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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그가 '노력'이란 단어를 가슴에 새긴 이유 (인터뷰)

기사입력 2015.05.10 09:00 / 기사수정 2015.05.11 12:15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블러드'에 빠져 살았던 지난 몇 개월. 종영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보였던 정해인은 인터뷰 사진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서자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어느새 주위 분위기를 밝게 이끈다.

"역시 카메라 앞에 서야 하나 봐요, 힘이 나네요"라고 환하게 웃는 얼굴과 자신의 군 입대, 전역 날짜 등을 얘기하며 숫자를 줄줄 말하는 모습에서는 '블러드' 속 주현우의 해맑음이 스쳐간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는 배우로, 일상에서는 듬직한 아들이자 형, 좋은 벗으로 자신의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워가고 있는 데뷔 2년차, 정해인을 만나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눴다.



▲ "'블러드' 속 주현우, 떠나보내기 아쉬웠다"

정해인은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가 시청자와 팬들에게 남긴 '최대 수확' 중 하나로 손꼽힌다. 두뇌부터 외모까지 모든 게 완벽한 팔방미인 재야감염학자 주현우를 연기한 정해인은 드라마 특성상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비타민 같은 역할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

몇 달 간 쉼 없이 달려왔기에 "드라마 끝난 후에는 가족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냈다"고 그간의 근황을 전한 정해인은 "드라마가 20부작이라는 게 많이 아쉬웠다. 더 했어도 될 것 같았는데. 스태프와 배우 선배님들, 동료들이 정말 그립다"고 회상하며 웃어 보인다.

극 중에서 현우는 종영을 한 회 남겨두고 죽음을 맞았다. 현우가 죽는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실제 연기를 하면서 정해인이 느꼈던 슬픔과 먹먹함은 더 컸다. "현우가 죽지 않길 바랐었다"는 말에 정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러길 바랐다.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지상이 형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상황, 아직 뭔가를 다 해주지도 못했는데 가야 하는 그 입장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실제 촬영할 때도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며 마음속에 남은 여운을 꺼내놓는다.

본래 대본상의 현우는 15회 즈음 죽는 캐릭터였단다. 하지만 '블러드' 속에서 현우가 만들어내는 타인, 그리고 로봇 '러비'와의 조화는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매력을 발산시켰고, 그런 흐름을 읽은 작가의 힘으로 현우는 시청자의 곁에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됐다.

"작가님이 '너 죽여서 시청자게시판에서 욕 많이 먹었다'고 하시더라"며 너스레를 떨던 정해인은 "내가 잘 해서라기보다는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그렇게 보일 수 있던 것 같다"며 겸손하게 몸을 낮췄다.

'블러드'는 지상파 드라마 최초로 시도된 '판타지 의학드라마'였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만큼, 많은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시청률 수치가 다소 낮게 나왔던 점은 아쉬울 법도 하지만, 정해인은 "누구나 안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정말 대박 시청률 드라마 못지않았다"며 다른 어느 곳보다도 돈독하고 화기애애했던 '블러드' 현장을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정해인이 아닌 '주현우'로 살았던 시간들. 그래서 그는 '아직도 마음속에서 작품을 떠나보내기 조금 어려운 것 같다'며 이내 먹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그래야 좋은 연기 나온다"

2014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한 정해인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사이에 빠르게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배우 중 한 명이다. '백년의 신부'에 이어 tvN '삼총사'와 영화 '레디액션 청춘', 그리고 올해 영화 '장수상회'와 지상파 첫 출연작인 '블러드'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 다양한 경험을 쌓아오고 있는 중이다.

'장수상회' 오디션 당시에도 단번에 강제규 감독의 눈에 들었고, 정해인 스스로에겐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가진 '블러드' 출연이 결정됐던 것도 "같이 하고 싶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기민수 감독의 러브콜이 있었다.

본인의 노력은 당연하겠지만, 여기에 '운'같은 좋은 기운이 자연스레 잘 따르고 있는 듯한 느낌도 가득하다. 정해인은 이에 대해 솔직하게 "운이 좋았던 거다. 그래서 어디 가서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 겸손해 보이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운이 좋았던 거라고. 그 운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몇 배로 더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며 힘주어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남들은 이 운과 기회를 한 번 더 얻으려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나. 거기에 비해 나는 다소 쉽게 들어온 이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더 애써야 하고, 부여잡아야 하는 거다"라고 소신을 얘기하는 모습에서는 남다른 의지 역시 함께 엿보인다.

1988년생인 정해인은 올해 28살이다. 연예계 기준으로 볼 때는 다소 늦을 수도 있는 데뷔. 하지만 정해인은 '배우'라는 수식어를 자신의 이름 앞에 정식으로 달기 전까지 '자신이 왜 이 길을 걷고 싶고, 걸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몸소 행동하며 스스로를 다지는 시간으로 만들어왔다.

정해인은 자신의 군대 시절을 예로 들며 "20살 전까지는 혼돈의 시기를 보냈다. 21살에 군대를 가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연기를 하자.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빵을 정말 좋아해서 지금보다 살이 좀 쪘었는데,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12kg를 뺐다. 그때 마음은 정말 '내가 이걸 못하면 연기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독종'이란 소리까지 들으면서 그만큼 악착같이 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여담으로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며 자신이 다소 통통했던 그 시절을 공개하는 것에도 전혀 두려움이 없다고 전하는 그에게선 '인기 많은 대학 선배'의 이미지 역시 함께 떠올랐다. '군대에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말처럼, 그는 전역한 이후 남은 학교생활을 마치고 현 소속사(FNC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 돼 '배우' 정해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연기의 어떤 점이 그를 끌어당겼던 것일까. 정해인은 "내가 즐겁다. 일을 하면서 행복함을 느끼는데, 돈도 벌 수 있고. 그런데 내 연기를 보고 시청자와 대중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건 더 금상첨화지 않나. 내 존재감을 되새길 수 있는,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 것 같다"고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연기할 때는 200%를 준비해야 100%가 나오더라'며 일적으로는 정말 '완벽 주의자'를 꿈꾸고, 실제 그렇게 노력한다는 정해인. '만만치 않은' 현장 속의 어려움을 매번 몸소 느끼고 있지만, 영화 '장수상회' 출연진 자막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갔던 순간과 '블러드'로 대중에게 인사할 수 있던 점, 가족과 친구들의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감사히 보낼 수 있다는 것들이 그를 더욱 힘나게 해 준다.

"제가 다산 정약용의 6대 직계 후손입니다"라고 족보를 읊어주며 웃던 정해인은 자신의 지원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수상회'를 보면서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작품을 못 보여드린 점이 너무 아쉬웠다. 제가 장손이고 장남인데, 그래서 가족들에게는 더 잘 하려고 한다. 그만큼 부모님은 지금도 저의 가장 큰 팬이자 지원자다. 남동생도 마찬가지고. 나까지 4명, 정말 '오른팔 왼팔'처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는데 각자 서로 하는 일이 다 달라 바쁜데도 내가 나오는 작품을 다 보고 다 편집까지 해서 보내준다. 기사 댓글을 캡처해서 보내주는 것은 물론이고.(웃음) 정말 알토란같은, 고마운 친구들이다"라고 또박또박 얘기하는 모습에선 인간미 넘치는 면모도 함께 느껴졌다.

앞으로 그리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그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사람이 있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 부모님의 영향도 그렇고, 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좋은 사람과 좋은 배우,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배우로서는 이제 출발선에 선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고 볼수록 궁금해하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남은 20대를 알차게 보내고 싶다'고 말한 정해인. '남들보다 일을 좀 더 늦게 시작했기에, 얼마 안 남은 20대는 좀 더 바쁘고 전투적으로 살고 싶다'는 그에게서는 '노력'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새기고 살아가는 이유가 누구보다 명확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은 정해인.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함께 소신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낼 그의 다음 한 걸음 한 걸음에 기대가 모인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정해인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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