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피닉스(애리조나), 나유리 기자] 슈퍼볼이 가까워진다는 실감은 현지 언론에서부터 시작됐다. 연일 공중파 뉴스에서 슈퍼볼 축제에 관련된 소식을 점점 더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했고, 신문에서도 슈퍼볼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경기 일자가 가까워질 수록 애리조나 내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슈퍼볼 티켓 가격이었다.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이 나쁜 자리가 수천불을 호가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심지어는 웃돈까지 얹어줘도 구하지 못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티켓 값이 이렇게 오를 줄 알았으면 그때라도 사서 되팔았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슈퍼볼 이틀전. 피닉스 다운타운에서 헐리우드 스타들과 셀럽들이 참석한 '프라이빗 파티'가 열렸다. 물론 동시에 피닉스에서 열린 PGA 피닉스오픈도 화제 거리였지만, 슈퍼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더욱이 오랜만의 피닉스오픈 출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타이거 우즈가 2라운드에서 하루에만 11오버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컷오프 탈락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온전히 슈퍼볼만 향했다. 컷오프 탈락한 우즈가 당초 참석하기로 약속했던 슈퍼볼 파티 일정을 취소하면서 "지금 슈퍼볼을 볼 때가 아니다"라고 했던 이야기도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슈퍼볼 하루 전. 피닉스 다운타운이 난리가 났다. 원래 피닉스는 크게 화려하지는 않은 도시다. 애리조나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다. 화려한 도시 중에서도 화려한 서울과 비교해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슈퍼볼을 앞두자 사람들이 그야말로 '미쳤다'.
애리조나 여기저기에서 슈퍼볼 전야제 파티가 열렸고, 그중에서도 피닉스 다운타운은 중심에 있었다. 미국 타지역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 여기저기에서 슈퍼볼 열기를 체험하기 위해 몰려든 젊은이들로 밤 늦은 시간까지 붐볐다. NBA 피닉스 선즈의 홈 구장인 US에어웨이 센터와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 구장인 체이스필드의 주차장까지 만석이 됐다. 대중 교통도 애리조나 답지 않게 아주 늦은 시간까지 운행했다.
특히 다운타운 중심가인 쿠퍼 스퀘어에 한 유명 맥주 회사가 DJ 클럽 파티를 열어 '도시의 클럽화'가 됐다. 온 길거리가 들썩일만큼 요란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넘쳐 흘렀고, 시간이 지날 수록 여기저기 술에 취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드디어 경기 당일. 경기장 주변 분위기는 활기찼다. 일단 서포터 복장을 제대로 갖춘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 각자 응원하는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가장 많은 유니폼은 단연 뉴잉글랜드의 간판 스타 'NO.12' 톰 브래디였다. 얼굴에 페인팅을 한 사람, 유니폼을 독특하게 개조해서 입은 사람, 한눈에 봐도 더워보이지만 꿋꿋이 인형탈을 쓴 사람까지 다양한 관중들이 경기장 주변으로 몰렸다. "티켓을 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피닉스 다운타운은 전날에 비해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교통 정체가 있었던 전날과는 달리 도로가 한산했다. 대신 대형 TV가 설치된 펍과 음식점에 슈퍼볼 생중계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북적 했다. 피닉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유명 펍과 레스토랑은 이미 만석이었다. 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지금 앉아 있는 손님이 나가지 않으면 자리를 줄 수 없다"였다. 당연히 슈퍼볼 생중계가 끝날 때 까지 자리가 날 확률은 아주 희박했다.
하지만 가게 바깥에서 자리가 나길 서서 기다리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TV로 향했다. 득점과 실점이 계속 될 수록 환호와 한숨이 번갈아 터졌고, 사람들의 기대치를 반영이라도 하듯 경기는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전개됐다. 뉴잉글랜드와 시애틀의 '혈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 종료 직전 뉴잉글랜드의 우승이 확정되자 여기저기에서 박수가 터졌다. 시애틀 팬들은 실망한 마음에 손을 머리에 감싸쥐고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지만 이내 털어내고 함께 축제의 여흥을 즐겼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 '슈퍼볼 선데이' 애리조나는 축제 중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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