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개성 있는 그런 감독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강우석 감독이 얘기했기에 더 뼈가 있는 말이었다.
강우석 감독은 1989년 영화 '달콤한 신부들' 이후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천만 영화로 기록된 '실미도'를 비롯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후속편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공공의 적' 시리즈,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영화화한 '이끼' 등이 그렇다. 지난 7일 개봉한, 첫 사극 도전이었던 '고산자, 대동여지도' 역시 그 도전 중 하나였다.
매번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여정이었지만, 소신만은 확고했다. 강우석 감독은 "시종일관 엄숙하게 가는 것은 내가 잘 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하기가 싫다"고 얘기했다.
그는 "조용필 씨에게 클래식을 부르라고 하면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지만) 느낌이 안 오는 것처럼, 꽂히면 가지만 자신이 없으면 죽어도 못 한다. 그래서 잘 보면, 내 영화는 남을 흉내 낸 작품은 없다. '투캅스'(1993)는 내 전공이었기 때문에 들이댔던 것이었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는 자신이 있었다.(웃음) '실미도'(2003)도 '이거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끼'(2010)는 스릴러였는데 웹툰이 정말 재미있어서 윤태호 작가에게 '내가 하겠다'고 했지만 전공이 아니라 그런지 힘들더라.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상(제47회 대종상영화제 감독상, 제31회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많이 받았다. '너무 힘들었는데 상을 다 주나' 싶더라. '내 마음고생을 위로해주나?'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베테랑 감독인 그에게 여전히 영화는 늘 어려운 일이자, 또 다시 자신에게 힘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감독과 배우들이 '강우석 키드'임을 자청하며 그의 작품을 손가락 안에 꼽는 것에 대해서도 강우석 감독은 유쾌하게, 하지만 또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
"스스로 '강우석 키드'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내가 뭐라고 얘기하겠나. '잘 한다'고 축하해줘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인 강우석 감독은 "하나 아쉬운 건 다른 성격의 많은 감독들이 나와 줘야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코미디' 하면 '투캅스'나 '공공의 적' 얘기가 나오니 말이다. '올드보이'부터 '아가씨'까지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을 보면 초지일관 뚝심이 느껴지고, '추격자'부터 '곡성'까지 만든 나홍진 감독을 보면 다음 영화에서는 또 누구를 얼마나 죽일지 궁금해진다.(웃음) 그렇게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들이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강우석 감독은 "어느 순간 보니 내가 영화를 찍으면서 힐링을 하고 있더라. 코미디를 연습했으니, 이제는 진짜 코미디를 할 차례인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보게 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촬영하며 일주일에 5000km를 이동하는 등 강행군을 펼쳐 온 강우석 감독은 어느새 영화에 있어서만큼은 김정호에 버금가는 열정을 아낌없이 발산하게 됐다.
"김정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정말(지도에) 미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영화를 찍어보니 '나 역시도 미쳐서 찍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나 역시도 김정호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레이트에 '강산자(강우석+고산자)'라고 써놓기도 했었다"고 말하며 그동안의 오랜 내공에 절로 고개를 끄덕여지게 만들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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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