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나 떨고 있니",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아직도 드라마의 대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모래시계’는 큰 사랑을 받았다. 1995년 이른바 ‘귀가 시계'라 불리며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만큼 22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대중의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한 '모래시계'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5 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던 당시를 배경으로, 혼란과 격변의 시대에 안타깝게 얽힌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엇갈린 운명과 선택을 담았다.
흔히 명작으로 불리는 작품을 리메이크하거나 다른 장르로 변용하기란 쉽지 않다. 원작과의 비교는 꽤 큰 부담이다. 원작의 분위기를 살려야 하면서도 그 카리스마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의 명성 덕분에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모래시계’ 역시 그러한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개막했다.
우려는 있었지만 ‘모래시계’는 24부작 드라마를 무대 위에 큰 무리 없이 담아냈다. 초반부터 빠른 전개로 광범위한 시대를 포괄했다. 태수와 우석이 처음 만나 우정을 다지는 장면부터 태석, 우석, 혜린이 사랑과 현실에서 엇갈리고, 이후 태수와 우석이 검사와 피고인으로 마주하는 장면까지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려다 보니 원작이 지닌 주제를 담아내지 못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모래시계’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 청춘의 엇갈린 운명과 시대적 아픔을 담아내려 했다. 다만 다소 호흡이 빨라 묵직한 감정과 러브라인에 몰입할 시간이 적긴 하다.
앞서 언급한 "나 떨고 있니",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라는 대사는 작품에 나오지 않는다. 무대에서 명대사를 듣길 바란 이들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대사를 억지로 끼워 넣어 원작을 무리하게 따르면 오히려 몰입을 낮출 위험이 있다.
강력한 킬링 넘버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긴 하나 태수와 혜린의 애절한 감정이 담긴 ‘너에게 건다’, 각자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태수, 우석의 안타까운 감정이 느껴지는 ‘너무 늦지 않도록’ 등 넘버들은 극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 이 외에도 당시 시대의 분위기를 관통하는 비장미가 담긴 ‘뜨거운 양철지붕’, 태수, 우석, 혜린 세 주인공을 비롯해 전 출연진, 앙상블이 함께 부르는 ‘세상 너머로’는 비장미를 극대화한다. 보디가드 재희의 검도 안무와 어우러진 ‘그만큼의 거리’ 등도 박진감을 자아낸다. ‘모래시계’ 하면 떠오르는 주제가 ‘백학’은 태수의 휘파람으로 전달해 추억을 상기한다.
배우들은 어색함 없이 각자의 역할을 소화한다. 태수 역의 신성록, 우석 역을 맡은 박건형, 혜린을 연기한 조정은 등 빠르게 변화하는 감정 연기를 몰입 있게 연기한다. 도식으로 분한 이정열, 종도 역의 박성환 등도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2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70분. 만 7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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