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이 많은 사람들의 우상이었던 시절, 절대최강이라고 믿고 있는 조단에게 한 선수가 수비를 하고 있었다. 깡마른 골격에 특이하게 생긴 선수는 쉴새 없이 조단에게 대항했다. 번번이 조단을 놓쳤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조단을 향했고 또 다시 대항했다.
처음 밀러를 봤을 땐 '괴상한' 이미지였지만 시간이 조금 흘렀을 때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강력한 눈으로 림을 보고 있는 그는 포기라는 것을 몰랐다.
화려한 드리블은 없었지만 그는 오펜스 코트 반대편 슛을 쏠 수 있는 위치까지 무섭게 질주했다. 상대마크를 스크린을 해주는 동료들을 피해서 3점 위치까지 나와 슛을 던질 땐 어김없이 들어갔다. 그의 움직임은 충격적이었다. 인디애나의 정확한 패턴 플레이와 스크린을 해주는 동료 그리고 마크를 따돌리며 질주해오는 밀러. 화려한 1대 1 돌파와 화려한 덩크에 빠져있던 그 시절엔 신선하게 다가왔다.
1998년 인디에나는 컨퍼런스 준결승전에서 뉴욕과 붙게 된다. 4차전 102-99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밀러는 5.1초를 남겨두고 3점슛을 성공시키며 연장전으로 끌고 간다. 결국 연장전에서도 활약을 보이면서 뉴욕을 침몰시킨다. 다음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조단이 있는 시카고. 1,2차전을 무기력하게 패한 인디에나에게 3차전은 중요했다. 4쿼터 중반 리드를 지키고 있었지만 시카고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밀러의 시합은 그 순간이 시작이었다. 15득점을 올리고 있던 밀러는 4쿼터 4분30분 동안 13점을 몰아넣으며 왜 그가 "4쿼더 사나이", "밀러타임"이라 불리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4차전 2.9초를 남긴 상황에서 인디에나는 93-94로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강렬한 눈을 보이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밀러는 마크맨 조단을 밀치고 공을 받으러 나왔다. 그리고 주저없이 3점 슛을 시도했다. 거짓말처럼 공은 림을 통과했고 0.7초를 남겨두고 역전에 성공했다. 이 장면은 하이라이트에 자주 등장하며 "밀러타임" 전설을 이어간다.
그래도 가장 밀러타임을 말해주는 장면은 1995년 뉴욕과의 세미파이널 1차전이었다. 남은 시간은 18초, 점수는 6점차. 패이서스의 패배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밀러는 바로 3점 슛을 성공시킨다. 그리고 스틸, 다시 3점 슛. 그리고 자유투까지 11초간 8득점을 쓸어 넣어 버린다. 뉴욕은 망연자실했고 같은 편조차 믿기지 않는 듯 밀러를 환호했다. 정작 본인은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04-05시즌을 준비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불미스러운 일로 팀에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노장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시키주면서 고비 때마다 그의 승부에 대한 근성을 보여줬다. 챔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고 시즌이 끝난 직후 그는 은퇴를 결심한다.
언제나 자신감에 차있는 눈. 그는 항상 승리를 외치고 있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슛을 쏘았고 그를 향한 팬들의 기대에 부흥했다. 비록 챔프의 인연은 없었으나 코트에서는 언제나 챔프처럼 경기에 임했다. 그의 집중력은 최고이었고 04-05 시즌 자유투 성공률 93.3%센트는 그것을 말해준다. 통산 40%에 육박하는 점 슛 성공률 15시즌 동안 3점 슛 100개 이상 기록한 것은 그가 얼마나 3점 슛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말해준다. 항상 라이벌이라고 말했던 조단처럼 1대 1이 약하다, 혼자서는 승부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스크린을 잘 활용했고 누구보다 코트에서 빨리 움직였다. 전형적인 catch & shoot 선수로서 슈터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갖고 있는 밀러.
비록 퇴장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지만 최고 슈터는 바로 '밀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제나 큰 눈은 승리를 보고 있었고 누구보다 코트에서 근성을 보여준 선수였다. 인디에나 구단은 밀러가 한 시즌을 더 남아 줄 것을 원했다. 하지만 밀러의 은퇴결정은 확고했고 구단역시 그런 밀러를 존중했다고 한다.
"만약 내가 슛 감각이 엄청 좋고 밀러가 슛 감각이 아주 나쁘다 하더라도 나는 그런 상황이라면 무조건 밀러에게 패스 할 것이다" 마크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