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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②] 열여덟 김향기가 되새기는 책임감 "기억해야 할 이야기" (인터뷰)

기사입력 2017.03.01 06:50 / 기사수정 2017.02.28 22:3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그 당시 16살, 중3 올라갈 때여서 반 배정을 받았었을 때였었어요." 배우 김향기가 2년 전 '학생 김향기'를 회상하며 얼굴에 미소를 띤다. 당시 3·1절 특집극으로 방송됐던 '눈길'(감독 이나정)이 정확히 2년 후, 다시 3·1절에 극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 분)과 영애(김새론)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감동 드라마. 김향기는 꽃다운 열다섯 살에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막사로 끌려가게 된 최종분으로 분해 그 시대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눈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향기는 "'눈길' 드라마도 두 번 정도 봤거든요. 드라마는 1,2부로 나뉘었었는데 영화에서는 없던 장면이 추가되고, 또 큰 스크린에서 (1·2부로) 끊기지 않고 쭉 보니까 그 느낌이 더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았어요. 또 영화를 통해서 더 많은 분들이 '눈길'을 접하실 수 있으니까, (촬영한지는) 오래됐지만 좋은 기억인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눈길'을 찍을 때 16살이었던 2000년생 동갑내기 김향기와 김새론은 어느덧 18살 고등학생이 됐다. 시간은 지났지만, '눈길'을 맞이하는 기분은 그 때와 지금 모두 변함없다.

"그때 연기했던 게 사실 기억이 뚜렷하게 나지는 않아요.(웃음) 보통 영화를 보면 제 연기가 먼저 보이게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눈길'은 그런 것보다는 분명 내가 찍은 작품이고 이미 여러 번 봤는데도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고, 목이 메는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날 김향기가 입은 원피스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후원하기 위한 위안부 소녀상 배지가 달려 있었다. 사춘기 시절을 '눈길'과 함께 보낸 김향기는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한층 더 성숙시키는 것은 물론, 역사에 대한 생각도 한층 더 깊이 여겨볼 수 있었다.

김향기는 "보통 친구들끼리 모이거나 하면 재밌고 밝은 얘기를 많이 하는데, '눈길'을 촬영하면서는 위안부 문제에도 많은 관심이 생겨서 친구들과 (위안부 후원) 물품을 살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아 구입도 하고 그랬어요. 친구들도 많은 관심을 주더라고요. 또 역사를 글로 배우면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눈길'같은 경우는 수업시간에 교육용 자료로도 많이 보여줬다고 알고 있어요. 친구들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일 수 있던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라는 말을 많이 생각했던 순간들이었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진심을 다했다.

"아무래도 저희가 소중히 기억해야 될 이야기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크게 무언가를 하지 않고 조금씩만 노력해도 그 힘이 모이면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는 이제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노력을 하려는 편이죠."

함께 한 김새론과의 끈끈했던 우정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김향기는 "원래도 (김)새론이와는 좋은 친구였고, '눈길' 전에 작품도 같이 했었고요. 영화 속 역할도 친구여서 좀 더 편하게 잘 이뤄졌던 것 같아요"라고 웃음 지었다.

여기에 동생 종길 역할로 출연했던 장대웅에 대해서도 "실제로도 촬영할 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가 동생이 없고 오빠만 있는데, 아이들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동생이 생긴 것 같아서 재밌었죠"라고 덧붙였다.


2006년 영화 '마음이'로 데뷔한 후 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엄마의 손을 잡고 걸음 했던 촬영장이 어느덧 김향기에게는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 됐다.

"사실 저도 또렷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라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인 김향기는 "'마음이' 때는 아무래도 대본을 읽을 때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나이잖아요. 엄마 말씀으로는 엄마가 먼저 이야기하듯이 얘기해주시면, 제가 그 얘기를 들으면서 막 '슬플 것 같다'고 울었대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작품을 하나하나 하다 보니까 운이 좋게도 많은 작품을 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그 시작이 '마음이'여서 기쁘고, 촬영장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에 힘들어도 스스로 재미를 많이 느껴지면서 '연기를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평소 제임스 맥어보이를 좋아한다며 그를 롤모델로 꼽은 김향기는 최근 제임스 맥어보이가 출연한 '23 아이덴티티'가 다중인격을 다루고 있다는 말에 "예전부터 저도 다중인격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어렵겠지만, 여러 인물의 모습과 성격을 표현해낸다는 게 배우로서 욕심이 나는 장면인 것 같아요"라고 의지를 보였다.

김향기의 모습은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신과 함께'를 통해 올해에도 다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제가 나이가 어리고 하다 보니, 다들 편하게 대해주시려고 하고 잘 챙겨주시려 해요. 재미있게 잘 촬영하고 있어요"라고 전한 김향기는 "2년 뒤면 스무 살이 되는데, 제가 과연 '아역 이미지를 잘 떨치고 잘 해낼 수 있을까'란 고민도 되긴 해요. 그렇지만 그걸 고민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나이에 맞는 역할을 조금씩 열심히 해 나가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 나가려고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라면서 눈을 빛냈다.

김향기는 3월 1일 개봉하는 '눈길'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까지도 강조하고, 또 강조하며 의미를 되새겼다.

"저희 '눈길'이 위안부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무섭고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풀어나간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연기하면서도 많이 무섭고, 가슴이 아팠는데 제가 느꼈던 감정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요. 이걸 정말 잘 표현해서 화면에 잘 담고 싶었어요. 3·1절에 개봉하다는 게 너무나 뜻 깊은 일이잖아요. 그만큼 관객 분들도 많은 생각과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마음으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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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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