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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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박은옥이 마주했던 대중음악 사전검열 "분노가 동력 됐다" [엑's 현장]

기사입력 2019.03.07 13:40 / 기사수정 2019.03.07 15:31

전원 기자

[엑스포츠뉴스 전원 기자] 정태춘, 박은옥이 과거 '사전 검열' 제도와 분노에 대해 회상했다. 

7일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센터에서 정태춘 박은옥의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날자, 오리배'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과거 음반 사전심의제도에 맞서 이른바 '불법 음반'인 '아, 대한민국'을 공개적으로 배포하며 맞섰던 정태춘은 심의 당국과 싸워 위헌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은옥은 "사전 검열에 향해 6년간 싸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서 나도 옆에서 열심히 돕게 됐다. 그 덕에 후배들이 이제는 다양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정태춘이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일 것이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정태춘은 "'아, 대한민국' 앨범은 나도 이제 잘 안듣는다. 불편하다. 하지만 그 당시엔 그 노래만에 내게 정답이었다. 나의 분노에서 나온 앨범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시장의 매커니즘을 통하지 않고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예술과 문화'에 대한 강조를 덧붙였다. 

이처럼 정태춘이 '분노'를 강조하자 박은옥은 최근 서울대학교 '제73회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진행된 방시혁 대표 축사를 언급했다.

박은옥은 "방시혁이 '분노가 제 소명이 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는데,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다. 해당 내용의 기사를 접한 후 정태춘과 마찬가지로 분노가 어떤 일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태춘은 과거 갑자기 음악 활동을 멈추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상황을 맞이 하게 됐다. 노래의 정서적인 부분이나 대중성 측면도 그렇지만, 내 고민을 앨범에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읽어주는 피드백이 없었다. 대중예술가라면 대중의 취향을 따라가야 하는데 난 그게 부족했다. 그래서 내 생각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세계가 변화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지고 있다는 낙관적인 상황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문명, 인간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본주의 방식으로는 우리 삶을 정확하게 들여다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졌고,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내게 음악은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었는데, 그 그릇에 담기에 적철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붓글을 가지고는 내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니 노래에 매달릴 이유도 없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정태춘, 박은옥은 거대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정태춘은 "40년 전체를 결산하면서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등을 깊이 있게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주변의 지인들이 '그냥 지나가면 안된다' 이야기가 시작됐다. 무엇을 표현했는지, 그런 것들이 당대 다른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프로젝트를 받아 들였다"라고 전했다. 

 "사실 40주년을 맞으면서 특별한 소회는 없다. 노래 창작을 접은지 오래고, 시장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을 벌리면서 만난 사람들, 팬들의 반응 등을 보면서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느꼈다.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오래 들어주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박은옥은 "열심히 활동하지 않은 우리 두 사람을 기다려준 분들에게 뭔가를 선사하고 싶다는 핑계를 삼아 40주년 공연을 하게 됐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전국 투어는 데뷔 40주년 기념 사업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는 정태춘 박은옥 활동 40년의 음악사적, 사회적 의미를 조망하기 위해 2019년 연간 진행되는 기념 사업이다.

3월부터 11월까지 콘서트, 앨범, 출판, 전시, 학술, 아카이브, 트리뷰트 프로그램 등이 전국에 걸쳐 진행된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는 지난달 31일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통해 구체화됐다. 음악, 미술, 영화, 사진, 문학, 언론, 학계 등 타 장르의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동시에 참여한다.

정태춘은 20세기 후반 한국 사회의 모순과 저항을 온몸으로 담아낸 실천적 예술가. 새로운 세기 들어 인간 소외로의 문명 전환이 심화되는데 대한 비관성에 주목하고 질타하는 성찰의 예술가이다. 박은옥은 정태춘의 노래들을 탁월하게 소화해 내고, 함께 활동해온 시적인 보컬리스트이다. 부부는 ‘시인의 마을’ ‘촛불’ ‘사랑하는 이에게’ 등 국민 애창곡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won@xportsnews.com / 사진=정태춘 박은옥 40프로젝트 사업단 

전원 기자 w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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