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은영 기자] '방구석1열'이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의 대표작인 '싸이코'와 '현기증'을 낱낱이 파헤쳤다.
18일 방송된 JTBC '방구석1열'에는 민규동 감독과 배우 이영진, 하지현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세 사람은 히치콕 감독의 영화 '싸이코', '현기증'을 함께 살펴봤다.
민규동 감독과 이영진은 영화 '여고괴담2'로 함께했다. 이영진은 "보이시한 이미지 덕분에 공포영화에 쓰임을 많이 당했다"며 "좋은 쪽으로 해석하자면 올리비아 핫세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민 감독은 영화 '여고괴담2' 캐스팅 당시 가장 먼저 이영진을 떠올렸다고도 말했다. 민 감독은 "이미지를 떠올리고 캐스팅 시작했던 배우는 이영진이다. CF 속 이영진을 보고 찜했다. 박예진 배우가 캐스팅 확정은 맨 먼저 됐다. 영화 출연했던 배우는 안 쓰겠다고 해서 신인들만 데리고 했다. 완전히 새로 그릴 수 있는 걸 원했다"고 설명했다.
민 감독은 히치콕에게 영향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민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꾸기 전에 '새'라는 영화를 봤다. 그걸 계속 보는데 이상하게 빠져들었다. 킬링타임 이상의 예술적인 미학을 가진 영화라는 인상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변영주 감독은 하지현 의사에 대해 "'화차' 시나리오를 썼을 때 보여드린 적 있다"며 "제가 많이 의지했던,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하지현 의사는 이날 주제인 히치콕에 대해 "정상 심리 아닌 이상 심리를 극명하게 다룬다. 심리분석 입장에서는 너무 재밌는 소재"라며 정신분석 쪽에서 히치콕과 관련된 많은 논문이 있음을 알렸다.
이어 첫 번째 영화 '싸이코'를 살폈다. '싸이코'에서 가장 유명한 샤워 살해 장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주성철 편집장은 "이 장면에서 히치콕은 음악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버나드 허먼의 음악을 듣고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장면은 검열관들의 검열에 걸리기도 했다고. 다만 히치콕은 검열관들을 헷갈리게 만들어 그들과 딜을 했고, 이 장면을 내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변 감독은 히치콕에 대해 "굉장한 완벽주의자였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촬영했던 감독이다. 그래서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들어간 것 같다. 공기까지도 통제할 수 있는 세상에서 하나하나 디자인한 대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현기증'에서는 길가에 세워둔 차 색깔까지 지정했다"면서도 "조감독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동정해 웃음을 안겼다.
또 히치콕 영화에 금발의 여자 배우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히치콕 감독의 강박적 자기 취향이었다고 생각한다. 금발 여배우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히치콕에게 배우란 얼굴이 없는 존재인 거다. 자기가 조명을 하고 카메라 앵글을 잡는 순간 얼굴이 생기는 거다. 배우조차 히치콕에게는 소품인 것"이라고 말했다.
변 감독은 이어 "남자 배우라고 다르지 않았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미국 정신의 상징 같은 배우였다. 소박한 미국 시민인데 역경을 이겨내고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그런 제임스 스튜어트에게 장애를 주고 극복하는 거 아니고 망하는 역할,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줬다"고 덧붙였다.
하지현 의사는 극 중 주인공인 노먼 베이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두 축으로 볼 수 있다. 정신병리학적으로는 조현병 환자다. 어머니와 나, 두 인격을 가진 해리성 인격 장애 환자다. 노먼 베이츠는 교도소가 아니라 정신 병원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엔딩의 웃음에 대해서는 "1세-2세는 공생기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처럼 엄마와 내가 하나라고 느끼는 시기다. 3세-4세는 오이디푸스기다.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는데 나에게 주는 사랑과 달라서 아빠를 질투한다. 이 영화에서 노먼 베이츠는 다섯 살 때 아빠가 사망하고 오이디푸스기를 갖지 못한 채 성장한다. 이후 엄마가 누군가와 연애해서 그때 처음으로 오이디푸스기를 겪는데, 이 때문에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를 죽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으로써 엄마를 영원히 내 것으로 가지고 다시 공생기로 퇴행한 것이다. 나와 엄마는 영원히 하나라는 환상을 완성한 채 살아온 것"이라면서 "박제도 그런 맥락의 상징이다. 남성처럼 행동하지 않고 소년처럼 행동하잖나. 우유와 빵을 주는 것도 유아적인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영화 '현기증'을 살폈다. '현기증' 에 대해 변 감독은 "나선형이라는 이미지가 나온다. 종각을 오르는 장면 등에서 반복된다. 끊임없이 나선형을 돌게 되니까 위험하다, 어지럽다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록색은 유령과 같은 색이라고 말했다더라. 빨강은 죽음의 이미지라면 초록색은 기억, 환상의 이미지다. 초록과 빨강이면 확 대비가 되잖나. 그런 식으로 배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현 의사는 이에 대해 "나선형으로 내려가서 빨강과 초록 번쩍번쩍하는 건 클럽 같은 느낌이다. 현실 세계에서 나는 이성적으로 사는데 이 안에 들어가면 현실에서 벗어나는, 논리적 세계에서 벗어나 무장해제 하는 효과가 있다. 아마 감독 입장에서 순간순간 그런 장면을 주면서 논리적으로 따지기보다는 히치콕이 만들어 놓은 논리 안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현기증'에 사용된 다양한 촬영 방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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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y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