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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녹인 '해빙'②] 조진웅 "캐릭터로 들어가는 작업, 괴롭지만 행복" (인터뷰)

기사입력 2017.03.11 09:00 / 기사수정 2017.03.10 16:23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괴로웠지만 신명났다'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문장은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 속 배우 조진웅이 연기한 모습이라면 보는 이들을 납득시키고,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조진웅이 '해빙'을 통해 자신 앞에 놓인 또 다른 도전을 겸허하게 완성했다. '해빙'에서 조진웅은 내시경 전문 내과의사 승훈 역을 맡았다. 승훈은 강남에서 개업한 병원이 문을 닫은 후 변두리에 있는 신도시에 있는 선배의 병원에서 계약직 의사로 일하게 된다.

무리하게 끌어다 쓴 사채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고, 이혼까지 겹치며 골머리를 앓는다. 게다가 승훈이 적을 옮긴 도시는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곳. 세 들어 살던 정육식당 원룸의 주인인 성근(김대명 분)의 치매 걸린 아버지 정노인(신구)이 수면 내시경 도중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살인 고백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승훈의 악몽은 시작된다.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었다"고 '해빙'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는 긴장감,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서 그것을 오롯이 끌고 가야 하는 숙제를 안는다는 것은 조진웅으로서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조진웅은 "굉장히 난해하잖아요. 쉽게 설명이 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독님과 조금 더 얘기를 하고 싶었고, 그러다 작업을 하게 됐죠. 딱 들어가서는 '내가 왜 한다고 그랬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쉽지 않은 작업이니까요"라고 웃으며 "그렇지만 사실 또 연기를 막상 하니 엄청 재미있더라고요. '해빙' 승훈 캐릭터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까 거기까지 가는 것이 굉장히 괴로운 작업이에요. 하지만 또 그런 것을 배우가 맞닥뜨리는 것은 행운이죠"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스릴러 장르가 가진 묘한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던 시간이었다. 특히 '해빙'은 결말로 다다를수록 꼬리를 물었던 의혹들을 퍼즐 맞춰가듯이 다시 짜맞춰보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조진웅은 "스릴러물은 또 극장이라는 공간이 갖는 묘한 매력과 함께 보면 다르잖아요. 제가 '해빙'을 보니 머리를 싸매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구조였고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어떤 승부수라고 하면, '분명히 해결이 된다'는 것이죠"라고 강조했다.


'예민미(美)'라는 말로 불릴 만큼 영화 속 승훈이 보여준 날선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계속해서 회자되는 부분 중 하나다. "감독님과 치열한 대화를 했죠. 넘지 말아야 될 선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작용한 부분도 있어요. 제게도 좋은 공부가 됐죠"라고 밝힌 조진웅은 함께 한 동료, 선배 배우들과 감독에 대한 믿음, 또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중요했다고 말을 이었다.

연출부 막내가 내과 의사를 연기하는 조진웅을 위해 대장내시경을 받으면서 동영상 촬영을 해 도움을 준 사연을 떠올리며 "그런 것들이 조각조각 모아져서 승훈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해빙'을 촬영하며 내내 염두에 뒀던 생각은 '계산하지 말고, 내게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안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하나의 각오였고 도전이었다"고 말한 조진웅은 "그건 어떻게 보면 저 자신만 알 수 있는 것이거든요. 계산된 연기는 전 느껴지니까, 그럴 때는 '다시 하자'고 말하고요. 이렇게 인위적인 것만 만나다 보면 무너질 것 같아서 겁도 나고 하지만, 승훈의 불안하고 예민한 요소를 발현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팀워크도 중요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다들 내 편이 돼 주니 얼마나 그 작업은 신명났겠어요"라며 웃음 짓는다.

이 외에도 '해빙'에서는 조진웅의 전 부인으로 등장하는 윤세아(수정 역)와의 멜로 신과 롱테이크로 진행된 극 후반부 취조실 신까지, 조진웅의 열연을 마주할 수 있다.

"윤세아 씨와 함께 한 장면은 세아 씨가 워낙 그 장면에 대해 심적으로도 많은 준비를 해 온 상태였고, 저를 편안하게 해줘서 부담감 없이 잘 촬영할 수 있었어요. 취조실 신은 힘들었지만, 그렇게 몰입해서 작업하는 것이 정말 굉장히 큰 기쁨인데 사실 그 기분은 저밖에 모르거든요.(웃음) 그 당시에는 그 상황을 위해서 지금까지 탑들을 쌓고, 쭉 달려왔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빙'을 보고 '재미있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이정표대로 왔구나, 완주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관객 분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조진웅은 "사실 '해빙'이 지금 시국에 '힘내세요'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제가 시나리오를 읽고 빠져들었던 그 느낌이 있었듯이, 객석에서도 영화를 보고 분명 저와 비슷한 지점을 느끼는 관객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소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요"라고 털어놓았다.

조진웅의 시간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해빙'에 이어 촬영을 마친 '보안관'과 '대장 김창수', '공작'까지 관객들에게 보여줄 새로운 작품들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조진웅은 "항상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자 노력해요. 해답은 시나리오 안에 있겠죠"라고 웃으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은 연기를 그만두는 순간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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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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