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연기를 하게 된 지 30년이 돼가는 배우 정진영, 그가 생각하는 연기와 배우는 어떤 것일까.
정진영은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돈과 권력을 모두 쥔 남자이자 자수성가한 총리 강석현 역으로 분했다. 정진영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할배파탈'이란 별명을 들으며 많은 인기를 얻게 됐다. 연기력의 깊은 내공이 '역시!'란 생각을 들게 한 것이었다. 정진영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화려한 유혹'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화려한 유혹'은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고정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강석현에 대한 사랑도 컸다. 정진영은 이에 대해 '화려한 유혹'은 어떻게 보면 통속적인 이야기지만 독특한 전개로 새롭게 다가간 모습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정진영을 비롯한 '화려한 유혹'의 출연진, 스태프들은 시청률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시청률에 얽매이면 극이 엉뚱한 길로 가거나 원래 의도를 충족시키기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고정 팬들의 지지를 얻은 '화려한 유혹'에 대해 정진영은 감사를 전했다.
정진영은 '왕의 남자', '와일드 카드', '이태원 살인사건' 등 작품을 비롯해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오랜 진행을 맡으며 카리스마 있고 진중한 느낌이 강한 배우였다. 정진영은 이와 반대로 망가지거나 허당인 역할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즐거운 인생'에서도 철없는 중년 남자를 연기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많은 작품에서 뭔가 중심이 있는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어떻게 보면 '화려한 유혹'은 그런 면에서 조금은 다른 역할입니다. 자신의 표현을 진하게 드러내는 역할이랄까요. 굳이 배역에 있어 '이런 것은 해야겠고 저런 것은 안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인물과 이야기의 개연성에 동의한다면 어떠한 역할이라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실제 성격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시는데 작품 할 때는 캐릭터의 성격을 따라잡니다. 평소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냥 평범한 50대 아저씨가 아닐까요. (웃음)"
정진영은 배역에 대해 '배우에겐 배역에 운명이 있다'는 속설을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속설처럼 작품과 배역을 만나는 것은 마치 운명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아직도 정진영은 어딘가에 자신을 기다리는 '그 사람'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연극부터 시작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다진 정진영은 처음 만나는 배우들과의 만남에 대해 개개인을 발견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밝혔다. 이제는 많은 현장에서 대선배인 그는 의외로 후배에게는 연기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해서는 후배들에게 일체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제가 선배라고 후배에게 말한다면 상대방은 주춤하게 되지요. 상대방을 긴장하게 하면 안됩니다. 가장 편하고 맘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제게 슬쩍 물어본다면 사견임을 전제로 하며 코멘트를 하고 싶네요. 연기에 대해서는 저보다 작품의 감독님이 말씀 하시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가장 편하게 연기하라는 것이 저의 조언이라면 조언입니다."
정진영은 배우에 대해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그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배역의 감정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관찰 하거나 남을 생각하는 것이 연기의 매력이라고. 하지만 정진영은 정진영이다. 어떤 인물이던지 연기하는 정진영을 거치기 때문에 그 인물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물이 다가오는 것을 잘 받아들이면 연기가 잘 되는 것이고 못 받아들이면 연기가 힘든 것이라 설명했다.
"연기 할 때는 장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벽 뒤에 캐릭터가 있고요. 벽을 못 깬다면 튕겨나오겠지요. 만약 그 벽의 틈을 발견하는 순간 비집고 나가면 캐릭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배우마다 틈을 발견하는 것이 다르겠지요. '화려한 유혹'에서는 강석현이란 인물에게 다가갈 때 틈을 잘 발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인의 인생에 대한 회고, 허망함, 부끄러움과 같은 것들의 틈을 좋아했고 잘 찾았습니다. 강석현은 양면적인 인물이기에 비교적 더 뜨겁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화려한 유혹'으로 힘차게 달려온 정진영. 작품을 마친 그는 잠시 태국에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오는 4월 13일에는 영화 '시간이탈자', 그리고 영화 '판도라'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진영은 이어지는 개봉을 즐기겠다며 다시 '열일'에 돌입할 것을 웃으며 말했다.
"대중들이 어떤 배우로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없습니다. 다만 배우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찬사는 '아, 그 인물은 그 배우가 한 것이 옳았다'는 것이 가장 좋은 찬사 아닐까요. 작품 할 때 마다 큰 반향이 있는지 보다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감사합니다."
정진영 "'화려한 유혹', 더 굵은 글자로 일기장에 적힐 작품" (인터뷰①)
tru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