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2007년 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예능,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쳐 온 최수영이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매력이 더 잘 보이는, 매력 있는 캐릭터를 개성 넘치게 소화해냈다.
9일 개봉한 '걸캅스'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 이야기다.
최수영은 욕설 9단의 민원실 주무관 장미 역으로 등장한다. 거친 입담을 지닌 주무관이지만 알고 보면 해커 뺨치는 능력의 소유자로, 불법으로 얻어낸 엄청난 정보력으로 비공식 수사에 나선 미영(라미란 분)과 지혜(이성경)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다.
파마 헤어스타일부터 줄 달린 안경, 거침없이 내뱉는 욕설까지 최수영의 첫 등장을 본 후 '저 사람이 최수영이었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극 속에 유쾌함이 더해지는 것도 물론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라고 말문을 연 최수영은 "그동안 제가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들과 다른 캐릭터여서,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죠"라고 웃으며 '걸캅스'와 함께 한 시간들을 떠올렸다.
"라미란 선배님과 (이)성경이는 한여름에 엄청 뛰면서 촬영했잖아요. 저는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서 있었잖아요. 죄송한 마음이었죠.(웃음) 구강액션이라고 해야 할까요? 키보드를 치는 것도 액션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연기했어요. 아무래도 화면 속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를 상상하면서 연기해야 하니까 어려운 점이 있었죠."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까지, 코믹하게 캐릭터를 구현해 낸 최수영의 모습이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수영은 "서로가 어떤 유머코드를 갖고 있는지, 같이 호흡을 맞춰가면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었거든요. 여러 가지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그 피아노처럼 키보드를 치는 모습을 재밌어 하시더라고요"라며 웃었다.
함께 한 라미란, 염혜란, 이성경 등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빼놓지 않았다.
최수영은 "라미란 선배님께 의지를 많이 했죠. 장미 캐릭터를 보면서도, 라미란 선배님이 장미를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쫓아가려고 노력했거든요. 반만이라도 닮고 싶었죠. 선배님처럼 코미디도 잘하고 호흡도 잘 나오고 애드리브도 잘 하고 싶었는데, 현장에서도 많이 조언해주셔서 도움이 됐어요.
염혜란 선배님도 장미의 과거를 대사로 표현해주시면서 저라는 캐릭터를 완성해주신 것이잖아요. 진짜 감사했죠. (이)성경이는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이더라고요. 같이 연기를 하면서도, 어디에 포인트를 둬야 할지 고민할 때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이 위로받기도 했던 것 같아요"라고 미소 지었다.
듣는 이의 귀에 쏙쏙 박히는 욕 연기를 연습한 과정도 털어놓으며 "제가 옆에 있는 사람들의 말투와 뉘앙스를 잘 따라가는 스타일이거든요. 제 주변에 정말 장미같은 언니가 있어서, 그 언니의 모습을 참고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장미가 개성 있는 캐릭터여서, 영화를 한다면 이런 개성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온 것이죠"라고 말을 이었다.
가수로 최정상을 경험한 최수영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늘 신인같은 마음으로 한 걸음씩을 걸어왔다.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2007)과 '연애조작단; 시라노'(2013), '밥상 차리는 남자'(2017), '38사기동대'(2016)를 비롯해 최근의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까지 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아왔던 결과물들이다.
"10대에 데뷔해서 활동해오다 보니, 어느덧 서른이 됐더라고요. 사실은 연습생 때도, 소녀시대 때도, 그리고 불과 4년 전쯤만 해도 '내가 이걸 안했으면 뭘 했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그러다보니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을 때, 앨범이 잘 안됐을 때, 내가 생각하고 노력한만큼 주목받지 못했을 때 좌절감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마인드를 갖고 살다가는 제 스스로가 건강하게 이 일을 할 수 없겠다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면서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이 일이 꼭 아니어도 돼'라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서른 살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편해졌죠.(웃음)"
최수영은 "여전히 저는 연기에 있어서는 신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영화에서는 이제 막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오래오래 하고 싶은 일이니까, 더욱 차근차근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지금은 저를 작품에 선택해주시는 것만도 너무나 감사해서, 모두 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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