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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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②] 이선구 "'여자의 비밀' 출연 후, 어머니 매일 우셔"

기사입력 2016.11.24 14:20 / 기사수정 2016.11.24 14:15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구나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일은 존재하지만 현실의 문턱에서 좌절해 이를 못하는 사람이 많다.

배우 이선구는 안정적인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배우'의 꿈을 좇아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왔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지 7년, 포기할 법도 했던 긴 시간을 지낸 후에야 지상파 드라마에 입성해 '이선구'라는 이름 세글자가 세상에 막 알려지고 있다. 7년 동안 배우 이선구를 지탱해준 버팀목은 무엇일까. 

◆ 일일드라마에 출연하면 그렇게 중년 여성팬이 많이 생긴다던데
- 주인공도 아니었지만, 감히 나도 느낀다. 국밥집, 시장, 길거리 이모님들이 많이들 알아봐주신다. 소이현 그만 괴롭히라고 등짝도 맞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남자 화장실에서 만난 청소부 이모님이다. "이 자식을 여기서 보네"라고 말하며 팔뚝을 잡고 몇 대 때리셨다. 그런데 이제 수염을 밀어서 많이들 못알아보실 것 같다. (이선구는 인터뷰 날 아침 수염을 잘랐다고 했다)

◆ 오랜 무명 끝에 찾아온 기회라 주변에서도 반응이 남다를 것 같다.
- 어머니께서 특히 좋아하신다. "이렇게 TV에 큰 역할로 나오다니"하면서 매번 우신다. 우리 회사 홍보팀과 맞먹게 홍보해주고 계신다. 내 기사도 가장 먼저 보시고, SNS에서 좋아요도 늘 눌러주신다.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기 전 혼자 활동할 때는 오디션을 보고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도, 잘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 아침에 자기 배역이 사라진다는 건 정말 죽고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하면 어머니가 더 힘들어하실 걸 알기 때문에, 되도록 말을 안하려했다. 오디션 보고, 합격하고, 내가 먼저 시사를 한 다음에야 엄마에게 살짝 말하곤 했다.
 
이번에는 최종합격 된 후 바로 전화드렸는데 어머니가 바로 우셨다. 제작발표회 가는 날도 또 우시고, 좋아하셔서 나도 기분이 좋다. 또 주변에서 연극하면서 알게된 비슷한 처지의 힘든 배우들이 호응을 많이 해준다. 

◆ 이제서야 빛을 보지만, 이렇게 힘든 연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원래는 배우랑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뛰어놀고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체육학과에 진학했다. 유도 선수도 했고, 합기도, 태권도도 다 단증이 있었다. 졸업 후 뭘할 까 고민을 하던 중 이런 특기를 살릴 수 있는 형사가 되고자 결심했다.

그런데 친척 형 중 한 명이 집에 놀러와서 술 한 잔 기울이는데,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나에게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이렇게 한마디 툭 던지고 갔다. 그 이후로 책을 폈더니 머릿속에 하나도 안들어오더라.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게 뭔가를 생각했다. 그러다 연기 일을 정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시도 안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머님께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다. 그 후 2년 동안 고시원에 살면서 연기를 배웠고, 2년 째 되던 해부터는 프로필을 찍어서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공무원하겠다는 아들이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허락해주신 어머니가 대단하다
- 어머님이 자식 중 한 명은 연기를 하기 원하셨던 것 같다. 집안에 예술인의 피가 흐리기도 한다. 아버님은 노래 강사를 하시면서 봉사로 공연도 다니시고, 어머니는 무용을 하셔서 광복절, 현충일 이런 날 기념 행사같은 데도 나가시는 분이다. 형님은 지금은 건강때문에 다른 일을 하시지만 연출 공부를 하고 유학까지 다녀오셨고, 누님은 미대 나오셔서 조소 쪽 일을 하신다.

또 웃긴 건 형님과 누님은 어린 시절 아역배우일도 좀 했었다. 나만 안 시켜줬다. 형이랑 누나의 어린 시절 사진은 예쁜 옷 입고 찍은 게 많은데, 나는 개구장이처럼 노는 사진 밖에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풀지 못했던 한을 내가 한다고 하니 지지해주신 것도 같고, 막내 아들이라 내버려둔 것도 같다.

중요한 건 어머니의 믿음이 내 연기 인생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 부모님 외에 지인들도 많은 응원을 해준다는데, 특히 힘이 된 지인이 있다면?
- 내가 말한 친구들은 같이 연극판에서 고생하고, 지금도 열심히 자신을 갈고 닦고 있는 동료들이다. 한 시간 삼십 분 짜리 연극을 올리기 위해 한 달 넘게 연습한다. 아침, 점심, 저녁 늘 함께있다보니 이 사람에 대한 모든 걸 알게된다. 나중에는 눈빛만 봐도 모든 걸 알 수 있을 정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그 친구들이 많이 생각났다.

방송계의 지인은 아무래도 이번 작품하면서 만난 사람들이랑 제일 친하다. 먼저 서린이를 연기한 윤서랑은 제일 많이 부딪히면서 많이 배웠다. 소이현도 방송 쪽 경험이 많으니 조언을 많이 해줬다. 정말 디테일하게 날 도와줬던 사람은 오민석 형이다.

◆ 어떤 점에서 오민석 씨의 조언이 디테일했나?
- 민석이 형은 나한테 본인의 신인 시절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를 독려해줬다. 또 세트장에서 녹화를 할 때, 일일드라마에서만 쓰이는 카메라 기법이 있다. 카메라를 세 대 두고 나를 찍는 카메라에 불 켜질때마다 대사를 치는 건데 처음 경험해보는 거였다. 너무 기초적인 거라 물어보는 게 부끄럽기도 했는데, 형이 먼저 자신의 창피했던 시절 이야기를 꺼내줘서 나도 부담없이 물어봤고 또 도움을 많이 받았다.

◆ 민선호를 연기한 정헌 씨나 중견 연기자분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 선호는 내가 연기 공부할 때 한 동안 같이 배운 친구다. 이후 연기하면서 서로 소식만 듣다가 이번 작품에서 만나 반가웠다. 또 지금은 둘 다 연예인 농구팀에 속해있어서 상대팀으로 맞붙기도 했다. 

이영범 선생님, 최란 선생님 모두들 이번 작품으로 오랜만에 연기를 하시는 거라 열의가 대단하셨다. 선생님들을 보며 열정과 연기에 대해 많이 배웠다. 돌이켜보면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배우들부터 감독님까지 누구 하나 까칠하지 않고 팀워크가 좋았다.

◆ '여자의 비밀' 오동수 후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맡아보고 싶나
-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깡패로 많이 나왔다. 그래서 깡패 역할은 한 번은 쉬어가고 싶다. 다음에 다시 동수 같은 캐릭터를 하게 되면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은 있지만, 지금은 동수와 너무 친해졌기 때문에 새로 동수같은 캐릭터를 만드려면 더 힘이 들 것 같다.

또 모든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욕심이겠지만, 늘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생각한 건 그냥 동네 형처럼 슬리퍼 신고 다니면서 꼬마 아이에게 시비도 거는 그런 조금은 풀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충청도 대전 출신이라 사투리 연기도 자신있고, 연극할 땐 코미디를 위한 멀티 역으로도 무대에 서봤다. 내가 좀 무디긴 하지만, 딱딱한 사람은 아니다. 이번엔 힘을 많이 줬으니 다음엔 힘을 빼고, 좀 더 내 모습이 나올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여자의 비밀'을 지켜보고, 지금 이 인터뷰를 보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일단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전해드리고 싶다. 만날 수 있으면 고개숙여 인사드리고 싶을 정도다.

세상에 이선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많겠지만, 나라는 존재는 한 명 뿐이다. 어떤 위치에 있건 나다운 연기, 나를 활용하는 연기를 많이 할테니 여러분이 원하는 시선과 다르게 가고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주길 바란다. 무관심보다는 많이 봐주시는 게 더 좋다. 이번에 잘 봐주셨으니, 조금 더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좀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bob 스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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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②] 이선구 "'여자의 비밀' 출연 후, 어머니 매일 우셔"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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