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후 독일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은 16강 진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스위스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역사상 최강의 전력을 갖춘 스위스는 프레이, 보겔, 센더로스, 볼란텐등과 같은 스타급 선수들을 앞세워 10여 년만에 진출한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독일 월드컵 예선전과 터키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스위스는 빠른 스피드와 조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2004년 유로컵을 거머쥔 그리스 대표팀과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돌풍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현재 국내의 언론과 축구계의 여론은 조별 첫 상대인 토고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사실상 걱정하고 있는 상대는 바로 스위스다.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서정원도 '스위스는 만만치 않은 강팀'이라 소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스위스는 과연 두려운 존재일까? 마지막 스위스 전은 과연 16강 진출의 막판 혈투가 될 것인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 대표팀은 난데없는 고민에 휩싸였었다. 언론들도 앞다투어 본선 첫 상대인 동유럽의 강호 폴란드가 포르투갈 다음으로 가장 위협적인 팀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특히 폴란드의 주포 올리사데베를 경계 대상 1호로 삼으면서 폴란드전을 걱정과 긴장감 속에서 맞이해야만 했다.
그러나 결과는 2-0 한국의 쾌승이었다. 폴란드는 걱정과는 달리 월드컵 예선전에서의 막강 전력을 보여주지도 못했으며, 특유의 스피드와 역습이 수비의 압박에 가로막혀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황선홍, 유상철의 골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결국 가장 손쉽게 이긴 상대를 가장 '두려운 적'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현재의 분위기도 그 당시와 비교해보면 별반 다를 게 없다. 언론이나 축구인들은 스위스가 가장 신경 쓰이는 상대로 평가하고 있고, 토고도 베일에 싸인 '안개속의 적'으로 보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서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만큼 그 결과는 값지고 빛나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 분명 스위스가 G조 돌풍의 주역이 될 가능성은 가지고 있다. 남은 기간 착실히 준비만 한다면 충분히 16강 진출도 이룩할 수 있는 팀이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팀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오히려 스위스가 폴란드보다 더 약체일 수도 있다. 16강 진출의 제물이 바로 스위스가 될 수도 있다.
현 대표팀은 특유의 압박 수비와 조직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추세이다. 남은 기간 전지훈련과 평가전들을 통해서 전력만 제대로 끌어 올린다면 G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스위스, 토고는 물론 프랑스도 우리의 제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