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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 톡] AC 밀란과 브라질의 유쾌한 동거

기사입력 2009.11.09 13:18 / 기사수정 2009.11.09 13:18

박문수 기자



최근 몇 년간, AC 밀란을 대표하는 선수의 특징은 브라질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지난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지만 오랜 기간 팀의 대들보 역할을 담당했던 카카와 밀란과 브라질을 대표하는 유망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소년 가장 알레산드레 파투, 한물 간 스타란 오명을 쓰고 있지만 외계인의 진가를 발휘하고자 갱생을 준비하는 호나우지뉴, 공수 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선사하며 밀란 수비의 미래를 불리는 티아구 실바가 이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21세기의 도래와 함께 지속된 밀란과 브라질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밀란과 브라질의 관계는 現 밀란 감독인 레오나르도 나시스멘토의 역할이 크다. 1997년 파리 생제르망을 거쳐 AC 밀란에 입단한 레오나르도는 로쏘네리의 일원으로서, 4시즌 동안 177경기 62득점을 기록한 그는 간결하면서도 화려한 플레이와 수려한 외모, 잡음없는 사생활, 온화한 성품 때문에 팬들의 인기를 얻으며 팀의 레전드로 부상했다. 2002-2003시즌 밀란에서 은퇴한 그는 팀의 브라질 담당 스카우터로서 프런트진에 합류. 밀란의 브라질 커넥션에 중추가 되었다.

스카우터 부임 후, 2003년 여름 그는 밀란에 거대한 선물을 선사한다. 상 파울루에서 뛸 당시 돈독한 인연 때문에 친분 관계를 가진 카카를 밀란에 데려오며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으로 나온 어린 카카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밀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상 파울루 FC의 10번을 달며 브라질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유럽 축구팬에게는 생소한 그였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레버쿠젠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에 부임하며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경쟁 때문에 밀란의 카카 영입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밀란에는 레오나르도가 있었다.

밀란에 입단한 카카는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다. 약관의 카카는 입단 첫 시즌 만에 세리에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리며 세리에 MVP와 최우수 외국인 선수를 차지하게 되며 밀란의 트레콰르티스타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2006~2007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당당히 득점왕과 2007 UEFA MVP를 차지.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흐와 피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달린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카카에 대해 "산시로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최고의 활약을 펼친 기이한 선수"라고 전했다. 그의 등장에 흥분한 밀란 팬은 그를 일컬어 과거 팀을 이끈 리베라의 재림이라고 표현하였다. 비록, 이번 시즌 카카는 밀란의 선수가 아닌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가 되었지만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랜 기간 자리 잡을 것이다.

2007년 여름, 레오나르도는 카카에 이어 파투를 밀란에 선물하며 자신의 능력을 재입증한다. 팀의 간판스타였던 안드레이 셰브첸코가 선수 생활 말년을 첼시에서 보낼 것이라는 의지 때문에 공격의 구심점을 잃은 밀란은 히카르두 올리베이라를 레알 베티스에서 데려오며 그의 대체 자로 활용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필리포 인자기의 회춘과 카카의 맹활약 때문에 2006-2007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밀란은 불안했다.

결국, 인터나시오날의 보물로 불리며 브라질을 대표하는 유망주로 성장한 파투를 영입하며 셰브첸코를 대체하게 되었다. 파투는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발휘하며 밀란의 상승세를 이끌었으며 카카의 이적 후, 공격의 구심점을 잃은 밀란의 대들보가 되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자신의 챔스 데뷔골을 성공시키며 대표팀과 밀란에서 선배로 있었던 카카에게 비수를 꽂으며, 탈 유망주를 선언. 밀란의 간판 스타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7~2008시즌 리그에서 참혹한 성적을 거두며 '제2의 도약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으며 타락의 길로 치닫고 있던 밀란의 보석인 파투는 '소년 가장'이란 애칭과 함께 나이 먹은 AC 밀란의 선수 진을 이끌며 자신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이번 시즌 밀란은 '위대한 주장' 파울로 말디니의 은퇴 때문에 수비진 구성에 애를 먹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티아구 실바의 좋은 활약 때문에 이런 우려를 잠재웠다. 2008년 11월, 브라질과 포르투갈과의 친선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를 경기 내내 꽁꽁 묶는 역할을 보여주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티아구 실바는 산전수전을 겪은 선수였다. 유럽에서 실패한 뒤, 플루미넨세로 컴백.

브라질 리그에서 맹활약을 보여주며 수비의 고령화와 말디니의 은퇴라는 악재가 겹친 밀란의 첫번 째 선택이 되며 팀에 합류했다. 공수 양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티아구 실바는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위협적인 오버래핑과 수비수답지 않은 강력한 킥력 때문에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말디니를 잃은 밀란의 노여움을 달래고 있다.

밀란의 브라질 커넥션은 선수 영입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 2007년 여름, 브라질의 상 파울루와 히우 제 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밀란의 브라질 축구 캠프는 높은 참가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하나의 이벤트가 되었다.

이 때문에 밀란은 브라질 내 최고 인기 클럽의 위치를 차지했으며 자국 선수들의 맹활약은 이러한 인기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밀란의 상성에 걸맞은 브라질 선수들의 화려한 발재간과 활동량, 경기를 뒤집는 능력은 오랜 기간 팀의 전술적 핵심으로 자리 잡았으며 몇 몇 실패한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브라질 선수들의 영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브라질 대통령' 룰라 다 실바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이 이탈리아에 방문하면 자신이 보유한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통해 대화의 장을 펼치는 베를루스코니는 정치적 이용 때문에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이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믿고 있다.

'밀란의 라이벌' 인테르가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재미를 보고 있다면 밀란은 브라질 출신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나치게 브라질에 편향적인 영입 정책은 문제되지만 그들이 보여준 활약에 대해 의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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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밀란의 대들보로 성장한 파투 ⓒ AC 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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