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얼마나 큰가. 드라마 '결혼계약'은 MBC, 배우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에게 깜짝 선물같은 작품이었다. '그저 그런 뻔한 멜로 드라마'로 시작한 '결혼계약'은 8주 후 어떤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가슴에 새겨졌다.
MBC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돈 밖에 몰랐던, 하지만 강혜수(유이 분)를 만난 뒤 진짜 사랑을 알게된 용기있는 남자 한지훈을 연기한 배우 이서진을 엑스포츠뉴스가 만났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결혼계약'에 품은 애정과 작품을 위한 고민들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결혼계약', 처음부터 무조건 슬프게 끝나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지난달 '결혼계약'은 열린 결말로 16부작의 마침표를 찍었다. 행복한 결말을 바라는 시청자들도 더러 있었지만 김진민 PD와 정유경 작가는 혜수, 지훈, 그리고 은성이 언제가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하루 하루를 사랑하며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열린 결말이지만 이서진은 혜수가 죽는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무조건 슬프게 끝나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우리 드라마는 현실적이다. 갑자기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 전까지 혜수가 아파서 슬펐던 것들이 허무한 코메디가 된다. 그렇다고 혜수가 죽은 후 엉엉 우는 건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마지막 회 대본을 보고 작가님이 정말 훌륭하게 잘 써주셨다고 생각했다. 슬프지만 미소지을 수 있게 끝난 게 좋았다."
김진민 PD, 요구하는 것 너무 많아…살 많이 빠졌다
드라마가 전개되고 감정이 깊어질 수록 이서진도 점차 야위어갔다. 이서진은 강제 체중감량을 김진민 PD의 디테일한 연출 탓이라고 말했다.
"아시겠지만 드라마가 감정신이 많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모든 장면에 감정을 고조시켜야 했다. 게다가 김진민 PD가 요구하는 게 많다. 나도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 하는데 김진민 PD는 항상 그것의 두 배, 세 배를 요구한다.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김진민 PD의 연출력은 드라마 팬들 사이에 이미 유명하다. 이서진은 김진민 PD의 연출 스타일에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의욕을 북돋아줘 좋았다고 했다. 김진민 PD의 연출이 빛난 장면 중 하나는 14회 엔딩신이다. 지훈이 돈과 명예, 가족을 모두 버리고 혜수에게 달려오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연출의 승리다. 대본에 꽃 들고 가는 설정은 없었다. 또 원래 대본은 혜수를 안고 우는 거였다. 그런데 김진민 PD는 무조건 밝게, 미친 듯이 밝게 가자더라."
그 결과 '결혼계약'의 명장면으로 빠짐없이 언급되는 신이 완성됐다.
'결혼계약' 한지훈이 울지 않는 이유는
김진민 PD가 14회를 '미친 듯이 밝게 가자'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서진은 "한지훈은 죽어가는 강혜수 옆에서 한 번도 울지 않는다. 한지훈의 역할은 강혜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슬픈 것은 안 보일때 하고 여자 앞에서는 무조건 밝게 가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지훈이 강혜수 앞에서 우는 신은 딱 한 번, 그것도 강혜수의 병을 알기 전에 나온다. 이서진은 평소 진짜 슬픔은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 끝까지 누르고 참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강혜수에게 지질하게(?) 매달릴 때 만큼은 "한지훈의 마지막 진심이었기 때문에 김진민 PD가 요구했다"고 예외를 뒀다.
다음 작품도 멜로?
이서진의 대표작은 다 짙은 멜로 드라마다. 그의 인생작으로 꾸준히 거론되는 '다모'를 비롯 '불새', '연인'도 그렇다. 예능으로 멜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결혼계약'으로 보란 듯이 날려버린 이서진은 의외로 "멜로를 또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서진은 장르 드라마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장르 드라마 굉장히 좋아한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장르 드라마가 많이 나올 것이다"라며 하고 싶은 역할까지도 구상 중이었다. 이서진은 "성직자인데 밤에는 살인을 저지르는 거다. 이유 없이 악한 인물이 아닌, 배트맨처럼 명분이 있고,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서진을 곧 OCN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XP인터뷰②] '멜로킹' 이서진이 말하는 사랑·연애·결혼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