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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가족'D-DAY②] '순풍'→'웬만'→'똑살'…시트콤 명가 명성 이을까

기사입력 2017.02.20 13:00 / 기사수정 2017.02.20 12:03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지금은 자취를 감춘 장르지만, 방송 3사가 모두 시트콤을 제작하던 시기가 있었다. 시트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을 소재로 공감을 바탕으로 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에 처음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온 건 1990년 개국한 SBS였다. 방송사 중 후발주자인 만큼 나름의 킬러콘텐츠를 고민해야했고, 이는 시트콤이라는 신 장르 개척으로 이어졌다. SBS는 1993년 '오박사네 사람들'을 시작으로, 1995년 LA 교포들의 일상을 그린 'LA 아리랑', 1998년 '순풍 산부인과', 2000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시트콤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을 연달아 제작하며 시트콤의 원조다운 명성을 지켰다.

하지만 몇 번의 실패 끝에 SBS도 시트콤이라는 장르에서 손을 떼게 되고, 2012년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 이후로는 새로운 시트콤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러던 중 SBS는 그 어느때보다 웃음이 필요한 이 시기에 시트콤의 부활을 선언했다. '초인가족 2017'로 5년 만에 시트콤에 도전하는 SBS가 과연 시트콤 명가의 명성을 재건할 수 있을지, 그간 SBS 레전드 시트콤을 돌아보며 '초인가족'이 줄 재미에 대해서도 예측해봤다.


▲ 시트콤 레전드의 시작…김병욱 전성시대
우리나라 시트콤을 논할 때 김병욱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시트콤을 만들었으며, 또 가장 성공한 시트콤 PD기도 하다. 저마다 가장 재미있게 본 시트콤은 다르겠지만 그 시트콤 중 열에 아홉은 김병욱의 작품일 것.

MBC 라디오국에서 재직중이던 김병욱은 1996년 SBS 'LA 아리랑'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트콤에 발을 들여놓는다. 'LA 아리랑' 역시 시청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알린 작품.

이후 1998년 방송된 '순풍 산부인과'는 아직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레전드라고 꼽힐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시트콤이다. 전 국민이 산부인과 원장 오지명과 사위 박영규의 성대모사를 할 수 있었고, "엘리베이터에 나비 넥타이 낀 사연~ 그건 말로 못해~"로 시작하는 주제가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오지명, 박영규부터 미달이-의찬이-정배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인물들이 개성을 자랑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갔다.

'순풍산부인과' 후반 6개월을 쉰 김병욱은 '순풍산부인과' 종영과 동시에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는 또 하나의 레전드 작품을 탄생시킨다. 2000년 12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방송된 이 작품에서는 동작소방서에 근무하는 노주현을 중심으로 그의 아버지 노구(신구), 동생 노홍렬(이홍렬), 아들 노영삼(윤영삼)과 꼴통친구들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다룬다.

이 작품을 통해 노주현은 진지한 이미지를 벗고 코믹 연기의 대가로 이미지를 변신하게 된다. 시트콤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바보 캐릭터 노영삼은 캐릭터를 살려 다양한 레전드 에피소드를 만들었고, 마지막회에서 엄마 박정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결말을 보여주며 김병욱 표 충격 엔딩의 시초로 여겨진다.

'웬만해선' 종영 후 약 9개월 간 휴식을 취한 김병욱 PD는 이듬해 11월 '똑바로 살아라'로 돌아오면서 '순풍'-'웬만해선'-'똑살'로 이어지는 김병욱표 시트콤 트로이카를 완성한다. 배우이자 정형외과 이사장으로 살고 있는 노주현을 중심으로 똑부러진 장녀 노정윤(최정윤). 푼수 차녀 노민정(서민정), 사고뭉치 꼴통 막내아들 노형욱(노형욱)과 처제 이응경과 그의 남편 박영규의 이야기를 다룬다.

부유한 노주현 가족와 서민층 박영규 가족의 대비로 빈부격차를 풍자하기도 했다. 또 주현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형외과에서도 페이닥터 이리나(홍리나)와 안재환은 부유한 반면 간호사들은 물질적으로 쪼들리는 모습으로 대비시켜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확고하게 보여준다. 노주현의 매니저로 신인 시절 이동욱과 천정명이 등장하는 점도 시선을 끈다.  

이렇게 SBS를 시트콤의 명가로 만들어 준 김병욱의 시트콤은 시간이 갈 수록 시청률이 줄어들긴 했으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이나 웃음면에서는 어느 한 작품 빠질 것 없이 호평을 받았다.


▲ 스타의 산실, SBS 청춘시트콤

연이은 시트콤의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SBS지만,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대표되는 MBC의 청춘시트콤 라인에는 유독 맥을 못추렸다. 당시 최고 시청률 36%를 기록하며 신드롬 수준으로 인기를 누리던 '남자 셋 여자 셋'에 대항해 SBS는 '나 어때'로 시작되는 청춘시트콤들을 연달아 방송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총 다섯 작품을 선보였지만, 시청률 면에서 크게 사랑받은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송혜교, 이요원, 김태희, 비, 이동욱, 최강희 등 SBS 청춘시트콤을 거쳐 온 스타들의 면면을 보면 SBS 시트콤의 선구안만은 인정해야한다.

먼저 남녀공학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남자 셋, 여자 셋을 중심으로 하숙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나 어때'는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 최창민과 송혜교의 러브라인으로 소소하게 주목을 받았으며, 정상훈, 김승현, 송은이, 조여정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방송된 '행진'에서는 대학 응원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뤘으며,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발달하던 2000년대에는 미니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골뱅이'가 방송됐다.

이성진, 이동욱, 안연홍, 이혜미 등 출연진들이 비슷해 동일 시트콤으로 착각하는 '딱 좋아'와 '레츠고'는 각각 의상학과와 영어 학원을 중심으로 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작품에서는 이동욱이 NRG 이성진의 절친 역할로 나오는 걸 볼 수 있고, '레츠고'에서는 김태희와 이성진이 커플로 나오는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놀이 테마파크를 배경으로 수상안전요원들의 일상을 담은 '오렌지'를 마지막으로 SBS 청춘시트콤은 막을 내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태희와 결혼한 비가 '레츠고'의 후속 작품이었던 '오렌지'에도 등장했다는 사실. 비 외에도 장근석, 조윤희, 한은정, 김정훈 등의 풋풋한 시절을 볼 수 있다.


▲ 귀신·연애·사기·청춘 등, 장르의 다변화

'똑바로 살아라' 이후 김병욱이 만들어 놓은 가족 시트콤 틀에 맞춰, 김병욱 없이 '압구정 종갓집'이라는 새로운 SBS 표 가족시트콤이 탄생했으나 별 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끝났다.

이어 2004년 방송된 '혼자가 아니야'는 가족 시트콤의 틀에서 벗어나 집에 귀신이 산다는 특이한 설정을 내걸었다. 잡지사 기자 신동엽이 감전사로 죽다 살아나 귀신 공형진을 보면서 생기는 일상을 유쾌하게 그렸다. 특히 공형진이 빙의된 상태를 연기하는 신동엽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잡지사 후배 남상미와 신동엽의 러브라인은 시트콤임에도 로코같은 설렘을 줬다. 하지만 스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자 조기종영을 하게 된다.

이에 다시 김병욱 PD를 소환한 SBS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박경림과 소유진을 내세운 연애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를 편성했다. 미술관 큐레이터 박경림과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살아가며 박경림에게 빌붙어 먹고 사는 소유진을 중심으로 20대 후반 여성의 일상을 이야기하고자했다. 하지만 14%라는 괜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제작비 대비 시청률이 좋지 못하다며 이 작품 역시 조기 종영을 결정했다.

이후 2년 가량 시트콤을 쉰 SBS는 이민호, 문채원, 박보영의 청춘 드라마툰 '달려라 고등어', 도사를 사칭한 2인조 강도단의 이야기를 다룬 '도롱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 등 다채로운 장르의 시트콤을 분비했으나 모두 시청률 면에서 실패하며 시트콤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 공감형 시트콤의 부활 '초인가족'

이랬던 SBS가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 이후 5년 만에 시트콤을 편성했다. 평범한 회사원, 주부, 학생의 일상 에피소드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모두 초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초인가족'이 바로 그 작품.

시트콤 명가 SBS가 5년 만에 내놓는 시트콤이라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과연 '초인가족'은 역사 속 수많은 SBS 시트콤처럼 즐거운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스타 발굴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20일 오후 11시 10분 첫 방송.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SBS

['초인가족'D-DAY②] 웃음이 가장 필요한 순간, SBS 시트콤이 돌아왔다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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