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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튼의 퍼거슨' 데이빗 모예스

기사입력 2009.07.07 16:33 / 기사수정 2009.07.07 16:33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축구계에는 두 종류의 명장이 존재한다. 히딩크 감독과 같이 여러 국가(혹은 클럽)를 맡으며 맡은 팀마다 성공으로 이끈 감독이 있고 퍼거슨 감독처럼 한 팀을 꾸준히 맡으면서 팀의 역사와 함께 숨을 쉬는 감독이 있다. 물론 아리고 사키나 리누스 미헬스와 같이 새로운 전술로 축구계에 업적을 세운 감독, 유능한 선수를 발굴하는 감독 등 여러 가지 명장이 있지만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EPL의 명장으로 불리는 알렉스 퍼거슨, 아르센 벵거, 라파엘 베니테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스널, 리버풀을 지휘하는 이들은 감독이라는 직업을 초월해 바로 클럽의 역사와 함께 숨을 쉬는 감독들이다. 물론 아무나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뛰어난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한 클럽에서 자신의 역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한 팀을 오랫동안 맡아서 지휘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뛰어난 성적은 물론이고 구단 보드진과의 관계, 또는 팬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 팀을 오래서 지휘한다는 것은 그 감독이 훌륭한 감독이라는 것을 바로 보여주는 예다. 

1986년 부임 이후, 맨유를 24년째 이끄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EPL 11회, 챔피언스리그 2회 등 수십 개의 트로피를 수집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인정받고 있고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역시 1996년 부임 이후, 14년간 아스널을 이끌고 있다. 특히 벵거는 수비 위주의 재미없는 축구를 하던 아스널을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축구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라파엘 베니테즈는 퍼거슨과 벵거에 비하면 그 역사가 짧지만 2004년 리버풀로 부임 한 이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었고 지난 시즌에는 근 20년간 가장 우승에 근접시키며 리버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대립 구도를 하고 있던 릭 페리 단장이 사임하며 장기집권 체제를 알렸다.

그러나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저들이 아니다. 바로 추락한 명문 에버튼을 빅 4의 강력한 대항마로 변모시킨 데이빗 모예스 감독이다. 35살의 젊은 나이인 1998년 디비전 2의 프레스턴 노스엔드로 부임하며 감독생활을 시작한 모예스는 2000/01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목전에 두고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짧은 시간 내에 팀을 수직 상승시킨 모예스의 지도력은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부터 높이 평가받았고 결국 2002년 '위기의 명가' 에버튼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지역 라이벌인 리버풀과 함께 잉글랜드의 손꼽히는 명문 구단인 에버튼의 당시 상황은 화려했던 80년대 중반이 무색할 만큼 고전하고 있었다. 월터 스미스 감독의 뒤를 이어 강등권을 허덕이던 2001/02시즌 후반부인 3월에 지휘봉을 잡은 모예스는 흩어진 팀을 정비하며 15위로 시즌을 마무리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후 '구세주' 모예스는 이른 시간에 팀을 장악해 나갔다. 팀 조직력에 해가 되는 선수들은 과감히 내쫓았고 당시 17세였던 웨인 루니를 비롯해 어린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하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전 시즌보다 무려 8계단이나 상승한 7위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비록 2003/04시즌(17위)과 2005/06시즌(11위)에는 중하위권으로 추락하며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며 에버튼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특히 2004/05시즌에는 4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하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 팬들을 더 기쁘게 했던 것은 실로 오랜만에 '더비 라이벌' 리버풀(5위)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것이었다.

지금 현재도 데이빗 모예스는 진행형이다. 2006/07시즌 이후 5위, 6위를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주전선수들의 잇따른 전력 이탈에도 5위를 기록하며 어느새 빅4를 깰 수 있는 몇 안 되는 클럽으로 인식시키고 있다. 빅 4와 오일머니를 장착한 맨체스터 시티 등 경쟁 클럽에 비해 넉넉지 못한 재정에도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모예스의 지도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은퇴를 앞둔 퍼거슨 감독의 후계자로 강력히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명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모예스는 맨유의 감독보다는 에버튼과 함께 우승을 거두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내며 클럽에 대한 충성심을 내비쳤다. 다음 시즌이면 어느덧 에버튼에서 8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모예스 감독이 '부활한 명가' 에버튼을 이끌고 자신의 소망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보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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