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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송재정 작가 "고통스러운 엔딩, 한효주에 가장 미안" (일문일답)

기사입력 2016.09.20 13:19 / 기사수정 2016.09.20 13:1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W' 송재정 작가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상세히 털어놓았다.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송재정 작가가 참석한 MBC 드라마 'W'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W'를 처음 구상했던 계기부터 의견이 분분했던 결말, 주연 배우 이종석, 한효주까지 자신의 생각을 낱낱이 털어놓았다. 

한효주 이종석 주연의 'W'는 지난 14일 수목극 1위로 종영했다. 현실과 웹툰을 오가는 신선한 내용으로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인현왕후의 남자' 등 판타지물에 일가견이 있는 송재정 작가의 필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인기를 끌었다.

다음은 송재정 작가의 일문일답.

Q 인기를 끈 소감은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내주시는 것 자체가 어리바리하다. 칭찬을 너무 많이 해줬다. 제일 무서운 게 과대평가여서 이 순간이 가장 두렵다. 'W'는 참회록이다. 오성무의 죽음은 저의 죽음이다.

Q 'W'의 탄생 배경은

오성무 작가의 이야기는 고야의 그림에서 처음 모티브를 얻어 구성을 시작했다. 순수 미술에서 출발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그림 자체를 영상으로 부여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그리는 화가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대중적인 만화로 옮겼다. 창작하는 사람은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음악, 글쓰는 것, 그림 다 마찬가지다. 창작할 때 표현하는 대상을 도구로 할 것인지 영혼이 있다고 생각할 것인지 고민이 항상 있다.

Q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이 고통을 받는다.

'나인' 때도 배우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인물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저도 힘들었는데 그 힘든 게 오래갔다. 내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어 벗어나는데 오래 걸린다. 죄책감도 있다. 맥락없는 죽음을 볼 때 시청자 입장에서 분노할 때도 있는데 그런 고민에서 시작했다. 그렇다고 내가 오성무는 아니다. 다행히 'W'는 1년 안에 끝났다. 오성무 작가가 죽을 때 마음이 아팠다.

Q 차원 이동같은 판타지를 선택한 이유는

특이한 걸 하고 싶어서 소재를 특이하게 잡았다.(판타지를 통해) 굉장히 극적인 상황이 가능해진다. 현실세계에서는 첩보원과 군인들만 위험한 일을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일반인도 할 수 있다. 생사에 쫓기기도 하고 첩보원처럼 추격전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일을 겪는 것에 관심이 많다.

Q 12회에서 강철이 연주에게 "독자들은 강철과 오연주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해피엔딩을 바라지 않느냐'는 대사가 나오는데 복선인가.

나름대로 의미있는 장면이다.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맥락이 중요하지 않으며 강철 자신의 인생이라는 뜻이다.

Q 결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엔딩에 관심이 크게 없다. 해피인가 새드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결말을 냈다가 욕을 먹었는데 요즘에는 생각을 많이 하려고 애쓰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해피냐 새드냐가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알아서 신경쓰고 있다. W'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면서 쓴건 아니다 새드도 아니다. 그들도 언젠가는 상처를 극복하고 해피해지지 않을까 하는 암시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대본을 공개한 것이 의외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대학교에서 극작법 강의를 했었다. 강의하면서 느낀 건 비효율적인 학습이었다. 방송은 대중 친화적인 매체인데 극작에 대해서는 제한된 상황에서 목적을 갖고 봐야하는 게 회의감이 들었다. 방송이라는 건 트렌디하다. 인기를 끌었어도 끝나면 잊어버린다. 어차피 대본을 푼다면 핫할 때 내보내야 되는데 기회가 됐다. 1회가 남았을 때 공개하면 핫하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했다. 마침 타이밍이 좋았다. 

대본은 내 것이지만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것이다. 소설은 누구나 보지만 대본은 그렇지 않다. 돈을 준다고 해도 접할 기회가 없다. 관심이 많을 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실시간 검색어 1위 할줄은 몰랐다. 대본을 앞으로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본집이 큰 돈이 아니라 희생을 한 건 아니다. 잠재적인 작가들과 어린 청소년들이 접근을 많이 해봐야 한다. 파일을 그대로 보시면서 그 자리에서 직접 고쳐갈 수 있다. 조금씩 갖고 놀면 긴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공개한 것이다. 대본을 더 멋있게 고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Q 오성무의 죽음과 관련해 방송과 대본이 다르다. 연출과 사전에 합의된 것인지.

마지막회는 아직 못 봤다. 15,16회는 솔직히 방송을 못봤다. 탈고하고 나면 보고 싶지 않아 한다. 나중에 몰아볼 계획인데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기사로 알았다. 굉장히 묘한 문제다. 대본은 내 것이고 내 의사가 녹아있지만 연기자, 연출자도 있으니 생각하는 것과 엔딩이 다를 수 있다. 내가 평가하는 건 상도가 아니지 않나 한다. 개인적으로 결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Q 시청자가 줄거리를 납득할지에 대해 걱정을 했는지.

공동 창작을 10년간 했다.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다. '하이킥', '순풍산부인과' 같은 작품은 공동 작품을 안하면 나올 수 없다. 그 가족의 군상을 저 혼자 알 수 없다. 자신들이 잘 아는 캐릭터가 모여 완성되는게 시트콤이다. 그런 작품일수록 공동 창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스스로 불만이 있기도 하다. 개개인의 개성이 많이 깎인다. 공동 창작을 워낙 오래해서 머리에 질문지가 있다. '내가 이런 얘기하면 옆에서 이런 얘기하겠지' 한다. '반론을 이렇게 제기할텐데 뭐라고 대답하지?'라며 혼자 3인 역할을 한다. 혼자 쇼하고 혼자 토론한다. 'W'에서는 너무 마이너하게 안가고 대중적으로 턱걸이 하는 정도로 간 것 같다.

Q 한효주에 대해

한효주에게 가장 미안하다. 너무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선이었다. 두 얘기를 했다. 여자가 만화 속으로 들어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 피조물과 창조자의 대립관계를 억지로 엮다 보니 혼란이 왔을 것이다. 감정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게 오연주 캐릭터였다. 엔딩이 어떻게 났는지는 관심 없었는데 오연주가 소모적인 엔딩의 희생자 같은 느낌이 들어서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빚을 어떻게 같아야 하나. 빚을 진 기분이다. 

(연주가) 남자와 남자의 대결에서 희생된 부분이 있다. 성무는 새드엔딩이지만 강철은 해피엔딩이다. 연주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커플인데 여자에게는 해피엔딩이 아니고 남자에게는 해피엔딩이라는 상황이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 미안하다. 내 실수다.

Q 작가로서 주연배우의 연기를 어떻게 보는지

두 분에게 정말 고맙다. 일단 이종석은 이 모든 드라마에 리얼리티를 부여해준 분이다. 만화처럼 생겨서 다행이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실제 이종석은 강철과 정말 다르다. 강철의 나이는 30세로 설정했는데 정작 마인드는 내 나이대로 설정했다. 45세 정도다. 굉장히 노숙한 캐릭터다. 세상에 두려운 게 없고 의문도 없는 초인 같은 캐릭터다.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줘 고맙다.

한효주는 앞서도 얘기했지만 미안하다는 감정을 끝까지 갖고 가서 평가하기 어렵다. 고된 역할인데 잘해줬고 의사라는 역에 충실하려고 멋도 안냈다. 우는 신이 너무 많았다. 감정소모가 컸다는 점이 가장 미안한 부분이다. 마음 같아서는 더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쓰다보면 스토리를 따라가게 된다. 가다보면 가는 길로 가게 돼 있다. 후반부에 두 사람이 힘든 역할을 해서 나도 아쉽다. 알콩달콩한 모습을 나도 보고 싶었다. 로맨틱하게 편안하게 연애하는 모습을 많이 못 보여줘 나도 아쉽다. 

Q 시청자가 따라오기 힘든 내용인데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시청률이 나오는 날이 되면 아침부터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억울한 것이 나는 대중을 지향하면서 쓴다. 표현이 잘 안 될 뿐이다. '이렇게 하면 시청률이 잘 나올 것'이라고 작정하면서 썼는데 잘 안 된 것뿐이다. 나도 시청자다. 내가 이런 드라마를 좋아해서 시청자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하고 쓴다. 빠른 드라마를 좋아하고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아직 대중적이지 않나 보다. 남의 말을 들으려 하는데 잘 안 된다.

시청률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데 그것 때문에 다음 스케줄에 영향도 받는다. 작가의 생존이 시청률이다. 시청률이 보람을 주는 건 아니지만 살아가는 원동력 돼 중요하다. 다행히 1회를 보고 되겠다고 생각했다. 감동 받았다. 대박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초반에 시청률이 올라가서 그나마 덜 부담스럽게 썼다.

Q 논리적인 전개에 대해

10년 정도부터 리얼리티, 과학적인 논리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서서히 지겨워하지 않나 한다. 어떻게 보면 개연성이 없지만 확 튀면서 논리 없는 세계로 들어가는 거다. 논리는 이미 머
릿속에 다 있다. 그다음은 시각적으로 뭘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인현
왕후의 남자' 할 때만 해도 말이 되느냐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은 판타지 시대여서 말을 안 해도 다 안
다. 부적 같은 것도 설명 안 해도 납득하고 넘어간다. 'W'도 이미 머릿속에 있구나 생각했다. 판타지가 그 단계가 됐구나 싶었다. 설명 안 해도 호응도가 높더라.

Q 창작의 근원을 어디서 찾았나

조카들이 중학생인데 책을 학원에 가서 읽더라. 어렸을 때 난 안 그랬다. 책을 읽다 애들과 싸우다가 놀다가 그랬다. 요즘은 놀이를 하러 어딜 가야 되는데 체계적으로 교육이 되지만 허무함을 느꼈다. 힘들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든다. 창작이란 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거다. 그림을 보다 갑자기 창조적인 피조물이 생각난다. 기술적인 건 중요하지 않다. 배우는 게 아니라 갖고 놀아야 된다. 일상적으로 체화돼야 한다. 잡지도 보고 TV도 보면서 티끌이 모아진다. 고야의 그림도 옛날부터 좋아했는데 다시 한 번
보니까 더 뚜렷하게 생각났다. 지금부터 생각나야지 하는 게 아니라 떠오른 거다. 교육을 받은 게 아니
라 잡다한 일을 하다 융합된다. '지금부터 판타지 해야지'라는 개념을 세우는 순간 상상이 안 된다. 대신 시작은 굉장히 어렵다. 하다 보면 이렇게 자유로운 세상이 있을 수 없다. 

Q 사전 제작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전 제작이 좋긴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게 어마어마한 노하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작가도 감독도 잘해야 한다. 감정선이 고조되는 과정이 있지 않나. 영화는 짧아서 가능하지만 드라마는 16시간짜리를 감정의 흐름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에 노하우가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면 성공이고 그게 아니면 도박이다.

Q 웹툰이 끝났는데 강철이 넘어오는 건 설정 오류가 아닌가.

내 생각 안에서는 오류가 아니다. 인지의 차이다. 너무 뛰어넘는 개념이긴 하지만 내 입장에선 논리적이다. 처음에는 초월적이라는 생각을 안 했고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서 두개의 세계를 인지했다. 인지하는 순간 이 세계는 그 세계가 된 거다. '나인'에서 박선우는 틀 안에서 결국 죽었는데 이번에는 틀을 인간이 만든 거다. 강철이 설정값이라는 걸 받아들인 다음에 오성무에게 총을 쐈다. 그때는 받아들여서 그 세계가 종속된 세계가 됐다. 다시 태어나서 대등한 세계라고 인지한 순간에는 대등한 세계가 됐다.

강철이 대등한 세계라고 본 순간 웹툰도 끝이 안 났다. 강철이 그걸 인지하는 게 중요한 일이어서 죽기까지 하고 그랬다. 강철이 오겠다고 생각해서 온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음대로지만 내 생각에서는 오류가 아니다.

Q 반지 낀 시체는 무슨 뜻이었나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청자들이 오해를 오래 하시더라.

Q 로맨스에 집중된 이야기 써볼 생각은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 나이가 드니까 '흉내 내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시트콤을 할때는 그 세대라서 공감하면서 썼는데 지금은 추억을 더듬으면서 쓰는 기분이다. 자신이 없어져서 쓰고 싶어도 못 쓰지 않나 한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종석 씨도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다. 왜 이렇게 늙은 마음인지, 그런 얘기를 해주기도 했다. 주인공의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Q 과대평가해줘 큰일이다. 숨어서 잊힐 때까지 안 나타나겠다. 지금 말씀드린 것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감사하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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