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허윤영 기자] KBS가 '사전 제작 시스템'을 무기로 반격에 나선다.
24일 첫 방송인 KBS 2TV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 시도하는 시스템이다. tvN ‘치즈 인 더 트랩’ 역시 사전 제작을 표방했지만, 100%가 아닌 반(半)사전 제작으로 진행됐기에 ‘태양의 후예’는 특별하다.
‘위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KBS의 드라마가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태양의 후예’에 KBS는 유독 많은 공을 들인 모습이다. 지난해 6월 12일부터 첫 촬영을 진행, 약 6개월에 걸쳐 그리스 곳곳을 돌아다녔다. 첫 촬영이 첫 방송 2월 24일에서 약 260일 전이다. 가히 영화 제작과 맞먹는 기간이다.
투자 스케일 역시 돋보인다. 총 130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와 350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또한 영화 투자배급사인 NEW의 첫 번째 드라마 진출작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된다. KBS가 얼마나 ‘태양의 후예’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사전 제작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22일 개최된 제작발표회에서 집필을 맡은 김은숙 작가는 “대본이 미리 나와서 배우들과 제작진이 많이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했고, 주연을 맡은 송혜교 역시 “급하게 찍지 않아서 많은 스태프, 감독, 작가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고 거들었다.
사전 제작 시스템의 장점으로 출연진과 제작진은 ‘소통’을 꼽았다. 캐릭터에 대한 더욱 깊은 고민과 스토리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제작되는 드라마는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간 ‘쪽대본’ 시스템하에서 진행된 몇몇 드라마는 막장으로 치달아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사전 제작 시스템은 이런 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22일 개최된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 작가는 “가편집만을 보며 진행해야 하다 보니, 텍스트만으로 감정을 짚어가는 것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송혜교 역시 “생각할 시간이 많아 혼란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사전 제작의 단점으로 ‘피드백’을 꼽았다.
사실 드라마의 재미 중 하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융통성 있게 스토리를 수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었다. 사전 제작 시스템에서는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드라마에 반영하는 방식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배우의 연기톤에 대한 지적을 사전 제작 시스템에서는 수정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은숙 작가는 “결과 예측이 되지 않아 배우와 제작진이 불안했던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태양의 후예’는 기대해볼 만한 드라마임이 틀림없다. 송중기, 송혜교라는 최고의 배우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작비 그리고 영화 제작의 노하우를 전수해 줄 NEW도 합류했다. KBS의 반격이 시작될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그 시작은 24일 오후 10시부터 확인 가능하다.
yyoung@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DB, 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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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영 기자 yyo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