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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송일국 "웃음포인트 다 달라, 최소 세 번은 보세요"[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19.03.05 11:11 / 기사수정 2019.03.05 11:11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원캐스트로 공연 중인 배우 송일국은 커튼콜 때 관객을 못 보겠다며 의외의 말을 했다. 2017년에 “공연에서는 중고 신인”이라고 했던 그에게 이제 중고 신인에서 벗어난 것 같냐고 묻자 “아니다. 겨우 연극 두 편 했는데”라며 자신을 낮췄다. 

“커튼콜 때 인사를 제대로 못해요. (중고신인 꼬리표를) 뗐다고 생각할 때 당당히 인사할 것 같아요. 지금도 커튼콜 때 인사할 때 쑥스럽고 관객들 못 보겠어요. 꼬리표 떼는 날 웃으면서 관객을 웃으면서 만나지 않을까 해요.”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인 ‘대학살의 신’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 두 개가 부러진 것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소년의 부모 알렝과 아네뜨, 미셸, 베로니끄는 고상하게 대화하지만 이내 진흙탕 싸움을 펼친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지적이지만, 알고 보면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면을 지닌 인간의 본성을 풍자한다. 

“그냥 코미디는 웃기다 끝나지만 블랙 코미디는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현대인의 이중성 등 여러 가지를 건드려요. 네 명의 캐릭터가 다 대입돼요. 아내가 여러 번 봤는데 올 때마다 다른 친구들과 오는데 다 웃음 포인트가 달라요. 아내가 회식 자리에 온 적 있어요. 연출님과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저번에는 본의 아니게 블랙 코미디가 아니라 코미디로 넘어갔다면, 이번에는 아내가 보면서 연출의 의도가 코미디보다는 블랙 코미디로 느껴졌다더라고요. 몇 번 봐야 알 수 있는 장치가 많은데 템포 있게 진행돼서 처음 보면 대사의 의미를 놓칠 수 있거든요. 최소 두세 번, 여러 번 봤으면 좋겠어요.” 

송일국은 '대학살의 신'으로 소극장 연극에 처음 도전했다. 2년 만에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까지 2017년에 이어 또 한 번 호흡한다. 송일국은 미셸 역을 맡았다. 자수성가한 생활용품 도매상으로 확고한 신념을 지닌 아내를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공처가이자 중립을 지키는 평화주의자다. 

“저는 딱 미셸이에요. 아내에 대한 열등감 등 모든 면에서요. 친할아버지가 실제로 철물점을 했거든요. 저도 워낙 공구를 좋아해서 일반적인 가정용품이 아니라 프로페셔널 공구가 집에 많이 있고 다 고쳐요. 미셸이 성격장애자라고 하지만 저도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프레스(Press 압박)를 받았어요. 외증조할아버지(김좌진 장군)도 그렇고 어머니(김을동)에게 어릴 때부터 못이 박히게 자랐어요. 거기에서 오는 프레스가 있잖아요. 나란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일탈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미셸로) 소리치면서 해소될 때가 있어요.” 

‘대학살의 신’을 통해 처음으로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하는 연극을 경험했다. 소극장 무대 공포증을 벗어던지고 대사 전달에 집중하려 했다. 

“옛날에 방송 출신 연기자들이 연극을 하면 대사가 안 들려 놀란 적이 많아요. 워낙 방송 연기자들이 나오는 연극을 볼 때 대사가 안 들리는 게 많아 트라우마가 있었거든요. 난 저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연습할 때 소리 높여서 했었어요. 오죽하면 최정원 선배님이 ‘일국아 이건 미셸이지. 안중근이 아니야’라더라고요. 그래도 연출님이 극장에 가서 낮은 목소리를 높이는 건 힘들지만 큰 소리를 낮추는 건 가능하다면서 내버려 뒀어요. ‘오이디푸스’를 봤는데 확실히 남명렬 선배님은 그래서 베테랑이구나 했어요. 황정민 씨도 그렇고요. 황정민 씨와는 개인적으로 아는 건 아니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로 김미혜 대표님과 작품을 해서 가족끼리 파리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죠.” 

1998년 MBC 2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송일국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했다. 연극 ‘나는 너다’, ‘대학살의 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공연계에도 진출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배우 송일국이 아닌 역할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목표를 밝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한 게 약점이 될 수 있는데 예능을 하는 게 득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좋은 건 배우의 본모습이 아닌 관객이나 시청자가 배역에 몰입해야 하는 것 같아요. 대중 예술인이니까 그걸 안 할 수는 없지만 선을 지켜야 해요.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 연극이면 연극 그 안에서 배우 송일국이 아닌 역할로 기억됐으면 해요. ‘대학살의 신’에서는 미셸로 기억해야죠. 하면 할수록 미셸인 것 같아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씨제스엔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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