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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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리그 8강전] 젊음과 패기의 U리그를 찾아가다

기사입력 2009.10.30 12:00 / 기사수정 2009.10.30 12:00

조성룡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성룡]10월 29일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운동장, 화려하고 높이 솟은 대학 건물 가운데 유독 을씨년스럽고 관중석에 의자 하나 없이 시멘트 가루만 날릴 것 같은 이곳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비록 운동장을 가득 메울 정도는 아니지만 이 넓은 교정 안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U리그 8강전 경희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이다. 파릇파릇한 대학교 새내기부터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까지. 모두가 이 축구경기 한 경기를 보려고 시멘트 바닥에 털썩 앉아있었다.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으로.

전반 휘슬이 울리자 수많은 눈동자가 일제히 공을 쫓아서 따라간다. 저 선수들 중에는 그들의 친구가 있고, 그들의 선후배가 있고, 그들의 제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 눈동자 하나하나에는 애정이 어린 눈길이 담겨있다.

물론, 이 관중의 대부분은 홈팀 경희대학교를 응원하기 위하여 찾아온 관중이다. 하지만, 잘 찾아본다면 경기장 구석 여기저기서 조용히 고려대학교의 승리를 기원하는 일명 '원정 팬'들도 찾을 수 있다.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홈팀 경희대의 찬스가 찾아왔다.

고려대 진영으로 깊숙이 들어온 공을 고려대 수비수와 골키퍼가 어영부영 처리하지 못하는 사이에 경희대 이동현이 발 빠르게 공을 뺏고 골문으로 쇄도한다. 일제히 모두가 흥분하지만, 공이 골문을 외면하자 탄식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동문에게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경기는 대학생들의 경기답게 패기가 넘친다. 경희대는 이동현을 공격의 활로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고, 고려대는 발 빠른 선수들을 이용, 양 날개를 적극적으로 돌파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또 이날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홍명보호 8강 멤버인 청소년대표 오재석과 박희성의 맞대결이었다.

고려대의 공격을 책임지는 박희성과 경희대의 든든한 센터백으로 수비 라인을 책임지는 오재석의 맞대결은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은 오재석의 판정승. 오재석이 비록 불의의 중거리슛으로 1실점을 했지만 경기 내내 노련하게 수비를 조율했지만, 박희성은 패기 넘치는 경희대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공이 차단당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 17분, 드디어 경희대의 선제골이 터졌다. 오른쪽에서 그림같이 올라온 크로스를 정우인이 발을 살짝 들어 발리슛으로 고려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 순간 경희대 운동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필자의 뒤에 있던 한 노교수는 어린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정우인 잘했다! 정우인 잘했다!"를 외치며 좋아하는 모습은 지성의 전당에 걸맞은 그런 근엄한 모습이 아닌 프로축구 경기에서 맥주 한잔 하시면서 구수하게 선수들을 독려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이 더 어울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후반 39분 고려대의 동점골이 터진다. 송원재의 그림 같은 중거리슛이 경희대 골키퍼를 지나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경희대 응원단이 놀라움의 탄성과 안타까움의 탄식이 교차하는 사이, 군데군데 앉아있던 고려대 원정 팬들은 그제야 굳어졌던 얼굴이 좀 풀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시 두 팀의 계속되는 공방전은 홈 팬도 원정 팬도 모두 가슴을 졸이게 한다.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지켜보는 관중도, 어서 경기가 끝나고 다른 곳으로 취재를 가야하는 필자도, 로스타임에 교체를 준비하다 도중에 경기가 끝나버려 다시 쓸쓸히 벤치로 돌아온 고려대 정주석도, 수많은 공방전 끝에 무승부를 거둔 것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8강전, 단판승부이다. 지옥의 승부차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승부차기가 갖는 그 떨림이 너무 심하여 경기를 보지 못할 정도라고 말하지만, 대학생들에게 승부차기는 하나의 신기한 구경거리이다. 다 같이 승부차기가 실시되는 골대로 우르르 몰려가 목청껏 학교를 응원하고 또 구경한다.

경희대가 응원단의 힘을 얻는다면, 고려대는 벤치 선수들의 응원으로 힘을 얻는다. 원정 경기에 있어서 벤치 선수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경기에 교체투입은 물론, 투입되지 않더라도 경기장 한쪽에서 목청껏 동료를 응원한다.

동점골의 주인공 고려대 송원재의 슛이 골키퍼의 발에 맞고 나오자 고려대 벤치와 관중석은 희비가 엇갈렸다. "고려대는 동점골을 만들고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던 고려대 원정 팬들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고, 경희대 응원단은 목청껏 골키퍼 이범수의 이름을 외쳤다.

결국, 승부차기 접전 끝에 경희대가 승리를 거두자, 다시 한번 경희대 운동장은 교수, 학생 너나 할 것 없이 승리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잠깐의 축제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고려대 원정 팬이거나 필자와 같은 기자들이었을 것이다.

사실 다른 여타 리그가 지역 연고 밀착을 표방하는 것과 달리 U리그는 학교 중심의 리그이기 때문에 다른 리그보다 폐쇄적이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도 그러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고, 직접 찾아가서 경기를 보기 전까지는 U리그에 대한 관심도 별로 갖고 있지 않았다. (필자가 재학중인 학교는 U리그에 참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폐쇄적으로만 느껴졌던 대학교 안에서는 어느 리그 못지않은 훌륭한 경기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패기가 넘치는 경기들은 관중석의 젊고 신선한 분위기와 겹쳐 U리그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다. 비록 필자는 두 시간에 6000원이라는 엄청난 주차비를 지불하고 텅 빈 지갑으로 학교를 빠져나와야 했지만, 기자로서, 또 축구팬으로서 값진 경기를 봤다는 사실에 그 6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사진 = 경희대와 명지대의 U리그 경기 사진 (c) 김경주 기자]



조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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