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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007 테마' 왜 김연아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

기사입력 2009.10.16 15:08 / 기사수정 2009.10.16 15:0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 구성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김연아의 프로그램 요소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2008-2009시즌은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의 역동성과 피겨 역사상 최고 수준의 안무로 무장했다.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는 여자 싱글 피겨 스케이팅의 한계점을 보여줬지만 김연아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더욱 진일보해진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은 여자 싱글 피겨 역사상 최고의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17일 새벽(한국시각)에 공개될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인 '007 제임스 본드 테마곡'은 고난도의 요소로 꽉 채워진 프로그램이다. 우선,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매우 어려운 콤비네이션 점프이다.

기초 점수가 10점에 달하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보다 기초점수가 높은 기술은 다른 선수가 시도했었다. 안도 미키(22, 일본)는 트리플 러츠 +트리플 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었다. 또한,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는 트리플 악셀에 이은 더블 룹을 시도했었고 이번 시즌에는 트리플 악셀 + 트리플 토룹 점프를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두 선수의 콤비네이션 점프는 '완성도'에서 떨어지고 있다. 점프 회전수의 부족함과 비거리, 그리고 두 번째 점프의 깔끔함에서 질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김연아가 주니어 시절 때 선보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은 깨끗하게 성공했고 가산점까지 추가했다.

콤비네이션 점프의 완성도는 첫 번째 점프의 비거리와 두 번째 점프의 회전수에 의해 결정된다. 첫 번째 점프의 가속도와 비거리에 따라 두 번째 점프의 완성도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현역에서 활동하는 여자 싱글 스케이터 중, 이 원칙을 가장 충실하게 지키는 선수가 바로 김연아이다.

또한, 단독 트리플 플립을 마친 뒤, 레이백 스핀에 이은 스파이럴 시퀀스를 선보인다. 지난 시즌, 김연아가 가장 괄목하게 발전한 기술이 바로 스파이럴 시퀀스이다. 스파이럴이 끝나고 난 뒤, 김연아는 더블 악셀을 시도할 예정이다.

프로그램 내내 김연아는 쉴 틈 없는 연기를 펼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점프에 앞서 스텝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김연아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그냥 들어가는 점프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아 역시, "점프 앞에 스텝을 추가해 가산점을 얻는데 주력하겠다"라고 공언했다.

피겨 역사를 장식한 여자 싱글 스케이터들 중, 스텝을 넣어가면서 고난도의 점프를 지속적으로 구사한 선수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기술이 가능해지려면 빠른 활주 능력과 점프의 비거리, 여기에 자유자재로 빙판을 치고 나갈 수 있는 스케이팅 실력이 있어야 한다.



김연아는 피겨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활주하는 스케이터이다. 여기에 빙판을 부드럽게 치고 나갈 수 있는 스케이팅에 탄력이 좋은 점프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탄탄한 스텝까지 갖춰진 김연아는 점프에 앞서 스텝을 추가해 가산점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또한, 경기 후반부에 선보일 스핀의 회전속도도 매우 빨라 모두 '레벨 4'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 시즌,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의 특징은 스케이터의 실력에 따라 많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에 김연아가 선보이는 '007 메인 테마'도 김연아의 장점을 충실히 살린 프로그램이다. 특히, 경기 막판에 나오는 스텝 부분에서 메인테마의 하이라이트가 나오도록 구성한 점은 데이비드 윌슨의 탁월한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최근 피겨 프로그램의 성향은 ‘스텝’ 부분을 살리는 점이다. 근래에 들어와 피겨 지도자들과 선수들은 심판과 관객들의 뇌리에 또렷이 남을 수 있는 스텝을 강조하고 있다.

다이내믹한 스텝과 함께 시도되는 점프와 유연한 스핀, 여기에 후반부를 장식하는 스텝 등으로 구성된 '007 메인테마'는 전작인 '죽음의 무도'와 비슷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콤비네이션 점프와 단독 점프가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죽음의 무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자 싱글 경기에서 플립과 러츠, 그리고 토룹으로 구성된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는 쉽게 볼 수 없었다. 시도하는 선수들은 있었지만 높은 비거리와 안정된 회전수, 여기에 높은 가산점을 받은 ‘완성도’ 높은 콤비네이션 점프는 김연아가 유일했다.

또한, 스텝을 곁들어진 완벽한 점프도 김연아에 의해 확립됐다.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직선 스텝과 빈틈이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의 수행능력도 김연아가 아니면 쉽게 구사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007 메인테마'와 프리스케이팅인 '조지 거쉬윈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역대 최고의 난이도로 구성된 작품이다. 뛰어난 스피드와 스케이팅, 여기에 정확한 점프가 없다면 이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해내기 힘들다.

이번에 공개되는 '007 테마음악'과 '조지 거쉬윈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는 김연아가 아니면 어느 스케이터도 쉽게 연기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김연아가 밝힌 대로 순위경쟁은 다음 문제다. 이번 '2009 그랑프리 시리즈 에릭 봉파르'는 이전에는 도저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프로그램이 초연되는데 주목해야 한다.

김연아의 목표는 올림픽 시즌 동안, 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데 있다. 순위와 점수 등의 결과는 어디까지나 그 다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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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김세훈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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