회상했다.
이어 "애청자들의 뜨거운 마음이 합쳐져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어떤 분은 휴가를 내 희재 엄마를 병상에서 지켜보고 소정의 금액을 보내준 분들도 있다. 희재 엄마와 전화 연결해 힘겹게 목소리를 들었고 이후 떠났다. 그때 30주년 음반을 준비 중이었는데 희재 엄마에게, 이땅의 많은 소년소녀 가장에게 헌정하는 음반이 필요하겠다 싶어 음반을 만든 기억에 남는다. 희재와 희재 엄마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서경석은 "양희은 선생님 옆에서 배우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4년차 DJ다. 가장 많이 배우는 점 중 하나는 어마어마한 프로 정신이다. 시간 관념이 철저하다. 특히 식사 시간을 절대 미루거나 당기지 않는다. 정확하게 정한 시간에 정한 양을 먹어야 다음 일로의 진행이 가능하다. 그런 철저함이 원동력이 됐다. 자기가 정한 규칙을 어기지 않으려는 자세를 높이 산다. 양희은의 5번째 남자여서 영광이다. 50번째 남자여도 감사하면서 앉아있지 않을까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양희은은 '여성시대'가 31년 째 장수 프로그램으로 사랑받는 힘에 대해 "청취자의 진심어린 사연"을 언급했다. "'여성시대'는 사심이나 욕심을 갖고 글을 보내는 곳이 아니다. 가슴으로 쓰는 편지다. 하소연할 곳이 없어 그냥 쓰고 정리도 하고 털어놓으면서 보내주는 사연이다. MC로서의 기술은 별로 필요가 없다. 다만 전달을 정확히 하려고 애썼다. 사투리가 들어가면 사투리도 섞는다. TV에서 사투리를 쓰는 배우들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여성시대' MC는 전달만 잘하면 된다. 비결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 '여성시대'의 힘은 편지를 써서 보내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온다고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서경석은 "라디오가 더 다정한 것 같다. TV는 상당히 빠르고 세련됐다면 라디오는 따뜻하고 다정하다"고 했다.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 입니다’는 1975년 임국희의 여성 살롱‘ 이름으로 출발해 1988년 ’여성시대‘로 바뀌어 31년 째 사랑받고 있다.
강희구 PD는 "'여성시대'로 발령 나는 날 감히 제가요? 라고 했다. '여성시대'는 MBC 라디오 PD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이어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매우 영광된 자리다. 내가 벌써 할 수 있을까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막상 시작하니 20년 이상 함께 한 작가님, 서경석, 양희은 선배님의 나이차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스튜디오에 30분 일찍 와 인사하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떨 때는 양희은 선배님이 힘들어 보일 때 안아드리고 싶을 때도 있고 큰누나처럼 안기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관계가 벌써 생기는 것 같고 이게 프로그램의 매력 같다.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축복받았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20년 넘게 '여성시대'의 자리를 지킨 박금선 작가는 "처음에는 일로 시작했고 편지를 많이 읽으니 그때그때 배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청취자의 입장이 돼 청취자가 이런 마음이라는 걸 느낀 적 있었다. 둘째가 말도 늦고 다른 아이들보다 내성적이었다.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를 어린이집에 두고 오는데 그날따라 울고불고하는 상황이었다. 택시를 탔는데 '내가 이렇게 해야 하나' 하면서 울었다. 보통 때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그날은 택시를 탔다. 내가 광장동에서 여의도까지 오는 동안 계속 우니까 택시 아저씨가 '더 힘든 사람이 많다.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여성시대'의 볼륨을 키우더라. 그 순간에 막 울다가 웃음이 났다. 갑자기 행복이 밀려오면서 청취자들도 이런 마음이라는 걸 알았다. 다음부터 씩씩해질 수 있었다. 나도 위로받는 프로그램"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또 "예전처럼 손편지가 많지는 않지만 내밀한 이야기를 보내주는 분들이 많다. '방송되지 않아도 좋다, 읽어줘 감사하다'는 분들이 많다. 내용을 보고 주변 가족이 알면 그렇겠다 싶은 사연은 이름을 가리기도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여성시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라는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양희은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오는 편지도 많다. 안아주고 비밀을 지켜줄 것 같고 약한 사람을 대신해 뭐라고 해줄 것 같아 메시지가 많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일터의 재발견’, ‘열린 수요일, ’남성시대‘, ’장용의 단결필승충성’, ‘우리 아이 문제 없어요’, ‘마음과 음악사이’, ‘영화와 음악사이’, ‘일요일엔 편지를’ 코너로 이뤄졌다. 매년 봄 청취자의 사연을 공모받는 ‘신춘편지쇼’, 가을에 600~800명의 주부 청취자들과 여의도에 모여 버스를 타고 1박 2일간 나들이를 떠나는 ‘가을 주부나들이’,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를 선물하는 ‘사랑의 난방비’ 등을 진행한다.
표준FM 매일 오전 9시 5분에서 11시에 전파를 탄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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