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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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빅리그' 충분히 통한다

기사입력 2005.07.09 10:09 / 기사수정 2005.07.09 10:09

손병하 기자


박지성(24, 맨체스터)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첫 훈련을 개시한 8일, 올림픽대표 시절부터 오랜 시간 발을 맞추어 왔던 ‘단짝’이영표(28, 아인트호벤)의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이 나오면서 축구팬들이 다시 흥분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이영표에게도 손짓

▲ 이영표 이적 관련 기사
ⓒ2005 풋 메르카토
7일 아인트호벤의 지역 언론인 '다흐 블라드'와 프랑스의 축구전문 사이트 '풋 메르카토'가 ‘맨체스터로 추정되는 프리미어리그의 팀에서 이영표를 노리고 있다.’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가능성만 떠돌던 이영표의 이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8일, 유럽의 축구전문 사이트인 '골 닷컴'이 ‘프리미어리그의 팀들이 잇따라 이영표를 원하고 있다’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정점을 이루고 있다. '골 닷컴'은 앞서 언급되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포함해 아스톤 빌라, 뉴캐슬, 에버튼 등, 4개 클럽이 이영표의 영입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03/04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빛나는 AS 모나코가 아인트호벤에게 이영표 영입을 희망했지만 구단 차원에서 거절당했다는 보도까지 섞이면서 최근 유럽 이적 시장에서 이영표의 주가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네덜란드 이후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네덜란드 FA컵, 에레디비지리그 우승과 아인트호벤이 04/05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는데 큰 공헌을 했던 ‘초롱이’이영표. 과연 이영표가 박지성에 이어 ‘빅 리그’에 진출하며 또 다른 성공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달아오른 유럽 이적 시장, 이영표에게는 기회

최근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유럽 축구시장의 열기는 대단하다. 여름을 지난 9월에 대부분의 리그가 시작되는 유럽의 여름 이적시장은 그 규모도 그렇거니와, 각 팀들의 선수 쟁탈전도 대단하다. 최근 힘겹게 브라질의 ‘신성’ 호빙요를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나, 스티븐 제라드를 놓고 벌였던 레알과 리버풀의 신경전은 전쟁을 상상케 할 정도로 치열하다.

이런 이적 시장에서 각 팀들이 해야 할 일은 무수히 많다. 지난 시즌 나타났던 팀의 아킬레스건도 보완해야 하고, 감독의 시즌 구상에 맞는 선수 수급도 게을리할 수 없다. 그리고 그동안 스타들의 명성에 가려져 있던 가능성 있는 진주도 캐내야 한다. 위의 사항 중, 지난달 맨체스터로 이적했던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의 다음 시즌 구상에 알맞은 이적 대상이었다면, 이영표는 캐내야 할 가능성 있는 진주에 속한다.

이영표의 포지션은 왼쪽 풀백이다. 우리 국가대표팀에서야 오른쪽 가용 전력이 마땅치 않아 이영표가 겸업을 했지만 이영표는 왼쪽 풀백으로 경기장을 나설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허점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뛰던 안양 LG(현 FC 서울)시절만 하더라도 드리블과 돌파, 공격 가담에 비해 수비력과 가장 중요한 크로스가 부정확하다는 평가를 달고 살았지만, 월드컵을 거쳐 아인트호벤에서 히딩크의 조련을 받으면서 수비력은 이미 정상급으로 올라섰었다.

여기에 지난 시즌에는 네덜란드 리그 전체 도움 5위(아인트호벤 팀 내 2위)에 올랐을 만큼, 크로스도 한결 정확하고 날카로워 졌다. 사이드를 돌파해 무조건 중앙으로 올리는 영양가 없는 크로스가 줄어든 대신, 공격수의 동선과 움직임 그리고 공의 세기와 방향 등이 모두 적절한 크로스를 올리는데 눈을 떴다는 얘기다.

이미 이영표는 윙백이 갖추어야 할, 공격 가담과 크로싱, 수비와 체력 등의 중요한 능력들은 모두 세계 정상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영표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는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히딩크도 이영표의 ‘양발’에 매료되었었고, 본프레레 감독도 이영표가 양발을 모두 쓸 수 있었기에 오른쪽의 기용도 서슴지 않을 수 있었다.


유럽에서 흔치 않은 양발잡이 윙백

▲ 이영표 선수
ⓒ2005 아인트호벤
윙백을 포함한 측면 공격수들에게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가져온다. 상대 수비수가 드리블의 방향을 예측하는데 애를 먹는다. 굳이 왼발을 사용해야 하는 선수라면 돌파와 크로스를 올리는 시점이 한계가 있지만, 양발을 모두 사용하는 선수는 드리블을 치고 나가는 방향과 크로스를 올리는 시점이 좌, 우측으로 나누어져서 예측 수비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월드컵 16강전 당시 이영표가 안정환에게 연결한 어시스트는 왼쪽에서 오른발로 올렸었다. 당시 상황을 더듬어보면 상대팀이었던 이탈리아 선수들은, 왼쪽 윙백으로 뛰는 선수가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린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연장 골든볼의 긴박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치에서 적극적인 대인마크를 하지 않았었고 덕분에 이영표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뛰어난 체력과 탄탄한 수비력은 물론이고 공격 가담 능력과 매력적인 크로스, 승부에 대한 강한 집념과 의지, 마지막으로 양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독특한 매력까지. 유럽의 이적 시장이 변방(?) 리그에 속해있는 아인트호벤의 비상과 함께 수면위로 떠오른 이영표라는 숨어있던 진주를 발견한 것이다.

세 차례의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클럽들과도 많은 경기를 치러 보았고, 월드컵과 K-리그, 에레디비지 등의 프로리그 경험도 많다. 만에 하나 문제가 될 법한 ‘빅 리그’라는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이영표의 성실함과 영리함이면 충분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또 이번 유럽 이적시장이 이영표에게는 최적의 시기이다.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음은 물론이고, 에레디비지를 비롯한 각종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면서 주가가 한껏 올라간 상태이다. 그리고 케즈만, 로벤 등이 빠져나갔던 지난해 보다 반 봄멜, 보겔, 박지성이 빠진 올해의 전력 공백이 더 크다. 1년 사이 공격과 미드필드의 주전을 모두 떠나보낸 아인트호벤이다. 

05/06시즌엔 아인트호벤이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가오는 시즌이 종료된 후에는 ‘빅 리그’들의 러브 콜이 지금처럼 들어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적을 할 계획이 있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이며, 가장 좋은 조건에 팀을 옮길 수 있다.

현재 4년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아인트호벤과는 금전적인 차이가 너무 커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만약 아인트호벤에 남을 것이라면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고, 이적을 원한다면 돈과는 상관없이 ‘큰 무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한결같은 기복없는 플레이로 팀과 팬들에게 일종의 ‘선물’을 안겨주는 초롱이 이영표.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유럽 축구 무대에서 태극전사를 향한 러브 콜이 또 한 번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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