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양수경이 다시 마이크를 잡기까지는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 흐르고 또 한번 강산이 모습을 달리할 때쯤, 양수경은 그토록 원하던 무대 위에 섰다.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등을 히트시킨 양수경은 90년대 내로라하는 디바 중의 디바였고,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까지 상을 휩쓰는 스타였다. 하지만 그녀는 예상치못한 이별과 아픔을 겪으며 대중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남편과 여동생,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주변에선 많은 말들이 오고갔지만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조용히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고, 자신이 다시 무대에 설 그 날들을 그렸을 뿐이었다. 그 시간동안 '다시 노래 하리라' 수없이 다짐했던 그였다.
-17년만의 컴백인데 기분이 어떤가.
"2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중압감은 없이 시작했다. 방송국에 가도 파티 가는 것 같고. 그런데 아무래도 오랜만에 나왔으니까 신인 때보다 방송 하나 나가는게 더 걱정되고, 긴장된다. 옛날을 회상하며 추억에 젖고 싶진 않지만 '그런 시절이 나한테 있었구나' 느낄 수 있는 건 좋다. 사실 이런 인터뷰도 생소하다. 환경이 많이 달라지다보니 예전의 시간에서 나 혼자 슉 날라온 거 같다. 시골에서 도시로 전학 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컴백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컴백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사실 내가 은퇴한 적은 없었다. 늘 '올해는 해야지' 그러다가 시간이 지났다. 사실 다시 나와서 흘러가는 사람이 되면 어떡하나, 예전의 나를 망치고 더 우스워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주저한 것도 있다. 그런데 예전하고 생활이 많이 바뀌고 나이도 있으니까 더 이상 멈칫 하다가는 노래를 못할 것 같았다. 나이 들어서 용기 내기가 쉽지 않지 않나"
-20여 년 동안 노래에 대한 열망도 남달랐을 것 같다.
"그래서 되게 힘들었다. 하고 싶은 걸 못하는게 얼마나 답답한지 상상도 못한다. 양수경에게 노래를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산소같은 거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살고는 있는데 노래를 못한다는 게 되게 힘들었다. 근데 엄마였고,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다. 충실해야할 것들에 충실하게 살았다. 자주 얘기했던 거지만, 불빛이 그리웠다. 조명이. 아이를 임신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먹고싶은 게 생각나는데 나는 나한테만 비치는 파란 조명이 생각나더라. 거기에 못 선다는 서러움이 있었고, 자동차 불빛만 봐도 설렜다. 그 불빛이 그렇게 좋다"
-갑자기 사라진 후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가수 중 하나였다.
"사라지고 싶지 않았고, 사라지지 않았다. '이거 지나면 노래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힘든 이별들이 나에게 많았다. 가수가 아니고 일상 생활 하는 건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다. 그냥 마음 아픈 이별들이 몇 번 있었다. 그래서 노래 하는 것도 좀 늦어졌다. 그런 아픈 시간들이 모여져서 노래할 수 있는 용기, 노래하는 의미들이 생긴 것 같다"
-노래하는 의미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일까.
"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돈을 벌려고 가수가 됐고, 벌었다. 호화롭진 않았지만 어렵지도 않은 생활을 했다. 근데 어느날 갑자기 모든 생활이 뒤바꼈다. 분신같던 여동생을 잃었고, 동생 아이 두 명을 입양했다. 이제 세 아이의 엄마고 그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데 내가 제일 잘하는일이 노래니까 노래가 하고 싶었다"
-컴백 준비 과정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보여지는 직업이니까 살빼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나이가 있으니까 안먹으면 쳐지기 때문에 먹으면서 운동해서 14kg 정도를 감량했다. 노래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아니더라. 회사 대표도 어디서 노래하지 말고 연습하라고 했다. 베스트앨범을 녹음하는데 세 번을 주저앉아서 울었다. 프로듀서 하광석 씨가 도움을 많이 줬다"
-신곡 '사랑바보'는 슬픈 노래다.
"사실 이별노래나 아픈 사랑노래는 부르고 싶지 않았다. 밝고 명량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고, 회사에서도 활기차게 예쁘게 잘 사는 모습 보여주자, 그런 느낌에 맞는 노래 찾자' 했는데 다들 나한테 곡을 주시는 게슬프고 애절한 사랑얘기가 많더라. 처음엔 그게 싫었는데 잘 표현하면 나쁘지 않다 싶어서 받아드리려고 한다. 10집도 구상 중에 있는데 그땐 좀 빠른 노래 하고 싶다"
-이번 앨범에 리메이크 곡들이 있다.
"여진 선배님의 '그리움만 쌓이네'와 나훈아 선배님의 '갈무리'가 들어갔다. 가수로서 나훈아 선생님을 존경하고 곡들을 많이 들었는데, 그 중에서 '갈무리'가 너무 좋았다. 그냥 깨끗하게 발라드처럼 불렀다. 허락받기 어려울 거라고 그랬는데 나훈아 선생님 쪽에 전화하니까 리메이크를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녹임이 끝나자마자 '콘서트 7080' 준비하느라 그것만 했는데, 이제 여진 선생님이나 나훈아 선생님 찾아봬야할 것 같다" ([XP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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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②] 양수경 "추억에 기대는 가수는 되고 싶지 않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