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서글프면서도 호소력 짙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먹먹한 슬픔은 극의 힘을 더한다. 뮤지컬 배우 리사 특유의 애절함이 뮤지컬 '영웅'에서 또 한 번 발휘됐다.
리사는 지난 14일 개막한 뮤지컬 '영웅'에서 1895년 명성황후 시해 당시 어린 궁녀로서 참상을 목격한 마지막 궁녀 설희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영웅'은 하얼빈 역에서의 거사 장면을 중심으로 안중근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가운데, 리사는 가상의 인물 설희를 통해 조국을 잃은 아픔과, 당시 조선인들의 슬픈 애환을 표현해낸다.
'영웅'이 시작되고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리사는 "공연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지난 공연과 달리 추격신이 간결해졌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불필요한 부분이 적어지면서 극에 더욱 박진감이 생겼다"는 말로 달라진 2015년 '영웅'을 소개했다.
특히 '영웅'은 지난 2009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벌써 7번째 공연을 올린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 그만큼 매년 큰 변화가 있을까 싶지만, 지난 2012년에 이어 재연을 맞이한 리사의 마음가짐은 사뭇 달랐다.
"설희는 바뀌지 않았지만 저의 자세가 달라졌어요. 3년 전에는 아쉬운 점이 많아서 이번에는 '다시 해보자'는 마음이 강했어요. 제가 생각한 이번 설희의 포인트는 '강인함'이에요.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나서는 면이 고집있고, 확고한 신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리사가 맡은 설희는 전체적인 극의 설명을 해주는 것은 물론, 안중근의 상황을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안중근과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관객들은 설희를 통해 당시의 상황과 심리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설희는 가상인물이지만, 당시 조선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설희가 등장 첫 장면과 함께 보여준 넘버 '당신을 기억합니다'는 명성황후 시해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사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절절한 가사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명성왕후 시해 기록을 다 찾아봤어요. 참혹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가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에너지와 감정을 많이 쏟아부어야 했고, 한 번에 모든 상황을 압축해 보여줘야 해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설희뿐 아니라 일본으로 건너가 게이샤로 변신하는 리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리사는 게이샤로는 눈빛과 손짓, 시선처리와 미묘한 표정까지 세세하게 신경쓰며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춤을 정말 잘 춰야하는 장면에서 리사는 자신의 매력을 모두 발휘하며, 애절함은 잠시 내려놓고 이토 히로부미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까지 홀린다.
"게이샤는 한국무용 같은 느낌의 춤이었어요. 다른 작품에서는 의상부터 섹시하니까 의도가 보이는데, 한국무용은 표정이나 손짓에서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 하더라고요. 저를 내려놓으면서도 섹시하게 보여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개인적으로는 디테일하게 신경쓰는 것을 좋아해서 저와 잘 맞은 것 같아요."
리사는 이번 작품 이외에도 유독 비운의 여인을 많이 맡았다. 전작 '지킬앤하이드' 루시와 '프랑켄슈타인' 줄리아, '보니앤클라이드' 보니까지 안타까운 여인들의 삶을 재조명했다. 이는 리사가 가진 분명한 장점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연속해서 그런 역할을 하게 됐네요.(웃음) 아무래도 제 목소리에 애절한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또한 비운의 여주인공 작품이 많은 탓도 있고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비운함 속에서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전혀 달라서요. 그래서 꼭 비운의 여인이라기보다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리사는 "'영웅'도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작품이 저의 색깔과 완전히 다르지 않는다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 섹시부터 군인, 선생님도 맡았다. 목소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의 작품 선택 기준을 밝혔다.
또한 리사는 '다양성'에 대한 부분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도 뮤지컬 배우를 오래 하고 싶다"고 말한 그는 이를 위해 선택의 폭을 넓히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주시는 작품은 다 해봐요. 저하고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더 잘할 여지가 있는 거잖아요. 주어진 캐릭터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 저의 몫이고, 캐릭터를 연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저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억지로 '변화해야겠다'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싶어요."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사진= 뮤지컬 '영웅' 리사 ⓒ 에이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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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