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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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②] '데뷔 54년' 박인환 "연기가 쉽냐고? 지금도 입시공부 하듯"

기사입력 2019.01.08 10:28 / 기사수정 2019.01.08 10:28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나오는 황혼기의 네 남녀의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진한 눈물과 웃음을 남긴다. 얼핏 노년의 사랑 이야기여서 선입견을 품을 수도 있지만 젊은 층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상황이나 처지가 어떠하든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 달콤한 청춘은 아닐지언정 사랑과 우정이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걸 잔잔하게 일깨운다. 

베테랑 배우 박인환을 비롯해 이순재, 정영숙, 손숙 등이 열연 중이다. 강풀 작가가 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이해제 연출이 재구성했다.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과 파지를 줍는 송씨(송이뿐),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과 치매를 앓는 조순이의 우정과 사랑을 담았다.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로도 선을 보일 만큼 호응을 받았다. 

송이뿐과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만석 역을 맡은 박인환은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작품”이라며 미소 지었다. 

“밑바닥, 서민들의 얘기인데 극하게 부딪히고 싸우고 그런 게 아니라 남녀 문제를 사람 냄새나게 그린 작품이에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 목숨을 갖고 치열하게 싸우고 피 흘리고 갈등하고 죽이고 그런 건 흥미는 있을 수 있지만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이 작품은 사람 사는 얘기에요. 푸근하고 아날로그고.” 

극 중 만석은 눈만 마주치면 투덜대지만 주민등록증이 없어 기초 생활 수급 대상자가 되지 못한 이뿐을 위해 주민 센터에 함께 찾아간다. 직접 쓴 편지로 고백하는 모습도 훈훈하다. 이뿐은 그런 만석이 싫지 않은, 따뜻한 미소의 소유자다. 두 사람의 연애는 젊은이의 그것 못지않게 풋풋하고 설렘을 유발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결말은 더 여운을 남긴다.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끝까지 함께하는 길을 택하는 군봉의 순애보도 가슴을 찡하게 한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한다. 

“관객들이 결말을 보고 슬프고 가슴 아파해. 만석이 이뿐에게 원하는 걸 해주고 싶다 했더니 이뿐이가 고향에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내가 싫으냐 했더니 그건 아니고 행복한데 고향에 가겠다고 하죠. 현실이 그렇잖아. 더 만나면 알콩달콩하게 사랑을 하겠어, 뭘 하겠어. 고향 가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보내주죠. 젊은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왜 보내’ 할 거예요. 나이가 들수록 배려하고 싶은 거지. 좋은 물건을 사면 아끼고 싶듯 곱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 군봉 역시 나이 들어서 부인을 저렇게 생각하고 아끼고 헌신적으로 하는 게 인상적이죠.” 

박인환은 송이뿐 역을 맡은 정영숙, 손숙과 번갈아 호흡한다. 베테랑 배우들이 모여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케미’가 저절로 우러나온다. 

“이 나이 되면 호흡 안 맞고 그런 건 없어요. 특별히 모가 나지 않는 이상 하다 보면 다 맞혀져 가. 젊은 연기자나 모가 난 연기자는 자기가 먼저 예쁘게 보여야 하는 이기적인 연기자들도 있는데 원만하게 맞춰서 가죠. 부부가 오래 살면 그렇듯. 정영숙, 손숙 씨는 느낌이 달라요. 정영숙 씨는 TV를 많이 했으니 캐릭터에 맞게 대사를 말해요. 여성스럽고 고와 보이고 여리여리해 (캐릭터가) 동정심을 얻어요. 손숙 씨는 몸은 여린데 연극을 오래 해서 발성이 시원해요. 취향에 따라 보면 될 것 같아요. 다들 평생을 해왔으니. 평생을 (연기를) 해왔다는 건 뭔가 있기 마련이거든.” 

박인환부터 정영숙부터 신철진, 박혜진 등 연기가 조화롭다. 박인환은 입만 열면 버럭대지만 남자 만석 역할에 제격이다. 초반에는 걸쭉한 ‘욕’ 입담으로 관객의 웃음을 터뜨리게 하더니 이후에는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정영숙은 아픈 과거를 가진 초라한 송씨에서 만석과 진솔하게 사랑하는 송이뿐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담아낸다.

무대에서 생생하게 연기하게 되기까지는 무한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단다. 1965년에 데뷔,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된지 50년이 넘은 배우에게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연습하는 거로 만은 부족해요. 집에 가서 입시 공부하듯이 해야 하죠. 대사가 워낙 많고 탁구 치듯 짧게 치고받아야 하는데 호흡을 놓치면 안 되잖아요. 입에 익숙해야 돼서 힘들었어요. 열심히 했죠. 시험 치듯이.

농담으로 먹고살기가 이렇게 힘들다고 말하기도 하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연기를 몇십 년 했으면 적당히 해도 되지 않냐는 생각을 많이 해요. 기술이나 생산직은 오래 하면 익숙해지니까 늘 수 있겠지. 그런데 연기는 작품이 다 다르고 대사도, 역할도 달라요. 매번 달라서 적당히 하면 안 돼요. 적당히 하면 재미없거나 엉터리 공연이 되죠. 지금은 인터넷 시대잖아요. 옛날과 달리 연극이 재미없으면 저렇게 엉터리냐는 말이 전국으로 번지니 무서운 거죠.”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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