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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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패인은 '집중력'!

기사입력 2006.02.02 10:33 / 기사수정 2006.02.02 10:33

손병하 기자
[홍콩 칼스버그컵] 한국, 덴마크에 패해 준우승에 그쳐

아시아 지역에서의 전지훈련을 마무리하는 홍콩 칼스버그컵 결승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덴마크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이기지 못하고 1-3으로 완패하며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전반 13분 백지훈의 코너킥을 절묘한 헤딩슛으로 연결 시킨 조재진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전반 43분 야콥센에게 동점골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후반 20분엔 베크에게 43분엔 실베 바우어에게 골을 허용하며 전지훈련에서 두 번째 패배를 허락해야 했다.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집중력'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기분 좋은 연승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던 전반과는 달리 지난 UAE 전을 방불케 하는 무기력한 후반을 치렀는데, 이는 덴마크와 확연하게 구별되었던 집중력의 차이에서였다. 90분 내내 끈질긴 집중력을 보여준 덴마크 선수들은 우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승리를 낚을 수 있었고, 우리 선수들은 후반 무기력증에 가까운 집중력 저하를 보이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이 축구에서도 '경기에서의 집중력'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축구에서 경기력을 좌우하는 3대 요소인 기술-체력-정신력 중, 정신력은 어떤 면에서는 기술과 체력보다도 우위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강팀과 약팀의 확연한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기적에 가까운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정신력, 그 중에서도 90분 내내 그라운드에서 절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집중력이다. 22명의 선수가 엉키면서 공을 뺏고 뺏기는 수 없는 반복 싸움에서 수적인 우위를 통해 경기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공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은 필수다. 집중력 저하는 곧바로 잦은 실수와 함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이는 곧 승-패에 곧바로 영향을 끼치는 경기력 저하로 나타난다.

경기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집중력 저하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후반 10분경부터 급격한 집중력 저하를 보여줬는데, 이렇게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덴마크의 경기 운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템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전반 우리의 공세에 맞불 작전을 놓으며 강한 미드필더 라인의 압박을 중심으로, 볼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하지만, 후반엔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수비적인 자세를 견지했고, 전반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당시 자주 보였던 허점과 공간이 보이지 않자 대표팀은 공격의 리듬을 잃어버린 것이다. 흔히 경기에서 얘기하는 페이스를 상대에게 빼앗긴 것이다.

대표팀은 촘촘하게 진을 펼친 덴마크의 수비를 공략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볼의 소유권을 불안정하게 하는 롱패스와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덴마크는 이러한 전술적인 운영의 변화로 거셌던 대표팀의 공격 의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상대의 경기 템포 조절에는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이 쉽게 페이스를 잃어버리곤 한다. 우리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백지훈과 김두현은 전반에 보여주었던 중원 장악에 실패했고, 김동진과 조원희도 경기 리듬을 잃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포백에서의 협력수비는 물론이고 효과적인 공격 가담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백지훈과 김두현의 미드필더진은 전반 뛰어난 압박과 볼 인터셉트로 경기의 주도권을 우리가 갖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했지만, 후반엔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비와 공격 어느 곳에도 효과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었다.

집중력 저하의 최대 적, 체력

두 번째는 최진철과 김남일 조재진 등이 보여주었듯이 체력적인 저하가 불러오는 집중력 저하이다.

전반 좌-우 윙백과의 협력 수비는 물론이고 중앙 수비수인 유경렬과도 효과적인 방어선을 구축했던 최진철은 후반 급격한 체력 부담을 느끼며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특히 후반 37분, 덴마크의 긴 전진패스를 서둘러 아웃이라고 판단하여 경쟁에 나서지 않았다가 뒤늦게 수비에 나서서 어쩔 수 없이 태클로 저지한 장면은 집중력 저하가 얼마나 위험한 실수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부분이다.

대표팀 복귀 후 처음으로 풀 타임을 소화한 김남일도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과 체력을 회복하지 못했는지, 후반 상대의 몸싸움에 힘없이 밀리면서 상대 중앙 공격수들을 차단하지 못하는 화를 불러왔다. 전반 움직임이 많았던 조재진도 후반 들어 체력적인 부담에 따른 집중력 저하를 보이며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한 체력적인 집중력 저하는 경기 중에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과거 히딩크 감독이 체력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와 맥락을 같이한다. 체력으로 인해 떨어진 집중력은 판단력 저하는 물론이고 축구에서 필수적인 몸싸움에서의 부족함과 패스 슈팅 태클 등, 경기 전반적인 모든 행동에서 마이너스로 나타나기 때문에 곧바로 경기 결과와 연결된다.

축구에선 전력의 균형이 팽팽한 팀들 간의 대결에서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하게 승부가 기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런 이유도 바로 체력적인 부담에 따른 경기 후반 집중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상승세는 한풀 꺾여 무거운 마음으로 미국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지만, 본선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기간인 이번 전지훈련에서 이러한 대표팀의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시아에서 표출된 문제점을 안고 미국으로 향하는 대표팀이 남은 전지훈련 기간에 얼만큼이나 성장해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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