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완주, 조용운 기자] 한국 축구의 공격수 계보를 말하면서 이동국(36,전북)을 빼놓을 수 없다. 이동국은 최정민-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으로 이어진 대형 스트라이커의 바통을 이었다.
1998 프랑스월드컵을 막내로 참가해 일약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이동국은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지난해까지 꾸준하게 대표팀의 최전방을 지켰다. 2000년대 초반 여러 대표팀을 오가며 헌신한 것을 더하면 이동국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그래도 아쉬움이 크다. '비운의 공격수' 꼬리표가 따라다닐 만큼 대표팀 17년 동안 이동국은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유독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다.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던 1998년부터 총 다섯번의 월드컵이 흘러갔지만 정작 이동국에게 허락된 것은 2대회 시간은 51분에 불과했다.
포기할 법도 한데 이동국은 늘 "대표팀은 현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꿈을 꾸는 곳"이라며 의지를 불태운다. 지난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한 뒤 가장 먼저 30대 중반의 이동국을 실험해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호주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이동국의 이름은 더욱 대표팀 주변을 맴돌았다.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불가능함에도 슈틸리케호는 이동국의 이름 석자를 매만졌다. 이동국을 대체할 공격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아닌 후계자의 시간
하지만 아시안컵이 끝나고 이동국의 이름은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이제는 미래를 바라보며 이동국의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래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공격수가 평가를 받고 있다.
때마침 월드컵 예선이 치러지던 지난 7일 클럽하우스에 만나 대표팀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오히려 힘있게 대답한다. 이동국은 "한국축구에 있어 좋은 현상이다. 지금까지 대표팀 명단에 내가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어린 선수들이 나오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내 이름이 나오지 않는 지금은 반대로 한국축구에 좋은 공격수들이 있다는 것으로 좋은 영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팀마다 내가 할 역할이 있기 때문에 서운함은 없다. 대표팀은 최상의 조합으로 월드컵을 뛸 수 있게 꾸려야 한다. 지금은 러시아월드컵까지 시간이 있고 젊은 선수들이 대거 나와줘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접 평가한 넘버원 원톱의 자질 황의조
9월 A매치에도 최전방은 실험이었다. 아시안컵에서 조영철(울산)과 이정협(상주)을 시작으로 출발한 원톱 찾기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 김신욱(울산)을 거쳐 석현준(비토리아)과 황의조(성남)에게 이어졌다.
이동국은 황의조를 눈여겨 보고 있다. 올해 국내파 공격수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황의조를 향한 이동국의 평가는 상당하다. 그는 "스트라이커가 가져야 할 웬만한 무기를 모두 갖췄다. 주위에서 잘 만들어주면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다. 넘버원 공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기대를 모았던 황의조는 아쉽게도 월드컵 예선 2경기서 골을 넣지 못했다. 이동국은 "황의조는 언젠가 대표팀에서 득점을 할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원톱이라며 주위에서 바람을 넣는다. 본인도 모르게 초심을 잃게 된다"면서 "정신적으로 잘 유지해야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뛰어난 재능 이승우를 향한 걱정
연령대를 낮춰 이승우(FC바르셀로나B)에 대해 묻자 "물론 경기를 본 적이 있다"며 "재능은 정말 뛰어나다. 대성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이승우를 둘러싼 모습이 선배로서 조심스럽다. 이동국은 "관심이 너무 지나치다. 경기장에서 보여준 플레이보다 경기장 밖의 얘기가 많아지면 좋지 않다. 일거수일투족이 너무 관심을 받는 것 같다"면서 "아직은 성장하는 선수다. 꾸준히 잘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지켜보고 성인무대서 잘할 때 관심을 보여도 늦지 않다"고 생각을 전했다.
※ 이동국 인터뷰 전문보기
ACL 간절한 이동국 "감바에 0-3 패배 악몽도 꿨다" [인터뷰①]
지금은 라이언킹 아닌 '다둥이 아빠' 이동국 [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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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