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손예진이 3일 개봉한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를 통해 또 하나의 도전을 완성했다. 조금씩, 또 발 빠르게 넓혀가는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놀라움을 더한다.
손예진은 '덕혜옹주'를 통해 2001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실존 인물 연기에 도전했다. 1912년 고종의 딸로 태어난 덕혜옹주는 1989년 눈을 감기까지, 휘몰아치는 시대의 파도 속에서 비운의 삶을 살아갔다.
'덕혜옹주'는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소설 역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등 수없이 회자돼왔다.
소설 '덕혜옹주'를 읽고 허진호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던 손예진은 "'어떤 여배우가 할까' 궁금했다. 이후에 감독님이 제게 배역을 주셨는데, 여배우로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가 이상하더라도 하려고 했다"면서 본격적인 촬영 전부터 유달리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덕혜옹주와의 인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허진호 감독과는 2005년 개봉한 영화 '외출' 이후 11년 만의 만남이었다. 서로에 대한 두터운 믿음은 오롯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 됐고, 그렇게 손예진은 덕혜옹주에 녹아들어갔다.
손예진이 집중했던 부분은 '한 여자의 삶'이었다. 역사적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각종 자료들을 통해 덕혜옹주를 충분히 접하고 공부하는 것은 물론, 딸이자 또 엄마였던 '여자'로의 삶에도 초점을 맞춰 균형을 더했다.
손예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까지 초반 15분 여간 펼쳐지는 덕혜옹주의 어린 시절은 아역 신린아와 김소현이 연기해 몰입을 도왔다. 고종에게 예쁨을 받으며 사랑을 독차지했던 아기 시절의 모습부터, 고종의 승하 후 일본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13살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이어진다.
덕혜옹주의 삶 자체는 굴곡 그 자체였다. 일본인 백작 소 다케유키와의 정략 결혼(1931) 이후 조현병으로 고생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남편과의 이혼 후 딸 정혜까지 잃게 된다. 해방 이후에도 입국 거부를 당한 덕혜옹주는 1962년, 30여 년 만에 그토록 그리웠던 대한민국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
후반부에 덕혜옹주가 다시 고국 땅을 밟는 장면에서 손예진은 노역 분장을 통해 그동안 오롯이 감당했을 세월의 무게를 묵직하게 표현해낸다. 섬세하게 이어지는 감정선부터 세월의 흐름까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손예진이 만들어 낸 덕혜옹주는 그 어느 캐릭터보다 더 진실되게 관객들의 마음에 다가갈 예정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덕혜옹주' 개봉 기사 더 보기
['덕혜옹주' 개봉①] 담담한 드라마 속에 더해진 깊은 울림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