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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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리뷰] 유쾌한 '젠틀맨스 가이드'…이규형 1인9역 맛깔난 변신

기사입력 2018.11.28 11:28 / 기사수정 2018.11.28 11:33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복수와 연쇄살인, 치정까지 자극적인 요소가 다 나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시종 유쾌하다. 잔인한 살인극처럼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방심할 틈 없이 웃게 만드는 작품, ‘젠틀맨스 가이드’의 매력이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이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국내 초연인 이 작품은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이스퀴스 가문의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다룬 뮤지컬 코미디다. 2014년 토니 어워드,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외부비평가협회상, 드라마 리그 어워드 등 브로드웨이의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로 선정됐다. 

위선적인 권력자들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지만 사실 큰 내용이 있다거나 거창한 메시지를 주는 극은 아니다. 몬티가 다이스퀴스 후계자를 차례차례 살해하는 사건을 연속적으로 나열한다. 다행히 재치있는 대사와 휘몰아치는 흐름으로 지루하지 않게 구성했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극이다. 

라이선스이지만 곳곳에 한국식 대사가 자리한다. ‘내가 이러려고 자선사업 했나 자괴감이 든다’,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신이 주신 선물이네요’ 등의 대사로 웃음을 주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무대 장치를 효율적으로 이용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세트는 아니지만 상단에 자리한 오케스트라부터 LED 영상, 간단한 소품 등을 적절하게 이용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한다. 몬티와 성직자가 종탑의 원형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고, 추락사하는 장면, 몬티의 연인 시벨라와 약혼녀 피비가 몬티를 두고 양쪽 방에서 각자의 마음을 노래하는 장면 등이 기발하다.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넘버는 적지만 통통 튀는 리드미컬한 멜로디로 유쾌함을 더한다. 

주인공 몬티 나바로 역할에 김동완, 유연석, 서경수가 캐스팅됐다. ‘벽을 뚫는 남자’, ‘헤드윅’에 이어 세 번째 뮤지컬에 도전한 유연석은 퇴장이 거의 없는 가운데 140분간 극을 무난하게 이끈다.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경쟁자를 제거하는 몬티를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전작인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속 구동매를 잊게 하는 180도 다른 코믹 연기다. 다만 클래식한 성악 발성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량이나 발성 면에서는 전문적인 뮤지컬 배우보다 미흡한 점이 있다. 

이규형, 오만석, 한지상 등 다이스퀴스 가문의 상속자를 연기하는 멀티롤의 활약이 돋보이는 극이다. 순식간에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하는 것을 보는 게 이 작품의 재미다.

이규형은 1인 9역을 분주하게 오가며 매력을 발산한다. 직업도 성격도 모두 다른, 심지어 성별도 왔다 갔다 하며 각각의 인물로 빠르게 변신한다. 말투와 표정, 행동의 크기, 목소리 톤을 달리하며 다이스퀴스 백작, 성직자, 은행장, 한량,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레이디 등 각양각색 역할을 소화한다. 한량 헨리를 연기할 때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해롱이의 모습도 언뜻 보여 코믹하다. ‘감빵생활 슬기롭게 잘하세요’라는 애드리브도 덤이다. 

내년 1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40분. 8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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