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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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승 두산…아킬레스건은 '병살타'

기사입력 2009.05.16 20:11 / 기사수정 2009.05.16 20:11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동현 기자]
공격하는 입장에서 병살타는 최악의 이벤트다. 아웃카운트 3개면 이닝이 끝나는 야구 경기에서 한꺼번에 2아웃이 늘어나면서 루상의 주자까지 없애버리는 병살타는 공격의 맥을 끊어 놓고, 반대로 투수의 기를 살린다.

두산 베어스가 갑자기 확 늘어난 병살타에 긴장하고 있다. 두산은 어린이날 이후 벌어진 최근 10경기에서 무려 19개의 병살타를 쏟아 냈다. 경기당 2개에 가까운 수치다. 같은 기간 팀 병살타 2위인 삼성은 8개의 병살타를 쳤고, 한화는 단 3개만 기록해 8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두산이 얼마나 많은 병살타를 쳤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범위를 좁혀 보면 현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12일 이후 4경기에서 두산은 9번이나 병살타를 날렸다. 한 경기에 평균 두 번 넘게 더블 플레이를 당했다. '한 경기에 병살타 3개면 이기기 어렵다'는 야구계 속설에 비춰 볼 때 두산이 최근 7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16일 현재 두산은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33경기를 소화한 상태지만 병살타 개수는 37개로 가장 많다. 임재철, 최준석, 김동주가 각각 6개의 병살타를 기록해 팀내 1위(리그 5위)다. 최승환이 4번의 병살타를 거들었고, 고영민과 김현수, 민병헌, 오재원 등이 각각 병살타 2개로 뒤를 이었다.

공격력이 좋은 팀일수록 병살타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기록규칙상 병살타는 '투구 시점에 포스 상태에 있던 두 주자가 하나의 땅볼 타구에 아웃된 경우'에 주어지므로 1루에 주자가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다. 애당초 출루 자체를 잘 못하는 팀이라면 병살타가 나올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두산의 고민은 김경문 감독이 전략적으로 배치해 놓은 타순에서 번번이 병살타가 나온다는 점에 있다. 15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그랬다. 톱타자 민병헌의 뒤를 받쳐야 할 오재원은 2-2로 맞선 2회말 1사 만루 역전 찬스에서 2루수 앞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3회말에는 최준석이 1사 1루 기회를 유격수쪽 병살타로 날려 흐름을 끊어 놨다. 최준석은 김현수나 김동주가 출루했을 때 타점을 올리는 게 임무다. 이날 두산은 강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5-3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초반에 나온 두 차례의 병살타가 아니었다면 더욱 쉽게 이길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번트 작전 구사 비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두산의 팀 출루율(0.365)은 SK(0.369)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희생번트 개수는 39개를 기록한 SK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2개다. 1루 주자를 2루에 보내놓고 적시타를 노리는 대신 1루 주자를 그대로 두고 아웃카운트를 버는 공격을 하다 보니 병살타가 나올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상승한 측면도 있다.

주자 1명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공격팀이 병살타로 인해 받는 상처는 커진다. 현재는 두산 타선의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추세지만 타격 사이클이 반전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장기 레이스에서 타격감이 언제나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병살타 1위'라는 불명예 감투를 쓰고 있는 두산이 앞으로 병살타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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