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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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이지훈 "허정은, 송중기 0순위…박보검보단 나"

기사입력 2017.01.21 14:40 / 기사수정 2017.01.21 14:35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밝고 유쾌한 이지훈은 없었다. '오 마이 금비'를 통해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해 본 이지훈은 본인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차치수를 통해 또 한 번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오 마이 금비' 속 악덕 사채업자 차치수의 검은 옷을 벗고, 뮤지컬 '영웅'의 정의로운 의사 안중근으로 돌아온 배우 이지훈을 엑스포츠뉴스가 만났다.

-첫 악역 연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긴 했다. 시청자 여러분께 반감을 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조심스레 시작했다. 차치수라는 역할은 시놉시스에는 악덕 사채업자라고 나오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 겪은 사건에 의해 삶이 송두리채 빼앗긴 아픔을 지닌 아이였다. 그 아픔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한 채 어둠속에서 살아간 인물이지만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변화할 수도 있었다. 감독님과 상의하며 차치수에 접근했다.

- '악덕 사채업자'라는 캐릭터 설명만 들으면 이지훈이라는 배우가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
: 처음 캐스팅보드에도 내가 아닌 좀 더 투박하고, 무섭게 생기고, 다른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하신 분들이 걸려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뻔한 생각을 뒤집어보자'며 '잘생긴 남자 둘이 대립각을 이루는 건 어떨까'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셨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 김영조 PD님이랑은 '근초고왕', '장영실'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이다.
: 감독님께서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시는 분이시다.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촬영 현장의 분위기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 그리고 공연을 좋아하셔서인지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하시는 분들이 감독님 작품에 많이 나오신다. 나도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 서 왔던 게 감독님에게 플러스 요인이었던 것 같다.

- 힐링드라마 '오 마이 금비'에 차치수라는 역할이 이질적이라는 평도 있었는데.
: 초반에는 차치수의 색깔이 드라마의 색이랑 겉도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종방연할때 작가님도 '초반에 많이 힘들었죠?'라고 물으시더라. 내가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드라마가 잘 진행되고 있다가 내가 나오는 순간 튀는 느낌이 들었다. 내 걱정을 말했더니 감독님께서는 괜찮다고 이대로가 좋다고 날 위로해주셨다. 남들이 뭐라든 본인은 키를 쥔 선장이 괜찮다고 하시니까 마음이 놓이더라. 그래서 꾸준하게 그 색을 밀고 나갔다. 

- 극 초반 차치수의 색은 검은색이었다. 극 중 금비(허정은)가 매일 검은색 옷을 입는 치수에게 "왜 아저씨는 매일 같은 옷만 입어요?"라고 묻는 장면도 있었다.
: 그 장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해당 장면이 내가 금비의 아빠가 아니라는 걸 밝히고, 화해를 하며 기분 좋게 걸어가는 장면이었는데 그냥 걸어만 가면 허전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정은이에게 그 대사를 넣어달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스타일리스트도 팬들에게 '왜 맨날 똑같은 옷만 입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아니다, 자세히보면 매일 바뀐다' 금비에게도 팬들에게도 해 주고 싶었다. 검은색 옷만 고수한 건 차치수라는 인물이 세상과 단절된 걸 표현하는 데 한 몫 했던 것 같다.

- 정은 양이랑 종방연에 손잡고 함께 입장하는 거 봤다. 정은 양 얼굴에 활짝 핀 미소를 보니 상당히 사이가 좋아 보였다.
: 정은이가 '오 마이 금비' 팀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나다. 초반에는 지호 아빠랑 붙는 장면이 많다 보니 지호 형을 제일 좋아했는데, 후반에 나랑 촬영이 겹치기 시작하면서 급 사랑에 빠졌다. 정은이 어머니 말로는 집에만 가면 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 정은 양의 애정도 순위에서 송중기 배우를 이길 수 있나?) 그건 아니다. 송중기는 0순위인 것 같다. 그런데 제작발표회 후 첫 인터뷰에서는 박신양, 박보검, 오지호, 나 중에 내가 제일 좋다고 꼽았다. 박보검한테는 이겼다. (웃음)

- 극 중 아빠였던 오지호 씨는 정은 양의 전화번호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지훈 씨는 받았는지.
: 내 번호는 가져갔다. 요즘에도 연락한다. (정은 양이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호 형은 촬영장에서 과자도 많이 사주고, 선물도 많이 사줬다고 했는데, 나는 오히려 많이 빼앗아 먹었다. 아이들을 대할 때 같은 눈높이로 대해주는 게 비결이 아닐까 싶다. 중학생부터 돌이 안 된 아이까지 총 9명의 조카가 있다. 조카들을 키우면서 배운 노하우다.

- 그럼 정은 양이 '영웅' 공연도 보러오기로 했나?
: 그렇다. 나를 위해서 안중근 의사에 대해 공부도 했다. 역사 속 인물이라곤 이순신밖에 몰랐는데 뮤지컬을 보겠다고 역사 공부를 선행학습을 한 것. 스태프들이 장난으로 정은이에게 '치수 삼촌만 보면 눈빛이 달라진다'고 말한 하곤 했다.

-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허정은은 어떤 배우인가.
: 사실 촬영을 하기 전에는 나도 편견이 있었다. 연기 잘하는 아역배우에 대한 기대치가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갔다가 완전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리딩-리허설 할 때랑 본 촬영할 때랑 눈빛이 다르다. 감정 몰입이 대단하다. 카메라가 멈추면 천방지축 말괄량이같은 모습이다가도 '스탠바이' 소리만 들리면 금비로 변한다.
정은이가 눈물을 되게 잘 흘리는 데, 저 어린 아이가 어떤 슬픈 일이 있어서 잘 우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정은이가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 학교에 가서 친구들이랑 놀고 그래야하는 시간에 나는 왜 여기에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걸 생가갛면 아직도 마음이 짠하다.

- 극 중 금비 담임선생님인 강민아(임혜영)와 좀 갑작스레 연결되는 것 같기도 했다.
: 원래 시놉시스에서는 허재경 역의 이인혜 씨와 러브라인이었다. 그래서 휘철(오지호)-재경(이인혜)-길호(서현진)과 나를 엮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노선이 바뀌었다. 아마 금비로 인해 달라진 사람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 같다. 사랑을 차단하고 살던 사람이 금비로 인해 변하고, 또 한 여인의 사랑을 통해 마음을 열여가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 '오 마이 금비'에서 본인이 출연한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금비랑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위로받는 장면이 기억난다. 금비가 치수에게 '미안하다, 아빠를 용서해달라'고 할 때 얼음같았던 마음이 한 순간에 녹는 기분이었다. 또 치수에게 '다 알고 있다. 얼마나 힘들었냐. 나도 아프고나니까 혼자인 것 같고 힘들었다. 그런데 우리 아빠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되냐'고 말하며 눈물을 닦아주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 찍을 때 아이스크림을 대여섯통을 먹었을 거다. 하하.

- '오 마이 금비'는 배우 이지훈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 이지훈이라는 배우로서 앞으로 갈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청률이 많이 높지는 않았어도 '금비'를 사랑해줬던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지훈이 저런 모습도 있었네'라는 기억을 심어준 것 같다. 그리고 차치수처럼 착해지는 악역이 아닌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남궁민 씨 처럼 끝도 없는 악역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이를 계기로 또 계속 새로운 모습에 도전해 보고 싶다. (인터뷰②에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서예진 기자

[XP인터뷰②] '영웅' 이지훈 "인간적인 안중근 의사 보여줄래요"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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