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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두 번 실패는 없다' - 충훈고 김경오/김희준

기사입력 2009.05.13 13:15 / 기사수정 2009.05.13 13:15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안양 충훈고등학교는 지난 2007년에 창단된 신생팀이다. 그만큼 아직까지 ‘야구 명문’으로 회자하기에는 부족한 듯 보인다. 그러나 3학년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해체된 성남서고, 주엽고를 포함하여 배재고, 원주고 야구부에 몸 담았던 선수들이 신생팀 충훈고에 합류했기 때문.

이에 충훈고는 2008년 황금사자기 전국대회 1회전에서 제주고등학교를 9-5로 물리친 데 이어 2회전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도 박빙의 대결을 벌였다. 당시 1-0으로 앞서고 있던 충훈고는 연장전 끝에 에러로 2점을 헌납하며 아쉬운 1패를 기록해야 했다. 그리고 충훈고를 어렵게 이긴 광주일고는 마침내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만약 충훈고가 ‘대어’ 광주일고를 잡았다면 2008 황금사자의 주인은 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시 2학년이었던 멤버들은 어느새 3학년이 되어 팀을 이끌고 있었다.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위해 충훈고를 찾은 선수, 다른 학교에서 주전을 차지하지 못한 어려움 때문에 적을 옮긴 선수 등 각자 개인사정이 많은 곳이 바로 충훈고 야구부다. 이에 아마야구를 집중 조명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이들 충훈고 3학년 멤버들을 만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야구’가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제 1편 : ‘야구는 내 인생’, 박강산/남상우 편
제 2편 : ‘두 번 실패는 없다’, 김경오/김희준 편
제 3편 :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정찬호/박주영 편


▲ 교목을 입고 인터뷰에 응한 김경오(좌), 김희준(우) 선수. 유니폼보다 교복이 더 잘 어울린다는 말에 부끄러운 듯 웃었던 이들은 역시 ‘고등학생’이었다.

‘두 번 실패는 없다’ - 두 명의 주장, 김경오(중견수)/김희준(유격수) 편

Q : 바로 이전에 인터뷰했던 선수들(박강산, 남상우)에게 ‘자네들만큼 야구하는 선수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자신들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두 선수의 야구 센스가 뛰어나다고 칭찬하더라.

김경오 : (웃음) 둘은 언제든지 장타가 가능한 친구들이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주루 센스로 많은 득점을 올려 주어야 하지 않는가. 사실 팀에서 한, 두 명이 잘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생각지 않는다. 1번부터 9번까지 골고루 활약해야 득점도 하고,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김희준 : (공감한다는 듯)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박)강산이나 (남)상우가 너무 겸손해서 우리 두 사람을 칭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야구는 단체 스포츠 아닌가. 서로서로 배려하고 존중해 주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산이나 상우는 우리가 없는 장점들을 갖춘, 좋은 선수들이다.

Q : 두 선수 모두 원소속학교가 충훈고가 아니라고 들었다.

김경오/김희준 : 1학년 때까지는 배재고를 나왔다.

Q : 어떤 계기로 충훈고에 오게 되었나?

김희준 : 당시 하기룡 감독님께서 재직중이셨는데, 하 감독님이 원광대로 자리를 옮기고 난 이후에 우리도 함께 적을 옮기게 됐다. 2007년 9월에 왔다. 정말 좋으신 분이었는데, 떠나시고 나니 많이 아쉬웠다.

Q : 배재고는 야구 명문 아닌가? 그래서 두 선수가 나란히 주장을 맡기도 했다.

김희준 : 후배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더구나 몸까지 아프면서 감독님께서 주장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넘기게 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적극적으로 팀을 이끄는 스타일이 못 되는 것 같다(웃음). 하지만, 주장을 도와주는 역할에는 자신 있다.

김경오 : (김)희준이 다음으로 내가 주장을 맡았다. 그런데 나도 몸이 좀 아파서 쉬고 나왔는데, 어느새 주장이 또 바뀌어 있었다(웃음). 지금은 박주영(3루수)이 주장이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팀의 큰 형이라 나에게 주장 기회를 주신 것 같았다.

Q : 그러고 보니 김경오 선수는 유급을 했다. 언제 한 것인가?

김경오 : 중학교 때 부상 때문에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1년 유급했다. 그때 실력으로는 도저히 고등학교에서 통하지 않을 것 같더라. 그래서 유급을 결정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 때의 경험이 오히려 한층 성숙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지난 안양시장기 대회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김경오 선수

Q : 이제 본격적으로 전국대회 이야기를 해 보자. 그러고 보니 두 선수는 작년에도 2학년 신분으로 황금사자기 전국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는가?

김경오 : (시무룩한 듯) 나는 배팅 연습하다 배팅볼을 던져준 형이 실투로 장딴지를 맞춰서 한 경기도 못 나갔다. 안타까운 일이다.

김희준 : 그때 (김)경오형이 3번을 쳤어야 했다. 3번을 쳐 줄 사람이 없어서 1번 타자인 내가 3번을 쳤다. 1회전에서 제주고를 꺾었을 때가 아직까지 기억이 남는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2회전 광주일고전이었다. 7, 8, 9회에 역전되었는데, 만약에 그때 우리가 이겼다면 분위기를 그대로 타고 가서 4강까지는 갔을 것이다. 야구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Q : 올해 황금사자기에서는 무사 만루 찬스를 두 번이나 놓쳐서 결국 1회전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김경오 : (아쉬운 듯) 그때 생각하면 참 기가 막히다. 중견수가 만약에 정상적인 수비위치였다면 내가 친 타구가 안타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홈으로 쇄도하려는 주자를 막기 위해서 중견수가 앞쪽으로 바짝 전진수비를 하고 있더라. 그래서 내가 친 타구가 잡히고, 또 2루 주자도 오버런하다 아웃됐다. 무사 만루가 2사 1, 3루가 됐으니 어떻게 이기겠는가. 안타깝게 졌다.

김희준 : (한숨을 쉬며) 1회전 야탑고와의 경기에서 10회 말 무사 만루 승부치기에서 이기는 줄 알고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가 안 풀렸다.

Q : 조금 아픈 곳을 건드려 보자. 그때 경기 직후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그때 당사자인 김경오 선수가 이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달라.

김경오 : 이제 더 이상 사고 이야기는 회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사에서 일방적인 폭행이라 쓰인 부분도 사실 잘못된 부분이 많다. 사실 나도 경기에서 한두 번 져본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당시 경기가 중요한 경기였고, 또 패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당사자인 내 잘못이 크다. 그리고 전에 인터뷰에서 ‘황금사자기 1회전 야탑고와의 경기를 생각지 않는다’는 기사를 상대팀에서도 본 모양이었는데, 사실 그렇게 이야기한 것은 주장으로서 팀 사기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전혀 악감정은 없었다.

Q : 그래서 이번 안양시장기 대회에서는 두 선수가 절치부심해서 상을 탔다고 들었다.

김경오 : 미기(수비) 상을 받았다. 한 경기, 한 경기를 할 때마다 사력을 다 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상까지 주신 것 같다.

김희준 : 타격상을 받았다. 방망이 감각이 좋았는데, 운도 따라 타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다음 경기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최선을 다하겠다.

Q : 두 선수 모두 발 빠르고 주루 센스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김경오 : 실제로 도루는 잘 안 한다. 1번이나 2번을 치면 모르겠는데, 팀의 4번을 치다 보니 뛰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님은 ‘아웃되어도 괜찮으니 많이 뛰어라’라고 주문하신다.

김희준 : 발 빠른 선수는 많다. 이번 대통령배 MVP를 받은 이인행도 발 빠른 선수가 아닌가. 덕수고 1번을 치고 있는 나경민도 발 빠르고….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가 ‘스타트’ 능력이 좋다는 점은 인정한다(웃음).


▲ 타격 센스가 좋은 김희준 선수는 기습 번트에도 능했다.

Q : 혹시 두 선수 중에서 ‘좌타’를 시도해 본 선수는 없는가?

김경오 : 석 달 정도 시도해 봤다. 왼쪽 손가락 통증 때문에 완전 좌타로 바꿀 생각을 해 보았는데, 대만 전지훈련 때 스윙하면 통증이 계속 느껴졌다. 물론 지금은 괜찮다. 좌타였을 때 공이 잘 맞기는 했지만, 방망이에 중심을 맞추는 능력은 떨어졌다. 그래서 다시 우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Q : 이제 대붕기 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경오 : 뒷일 걱정 안 하고 후회 없이 야구하고 싶다. 솔직히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지명에 대해서도 마음을 비운 상태다. 하지만, 팀에 보탬이 되어 다른 선수들이나마 좋은 데 가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김희준 : 이제까지 어깨를 필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대붕기 대회 때에는 8강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다. 솔직히 지금 내 상황에서 프로 입단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프로보다는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싶다. 물론 프로구단에서 하위지명이라도 뽑아 주신다면 감사하겠지만 말이다(웃음).

Q : 자, 이제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두 선수, 좋아하는 과목이 무엇인가?

김경오 : 단연 체육이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과목은 세계사다. 전 세계 역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하지만, 선생님들께서 운동부를 배려해 주셔서 굳이 수업을 듣지 않더라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해 주신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기도 한다. ‘야구 교본’이나 ‘야구 교과서’를 주로 본다.

김희준 : 나도 체육시간이 가장 즐겁다(웃음). 그리고 독서 과목도 좋아한다. 담인 선생님 시간이기에 수업 시간 중에나마 선생님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배려를 많이 해 주신다.

Q : 충훈고에는 어여쁜 여학생들이 많은데, 혹시 여자친구가 있는가?

김경오 :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학생은 있다. 이니셜만 이야기 해 준다면 Y양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어깨에 천사의 날개가 달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예쁘고 착하다(웃음).

김희준 : 나도 여자친구가 없다. 그러나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는 있다. 이니셜만 이야기 해 준다면 S양이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웃음).


▲ 일과 이후 충훈고 선수들은 배드민턴으로 몸을 풀기도 한다.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강한 스매싱은 배드민턴 선수 못지않았다.

Q : 기숙사 생활을 하면 후배들에게 화를 낼 일도 많을 것 같다.

김경오 : (공감하며) 우리 3학년들이 다혈질이 많다(웃음). 경기하면서 잘 안 풀릴 때 강력하게 감정표현을 하게 되는 일이 있다. 그런데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우발적으로 하게 된다.

김희준 :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맞는 말이다. 공부가 이래서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우리 학교 같은 후배들 없다. 참 착하다(웃음).

Q : 마지막 질문이다. 두 선수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오 : ‘무한도전’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해 보겠다. 나에게 야구란 ‘B와 D 사이의 C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B는 Birth(탄생), D는 Death(죽음), C는 Choice(선택)다. 내가 야구를 좋아해서 선택을 했으니, 되든 안 되는 열심히 하고 싶다. 나에게 야구란 이런 것이다.

김희준 : 내 인생의 전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하게 됐는데,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야구 하고 싶다. 나에게 야구란 이런 것이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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