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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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울산 이진호, 10년차 울산맨의 우승찬가

기사입력 2010.02.05 10:30 / 기사수정 2010.02.05 10:30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울산의 경기를 보며 울산의 꿈을 키워왔다. 경기장에서 울산의 선수를 응원하던 소년이 지금은 자신과 같은 다른 소년을 바라보며 골 세리머니를 뽐낸다. 축구화 끈을 묶고 운동장에 들어서면 그 자체로도 아직 설렌다는 올해 27살 청년의 목표는 식상하게도 '우승'이다. 

2월의 첫날, 흐린 날씨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유쾌했던 울산에서의 이진호의 인터뷰를 당신에게도 전한다.

지난해 울산의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 작년에는 감독님이 늦게 부임하신 편이라 그 전에 계시던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께서 신인이나 팀 구성에 필요한 모든 선수를 뽑았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수를 뽑는 것 또한 중요한 작업인데 그게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올해는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선수를 데리고 오고, 보고 뽑아서 팀을 꾸리고 있기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은 선수를 꾸리는 데 있어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그리고 어떤 팀이든 잘할 때가 있으면 못할 때도 있다. 솔직히 경기를 뛴 선수 입장에서는 작년에 못했다고 보진 않는데….

그 당시 주어진 선수로 끌어낼 수 있는 게 100이었다면 80 정도는 소화했다고 본다.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았던 점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에게 골을 많이 준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고. 팀에 대한 많은 얘기가 오가더라도 우리만 흔들리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팀 분위기는 괜찮았다.

이진호는 학성고 2학년 시절 울산 입단이 결정됐다. 18살 나이에 울산행이 확정된 후 올해 그의 나이가 28살이니까, 딱 10년이 됐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그의 울산 생활은 어땠을까?

올해로 울산 생활이 10년이라고

- 말이 10년이다. (웃음) 그래도 울산에 있다는 자체가 만족스럽다. 10년 동안 부상을 비롯해 시련이 많았다. 나는 울산이 명문 구단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클럽에는 좋은 선수가 있기 마련이고, 공격수는 더욱이 그랬다. 그래도 경쟁은 항상 즐거웠다. 좋은 선수 틈에서 경쟁하다 보면 내 실력도 올라갈 수 있으니까. 지금까지 버틴 것도 '경쟁에서 이겨야겠다'가 아니라 '아, 부딪히다 보면 나도 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 팀에 오래 있다 보니까 너무 익숙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은 가끔 들지만 선수로서 보여줬던 실력으로서의 만족보다는 울산이라는 팀의 선수라는 자체로 만족하고 있다. 

- 이적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나?

사실 울산만을 고집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데서 오란다고 날름 가버리거나 그럴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K-리그 관련 카툰인 샤다라빠의 웹툰을 자주 보는데 언젠가 선수 이적에 대한 웹툰을 보고 많이 공감했다. 혹시 알고 지내는 사이면 전해 달라. 잘 보고 있다고, 다만 날 그릴 때 좀 더 닮고 좀 더 잘생기게 그려줬으면 좋겠다. (웃음)

- 올해로 10년인데 데뷔전도 생각나나

아마 03년도에 당시 안양 LG와의 경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는 갔는데 내 주변으로 공이 휙휙 지나가고 경기가 끝나더라. 나 때문에 골도 먹을 뻔했다. 당시에 김정남 감독님이 날 불러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셨는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도 없더라. (웃음)

- 곧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전지훈련 길에 오르는데

일본으로 2주 정도 가는데, 시즌 직전에 가는 전지훈련이라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있는 그 2주 남짓 동안에 1년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 팀 선수가 총 40명 정도 되는데 가는 건 1군 위주로 20명 남짓만 가니까….

일단은 전지훈련에 참가할 수 있는 20명 안에 들어가야 하는 거고, 이단은 경기를 뛰어야 하는 거고, 삼단은 잘해야 되는 거고, 마지막 사단은 안 다쳐야 하는 거다. 사실, 제일 중요한 게 안 다치는 건데…. 작년에 일본에서 다쳐서 수술하고 6월에 복귀했다. 수술만 네 번쯤 한 것 같다. 원래 몸싸움을 즐기고 이런 선수들이 자잘한 부상은 없는데 한 번 다치면 크게 다치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렇다. 

스스로 지금에 만족하는가, 좀 더 큰 선수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 여러 가지 의미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더 좋은 리그에 갈 수 있었는데 못 간 이유 중 하나가 축구를 너무 즐겨서 같다. (즐겨서?) 아직도 운동하러 나갈 때가 되면 마음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선수들과 섞여서 공을 차고 몸을 부딪치고 하는 그 자체가 너무나도 즐겁다.

즐기는 마인드 때문에 경기장에서 세리머니가 화려하고 쇼맨십을 벌이기도 하는 것 같다. '이게 아니면 죽는다'라는 마인드가 없지는 않지만 절실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마인드를 절실하게 가졌다면 좀 더 큰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사실 피해의식도 있었다. 군대도 갔다오고 고생도 해보고 일본에서도 단 것 쓴 것 다 겪어보니까 불평보다는 받아들이게 되더라. 쇼맨십이 있다고는 해도 경기 딱 시작할 때는 운동장에서는 웃지 않는다. 골 넣어야 웃지.

그럼 혹시 가보고 싶은 리그가 있나?

- 세리에 A다. EPL, EPL 하기도 하는데 그보다 나한테는 세리에 A가 더 맞는 것 같더라. 거칠기도 하고 나도 거친 플레이를 즐기는 편이라 좋아한다. 축구는 단체 운동 아닌가, 이 사람 저 사람하고 부딪혀야 하는 거고, 너무 살랑살랑 거리면 재미없다.

그럼 닮고 싶은 선수도 있나?

- 즐라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웃길 수도 있겠지만, 미쳤지 싶다. 키가 그렇게 큰데 그런 스피드에 그런 기본기에 깜짝 놀랐다.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꿈도 소원도 많은 울산 청년 이진호도 축구화를 벗으면 평범한 28살이고 싶다.

왜 축구를 시작했나?

- 안 해 본 운동이 없다. 핸드볼도 해봤고, 기계 체조도 해봤고, 야구도 해봤다. 농구도 했었구나. 근데 그 손맛보다는 발 맛이 내겐 맞았다. 어릴 때 이사를 정말 자주 다녔다. 정착하려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축구를 시작했다. 보통 운동한다 그러면 부모님이 반대하신다고 그러는데 아버지께 "축구 할래"라고 그랬더니 "그래라"라고 하셨다. 싱거웠지 (웃음) 체격은 그렇게 크지 않았었다. 키는 좀 컸지만 왜소했었는데 중, 고등학교 이후에 확 커졌다. 아버지가 딱 내 2배시다. 아버지 체형을 닮은 것 같다.

근데 운동하는 동안 반대는 안 했었는데, 집이 어려웠다. 그때는 겨울이 남들보다 더 추웠던 것 같다. 불평이나 반찬투정은 안 하는 성격이라 다행이었는데, 어렸을 적엔 집이 좁아 친구를 데려갈 수 없었다. 그게 마음에 남았는지 지금은 우리 집이 무슨 합숙소 같다. (웃음)  안 했는데 안 한 이유가 집이 좁아 친구를 못 데려왔는데 지금은 집이 합숙소다.

선수 생활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 축구를 하면서 못해본 게 너무 많다. 놀이공원도 한 번도 못 가봤고,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가본 적도 없다. 외박 받아도 집에 봉사해야 하고(웃음) 집이 숙소에서 5분 거리다. 가끔 맛있는 것이 먹고 싶으면 집에 가서 먹고 오기도 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집에 가서 챙겨오기도 하고. 너무 편하다 보니까 자꾸 안주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

- 일단 은퇴는 울산에서 하고 싶은 게 사실인데, 난 자신을 자학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모든 환경이 너무 좋다 보니까 고생도 해보고 싶다. 소위 말하는 눈물 젖은 빵도 먹어보고. 어릴 때 브라질에 가서 운동을 했었는데 그때 포르투갈어를 배우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손짓 발짓해가면서 배웠던 단어를 그곳에 계시던 한국 분에게 다시 물어봐서 배우고 했었는데 그게 지금도 도움이 된다.

팀에 통역 일을 해주시는 분이 계시긴 하시지만 가끔 용병하고 대화를 직접 하기도 하고, 나중에 선수 생활을 그만두면 그런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너무 멀리 돌아온 것 같다 그럼 당장 선수 이진호의 올해의 목표는?

- 우승. (웃음) 너무 당연한가? 근데 그럴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집착일 수도 있는데 우승, 우승하는 이유가 우승을 하게 되면 모든 게 좋아진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연봉도 오르고, 팀의 사기도 오르고, 위상도 오르고. 쉬는 동안 잘 쉴 수도 있다. (잘 쉰다?) 겨울 내내 쫓기면서 운동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순위가 생각보다 나지 않으면 "아, 내년엔 잘해야 하는데"란 생각이 들다 보니까 운동하면서도 계속 '잘해야 해, 잘해야 해' 근데, 우승을 하게 되면 '이대로 유지하면 돼'라는 생각을 하니까 자신감이 생긴다.

사실, 개인적인 목표를 거창하게 잡기가 쉽지 않다. 매년 목표를 세우면 오히려 잘 안됐다. 식상한 말이긴 한데 어쨌든 큰 목표는 우승이니까, 그 우승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게 좋다. 혼자 튄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욕심은 많지는 않다. 주거니 받거니 해서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만 한다면 그거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나. 너무 골에 얽매여서 나 혼자 플레이하면 선수들이 싫어한다. 예전에 어릴 때는 패스 안 하면 선배들이 많이 혼났다. 성용이형, 상철이형, 경렬이형. 아, 진짜 무서웠는데(웃음) 지금은 신욱이가 어릴 때 내 상황이지 싶은데. (웃음)

김신욱이 국가대표에서 탈락했는데

- 신욱이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됐을 거다. 그냥 경기만 보고 그러면 모르는데, 어쨌든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곳에서 보고 부딪히고 해야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다. 분명 좋은 경험이다. 나도 가고 싶다.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할텐데 (웃음)

[②에 계속]

울산 이진호, 10년차 울산맨의 우승찬가 - ②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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