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시청률이 다는 아니다.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꾸준히 4~5%대를 유지했지만 작품성은 호평받았다. 아동학대와 연관된 연쇄살인을 소재로, 붉은 울음의 정체를 끝까지 알 수 없게 만들어 추리하는 재미를 줬다. 무겁고 어두운 장르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전개가 처지면 지루해질 우려가 있는데 기우였다. 끝까지 힘을 잃지 않았다. 촘촘하면서도 긴장을 유발하는 전개를 이어갔다.
이이경은 붉은 울음의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강지헌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이 작품에 출연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성격이 많이 긍정적인 건지 모르겠는데 '남자 친구', '황후의 품격'이 있었는데도 고정 마니아들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는 한 번 안 좋게 나온다거나 수치의 변동이 있으면 마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텐데 5%대를 지켜갈 수 있어 좋았어요. 김선아 선배가 '이 작품 한 걸 후회하지 않을 거야', ‘대본 너무 좋지 않냐’라고 말을 많이 해줬는데 정말 그랬어요.”
차우경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이자 경찰로서 고뇌를 겪는 캐릭터에 무리없이 녹아들었다. ‘경찰은 히어로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하는 홍팀장(박수영)의 말에도 아동학대 사건을 해결하는데 열정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태주(주석태)가 은호(차학연) 이야기를 꺼내며 ‘붉은 울음은 네가 하고 싶은데 절대 못할 일을 대신해준다’며 지헌의 내면 속 죄책감을 건드릴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지헌은) 가장 아픈 캐릭터였어요. 제가 원래 눈물이 많아요. 그런데 지헌이를 연기할 때는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캐릭터였어요. (마지막회에서) 태주가 볼펜을 치면서 얘기할 때도 원래는 우는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신이 두 번 수정됐고 눈물에 콧물까지 나서 NG가 나는 등 몰입했어요. 제일 아픔이 많은 캐릭터였죠. 아직도 왜 이 친구가 욕조에서 잠을 자는지 모르겠어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빨리 빠져나오려면 안 나오는 게 많나 싶기도 하고요. 오히려 (과거 연인인 연주 이야기가) 안 풀려 좋았어요. 말이 좋아 츤데레지 혼자 수사하면 빠져 사는 친구인데 동정을 하기 시작하면 캐릭터가 무너질 것 같았어요. ‘이 친구 뭐가 있네’ 정도가 좋지 않나 해요.”
주인공인 차우경을 비롯해 대부분의 인물이 아픈 과거와 상처를 지녔다.
“작가님, 감독님에게 ‘왜 우리 드라마에는 정상이 없어요?’라고 물어봤어요. 다 아픔이 있더라고요. 수영(남규리)도 아픔이 있고 제일 멀쩡한 사람이 찬욱(연제형), 홍팀장(박수영) 정도예요. 다들 과거가 있죠. 감독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다들 괜찮은 척하지만 아픔이 있고 멀쩡한 사람은 없지 않냐. 그런 척하고 사는 것 아니냐’고요. 작가님이 그걸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다들 아픔이 있는 채로 살아가는 거라는 말을 듣고 나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이이경에 따르면 ‘붉은 달 푸른 해’ 강지헌은 노력과 애정을 가장 많이 담은 캐릭터이자 작품이다. 그만큼 종영한 뒤에도 벗어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흔히 메소드라고 하는데, 저는 연기와 현실을 정확하게 구분 짓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강지헌이라는 친구는 잘 안 놓아지더라고요. 끝남과 동시에 놓아질 줄 알았는데. ‘으라차차 와이키키’ 대본을 읽었는데 강지헌에게서 안 나와졌어요. 최정규 감독님이 ‘이제는 그냥 강지헌이네’라더라고요. 금방 놓을 줄 알았는데 신기해요. 되게 잘 빨리 놓아야 할 듯해요.”
반응이 좋았던 만큼 시즌2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결정된 것은 없지만 김선아와 추후 작품을 함께 하자고 약속했단다.
“붉은 울음이 감옥에 갇혀 있는데 다들 문자를 받는 에필로그가 있었어요. 아동학대가 계속되는 걸 암시하는 것 같은데 방송에 안 나와 놀랐어요. 나만 못 본건가 했죠. (웃음) 종방연 때 시즌2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우스갯소리라도 뭐가 있지 않을까 해요. ‘붉은 달 푸른 해’가 끝나고 ‘으라차차 와이키키 2’를 하는데 (김)선아 선배가 끝나고 또 하자고 했어요. 그만큼 작품을 맺어가는 농도가 달랐죠.”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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