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시즌제 메디컬 범죄수사극 OCN '신의 퀴즈'. 탄탄한 스토리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시즌 1, 2 모두 성공을 거둔 가운데 지난 5월 20일 부터 시작한 시즌3이 12회로 종영했다. 8주간 최고시청률 2% 돌파, 케이블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등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시즌 3이 남긴 것들은 무엇일까.
■ 희귀병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인간과 사회의 내면
'신의 퀴즈'는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의 의사들이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희귀병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다. 매회 다른 소재와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시즌3에서는 겉은 멀쩡한데 속이 곪거나 두 얼굴을 갖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이전보다 더 내밀하게 인간과 사회의 내면에 대해 보여줬다.
1회 '미확인 생명체'에서는 희귀 유전성 골질환인 '관절이완 및 협지형 척추골단골간단이형성증' 환자가 미라가 돼야했던 비애가 밝혀졌다. 2회 '호스피스'에선 만성염증성 질환인 '베체트 병'을 다루면서 호스피스와 병원의 숨겨진 진실을 밝혔다. 3회 'CRPS'에선 묻지마 폭행으로 인해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만성적 신경병성 통증)를 앓게 된 환자가 원인제공자들을 죽여 가는 이야기가 방송돼 심금을 울렸다.
4회 '지옥도'에서는 장애여성과 그 아들이 퍽치기 연쇄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그리면서 '하이랜더 증후군'(성장 호르몬 결핍으로 신체 노화 진행 되지 않음)을 다뤘다. 5회 '데스마스크'에선 만성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라는 희귀병을 다루면서 예술에 대한 집착으로 미친 여성을 보여줬다. 6회 '이명관 의원 살인사건'은 유력한 용의자인 둘째 아들이 '클라이레빈 증후군'(수면과다증 반복되는 질환)을 앓는 상황에서 범인을 찾는 내용이었다.
7회 'Toxic Drama'에선 유전적 희귀질환 '지틀만 증후군'(콩팥 내 원위세뇨관의 결함이 원인)을 다루면서 연이은 수술 중 각성에 따른 사망에 대한 원인을 밝혔다. 8회 '원귀'에선 '라포라 병'(유전성 진행성 간대성 근경련 간질 증후군 중 하나)이 다뤄졌고 환각 속에서 한진우가 '다크 진우'를 마주하는 내용이 방송됐다. 9회 '한진우 신드롬'에서는 분열된 인격인 '다크 진우'가 사건을 해결하고 '한진우 신드롬'을 발표하는 내용이 방송돼 긴장감을 더했다.
10화 '시냅스'에서는 시냅스 이상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 죽음을 두고 펼쳐지는 위험한 게임이 방송됐다. 또 의문의 인물 조완호가 자살하고 천재살인마 서인각(고경표)이 형체를 드러냈다. 11회 '팬텀 인 더 브레인 1부'에서는 정신분열이 심화된 한진우 박사의 모습과 서인각의 실체가 상세히 그려졌다. 이들의 대결에 대해 초점이 모아지는 형국이었다.
12회 '팬텀 인 더 브레인 2부'는 다크 진우가 진짜 팬텀이라는 반전으로 눈길을 끌었다. 팬텀의 글에 대한 IP 추적 결과 가설과 학설은 만들어 낸 진짜 팬텀은 '다크 진우'였고 서인각은 그 이론을 실천에 옮겨 실행한 가짜 팬텀이었다. 한진우 박사는 장 교수가 만들어준 기계를 이용해 다른 인격을 잠재우고 장 교수를 죽음으로 이끌고 많은 살인을 저지른 서인각을 응징했다. 그러나 1년 후 강경희 형사를 만나러 가다가 기계를 떼어낸 후 쓰러지는 한진우 박사의 모습이 그려져 죽음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남겼다.
■ 한진우 박사(류덕환)의 정신 분열로 인한 긴장감 심화
'신의 퀴즈'에서 중심축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한진우 박사다. 명석한 두뇌, 폭넓은 지식과 따뜻한 마음씨로 한진우 박사는 미궁에 빠진 범죄들을 파헤쳐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즌 3에서는 앓고 있던 희귀병이 심해지면서 정신분열로 인해 자신에 대한 통제를 잃어가는 한진우 박사의 불안한 모습들이 보여 졌다.
극중 인물들과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한진우 박사를 흔들리게 함으로써 스토리 전개에 긴장감을 더한 것이다. 특히 11회에서는 한진우 박사의 인격이 깨어있을 때도 '다크 진우'의 인격이 나타나 함께 팬텀과 싸울 것을 제안하는 등의 모습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최종회인 12회에서는 능력으로 세상을 바꾸고 그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뭉친 '다크 진우'가 팬텀이란 이름으로 가설과 학설을 세웠다는 것이 드러났다. 단지 욕망이었던 그것은 가짜 팬텀 서인각의 성공한 실험을 보고 각성하게 된 것이다. 서인각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후 모든 일들을 되짚어보는 한진우 박사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줬다. 특히 수술대에 놓인 '다크 진우'의 환영을 보면서 읊는 한진우 박사의 내레이션은 욕망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욕망이라는 빛이 내 모습을 관통하면 그림자는 거대한 괴물이 되고 겸손이라는 빛이 내 모습을 관통하면 그림자는 소박한 친구가 된다. 결국 그림자의 문제가 아닌 빛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빛을 어느 방향에서 얼마나 비출지는 철저히 각자의 몫이다"
■ 새로운 캐릭터, 배태식 형사(안내상)와 서인각(고경표)
시즌 3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투입돼 재미를 더했다. 그 중 핵심은 배태식 형사와 서인각이다. 강경희 형사의 해외 연수로 법의학 사무소 전담 수사팀을 맡게 된 배태식 형사는 한진우 박사와 티격태격하면서도 환상 호흡을 자랑했다. 모든 사건이 완료된 12회 후반부에 배태식 형사는 한진우 박사와 대화를 나누다가 대구로 발령 났다는 것을 알려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서인각은 7회 SMDS(청장년급사 증후군)로 사인이 판명난 양주형의 죽음에서부터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죽음에 의심을 품은 배태식 형사와 한진우 박사가 양주형의 동료인 조완호를 집중탐문하면서 그의 실체에 서서히 가까워진다. 거기에 '다크진우'가 양주형의 죽음이 실은 초음파, 초단파 고문에 의한 것이라는 소견을 알리면서 긴장감은 더 심해진다.
서인각은 치밀하고 내밀한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천재 살인마다. 서인각은 시냅스 조작은 몰론 초음파, 초단파 고문, '대뇌 비강 흡입술'을 이용해 사람의 뇌를 빼내는 방식, 전류 등을 이용해서 살인을 저질렀다. 또 한진우 박사에게 "알게 돼서 영광입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는 뇌에 관한 이론을 세운 진짜 팬텀 '다크 진우'에게 보내는 말이었다.
서인각이 조종하던 인물들에겐 뇌수술 후 뇌신경학적 희귀질환을 앓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조완호는 찰스 보넷 증후군(두뇌 시각 경로 손상으로 생생한 시각적 환각 경험)을, 서상린은 카프그라 증후군(친밀한 사람에게도 친밀감 느끼지 못함)을, 도채경은 코타르 증후군(자신이 죽었다고 생각)을 앓았다. 그러나 서인각도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클뤼버 부시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12회에 드러났다. 인간에게 불필요한 감정들을 제거해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서인각의 실험 목표는 발병 후 생겨난 비뚤어진 신념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바닥에 널브러져 몸을 떠는 그의 모습이 씁쓸하게까지 느껴졌다.
한편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이슈청원 게시판에 지난 3일부터 신의 퀴즈 시즌 4 제작 청원 서명운동이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시청자들의 사랑과 자발적 청원 속에서 이어져 온 신의 퀴즈. 신의 퀴즈 시즌 3은 끝났지만 한진우 박사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으로 끝난 만큼 시즌 4가 제작될 수 있을지, 시즌 4가 제작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남긴다.
[글] 방송연예팀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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