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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리뷰] '엘리자벳' 옥주현X박형식, 역사와 판타지의 흥미로운 결합

기사입력 2018.11.29 10:43 / 기사수정 2018.11.29 16:5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무엇이 엘리자벳을 이토록 괴롭게 했을까. 미모, 부, 명예를 갖춘,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오스트리아 황후 자리에 있지만 ‘영혼이 묶인’ 엘리자벳은 누구보다 외롭고 힘들다. 자유가 없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없고 구속 당하는 삶을 사는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을 터다. 엘리자벳도 늘 자유를 갈망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이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이다. 극적인 삶을 살았던 엘리자벳과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죽음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모차르트!’, ‘레베카’를 탄생시킨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의 작품이다. 1992년 오스트리아의 씨어터 안 데르 빈에서 초연한 뒤 27년간 세계 12개국에서 누적 관객 수 1,100만을 돌파했다. 국내에는 2012년 첫 선을 보였고 올해 3년 만에 돌아왔다. 

자유와 죽음(토드)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 작품에선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죽음을 통해 엘리자벳은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의 유혹에도 자신의 힘으로 자유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외로움에 미쳐 아들의 마음속 상처와 민중의 배고픔을 소홀히 하기도 한다. 그런 엘리자벳의 모습은 연민을 유발한다.

극은 엘리자벳을 암살한 루케니의 시선으로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따라간다. 역사적 인물에 환상 속 인물인 죽음을 결합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다만 엘리자벳과 소피의 대립, 결혼 생활의 불행한 면모가 강조돼 루돌프의 어머니이자 민중의 통치자로서의 엘리자벳의 내면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다. 

버릴 게 없는 넘버는 이 작품의 무기다. ‘마지막 춤’, ‘나는 나만의 것’,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 ‘밀크’, ‘키치’, ‘엘젠’, ‘내가 춤추고 싶을 때’,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그림자는 길어지고’ 등 극에 녹아들며 몰입을 높인다.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와 화려한 의상, 세트 등도 볼거리다. 

옥주현은 아빠처럼 자유롭고 싶어하는 말괄량이 소녀부터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의 결혼, 이후 구속된 삶에 괴로워하는 여자의 내면을 오간다. 초반 자유분방하고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 씨씨를 표현할 때 이질감이 들 법하지만 목소리 톤이나 표정 등으로 캐릭터와의 나이 차를 극복한다. 이후 나이를 먹고 고뇌하는 엘리자벳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우유부단한 남편과 시어머니인 대공비와의 갈등 속 괴로워할 때 옥주현의 감정 연기는 극대화된다. 시원하고 풍부한 가창력으로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는 장면이 백미다.

박형식은 아이돌 출신 배우답게 가창력과 연기, 그리고 ‘마지막 춤’의 댄스까지 어렵지 않게 소화한다. 전문적인 뮤지컬 배우는 아니지만 그런 편견을 깨며 무난하게 극을 이끈다. 다만 판타지적인 역할인 만큼 음산하고 몽환적인 매력을 더 배가하면 좋을 것 같다. 루케니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박강현은 미치광이 같은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연기한다.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170분. 만 8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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