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16 14:45 / 기사수정 2009.09.16 14:45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노쇠화 때문에 공을 잘 다룰 수 없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순간 그들은 기쁨보다는 슬픔의 감정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예외인 선수가 있다.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골 감각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위협적인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서는 'AC 밀란의 슈페르 피포' 필리포 인자기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6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에 위치한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2009/2010 UEFA 챔피언스리그' C조 1라운드 경기에서 두 골을 기록했다. 전반 26분 시도르프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오른발 인 프런트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으며 후반 30분 또 다시 시도르프의 크로스를 슛으로 연결 시키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밀란이 리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과 카카와 말디니로 대표되는 창과 방패를 잃으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낼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두 골은 희망과 같았다.
지난 3월 시에나와의 리그 경기에서 인자기는 통산 300호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한 달 뒤에는 이탈리아 세리에 A 통산 150호 골을 기록. 전설적인 포워드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의 축구 인생이 늘 원만한 것은 아니었다.
부상에서 회복까지의 긴 여정을 이겨낸 슈페르 피포
지난 2002/03시즌 소속팀 AC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통산 6번째 우승에 이바지했던 그는 이후 컨디션 난조와 무릎 부상으로 인해 고심했었다. 지속되는 무릎 부상은 그를 괴롭혔고 번번이 재발하는 부상으로 인해 재활훈련이 반복되었다. 결국, 밀란의 4번째 공격 옵션으로 밀리게 되고, '은퇴설'이 나도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심지어, 인자기는 '잊힌 스타'로 전락했으며 그가 매스컴에 다시금 오르내린 것은 지난 2004년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 미였을 정도다.
지속되는 잔 부상은 그의 선수생명을 위협했지만, 그의 소속팀 AC밀란은 뜻밖의 재계약을 맺게 된다. '노인정'이라는 비아냥 속에 밀란에 더 머물게 된 인자기는 이후 자신을 향한 비난을 잠재우며, 회춘하게 된다. 이러한 활약 속에 2005~2006시즌 23경기에 출장한 그는 12골을 성공시키며, 그 해 열린 독일 월드컵 티켓을 손에 얻게 된다.
그는 골문 앞에서 탁월한 위치선정을 쉴새없이 움직이는 엄청난 운동량을 자랑한다. 37세(한국 나이)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동료가 주는 패스를 빠른 움직임으로 받아낸다. 그러나 오프사이드 트랩에 자주 걸리며 파투와 달리 개인기나 드리블이 출중하지 않다. 기존의 포워드에 비해서 피지컬이 뛰어나지 않으며 킥력이 돋보이지도 않다.
인자기의 마지막 전성기 기대해도 좋아
이런 그의 모습은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과 그의 팀 동료는 아직도 인자기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보인다. 최근의 포워드는 골 이외에도 패싱력과 공간 창출이라는 능력이 중요시되는 점에서 인자기의 플레이는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그는 골문 앞에서 많은 움직임을 선보이기보다는 영리한 플레이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하는 선수다. 이러한 영리함이 시대를 거스르는 그의 플레이를 낳은 것이 아닐까.
세월을 무색하게 만드는 인자기의 플레이는 그의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이라는 것에 증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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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르세유전에서 2골을 기록한 인자기 ⓒ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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