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7 02:36 / 기사수정 2009.05.17 02:36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유망주 박소연(12, 나주초)이 팬들로부터 전지훈련비를 포함한 후원금을 받았다. 지난 시즌, 국내 대회를 휩쓸면서 '차세대 토털패키지'로 불렸던 박소연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전지훈련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16일 저녁, 홍대역 부근에 있는 한 카페에서 벌어진 '제1회 박소연 팬 미팅 행사'에서 박소연 팬 카페 회원들은 모금된 금액인 17,978,829원을 박소연에게 전달했다. 그동안 전지훈련비를 포함한 활동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박소연은 피겨 팬들의 도움으로 한시름 놓게 됐다.
피겨 스케이팅은 전지훈련비를 포함한 스케이트와 유니폼 비용, 그리고 코치 선임료와 링크 대관료 등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종목이다.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없는 선수들이 재능을 가졌어도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이 피겨 스케이팅의 현실이다.
그러나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가 숱한 어려움을 이기고 세계정상에 올라간 사연이 공개되면서 피겨 선수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연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김연아의 분전과 국내 피겨 유망주들의 현실이 밝혀지면서 도움의 손길이 조금씩 이루어졌다. 이러한 관심은 점점 높아져 갔고 구체적으로 국내 피겨 유망주들을 돕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던 중, 지난 시즌 국내 대회를 석권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생하고 있는 박소연을 돕자는 의견이 일어났다. 어린 나이에 비해 뛰어난 점프력과 다양한 '끼'를 지니고 있는 박소연은 2008년에 벌어진 꿈나무대회와 국내 랭킹전, 그리고 2009 동계체전과 종별선수권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가장 큰 국내 피겨 대회인 종합선수권에서는 주니어부분에 출전한 국가대표 곽민정(15, 군포수리고)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달 5일, 강원도 강릉시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졌던 종별선수권대회에서 박소연은 115.69의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는 자신의 최고 점수이기도 하지만 종별선수권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였다. 국가대표 몇 명이 슬로베니아에서 벌어진 트리글라프트로피 대회에 참가해 종별선수권대회는 불참했지만 이제 겨우 12세의 어린 선수가 최고 점수를 얻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결과였다.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페이스를 유지해가던 박소연은 지난달 말, 한차례 고비를 맞았다. 30일, 한체대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승급시험에 참가한 박소연은 어렵게 트리플 살코를 성공시키며 6급 선수로 거듭났다.
박소연을 지도하고 있는 지현정 코치는 "승급시험이 치러진 한 주 동안 소연이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특별하게 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즌 마지막을 정리하는 승급시험에 부담감을 가졌었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서 어렵게 통과했지만 승급시험에 합격해 만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한 박소연의 성과는 팬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 행사를 주최하고 박소연 팬 카페를 창설한 양정모(49) 씨는 "전남 나주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어렵게 연습하고 있다는 사연을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재능이 많은 선수인 것을 확인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팬 카페를 만들어 박소연을 돕는데 주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라고 모금운동을 시작한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또, 양 씨는 "피겨 팬들의 모금만으론 한계점이 존재했다. 적은 금액으로는 훈련비용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낀 뒤, 일반 네티즌들의 도움에 손을 뻗쳤다. 지원이 전혀 없는 피겨 유망주를 방치해 두면 한국 피겨의 앞날에 큰 손실이다. 많은 이들의 적은 금액이 모이면 어린 유망주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박소연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모금운동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박소연 팬 카페지기로 활동 중인 '연조민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카페회원은 "박소연 선수가 부상 없이 건강하게 전지훈련을 다녀왔으면 좋겠다. 또한, 현재는 트리플 살코와 토룹을 구사하고 있는데 나머지 점프들도 잘 배웠으면 한다. 지금이 피겨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만큼, 별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팬 미팅에 참가한 한 팬은 "소연이의 매력은 늘 웃는 모습이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지금처럼 꿋꿋하게 이겨나갔으면 한다"라고 답변했다.
피겨 팬들의 도움으로 박소연은 한시름 놓게 됐지만 여전히 현실은 힘겹다. 단시일 안에 피겨 유망주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겨 유망주들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인 장치는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피겨 유망주를 돕기 위한 제도적인 틀이 자꾸만 미루어진다면 한국 피겨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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