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1 06:58 / 기사수정 2009.05.11 06:58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지난 한 주(5/5~5/12)는 LG 트윈스를 위한 1주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46승 80패에 머물며 꼴찌 수모를 당했던 LG는 이번 시즌 눈에 띄게 향상된 전력을 과시하며 시즌 판도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주초 3연전에는 '스윕 시리즈'가 두 군데서 펼쳐졌다. 잠실에선 LG가 두산에게 세 판을 내리 이겼고, 삼성은 한화와의 대전 원정 경기에서 3연승을 올렸다. KIA는 5일 히어로즈전에서 9회말 역전패를 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8일 롯데전까지 3연승으로 치닫는 등 선전한 끝에 4승 2패로 성공적인 한 주를 마무리했다.
SK는 지난주에도 4승(1무 1패)을 올리며 선두팀의 위용을 드러냈지만 강팀으로 급부상한 LG의 위협을 받는 입장이 됐다. SK는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무승부 개수(4무승부)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이번 시즌에 도입된 승률 계산법에 따르면 무승부는 패배와 똑같다. 롯데는 SK와 KIA에게 각각 1승씩을 기록하는 데 그쳐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위클리 베스트 팀 - LG 트윈스 (5승 1패)
거칠 것이 없는 행보였다. 1주일동안 무려 5승을 거둬 들였다. 2주전까지 5위로 밀려나있던 LG는 1주일만에 한화와 삼성을 제치고 3위로 점프하더니 현재는 두산마저 발밑으로 밀어내고 2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쯤되면 돌풍을 넘어 태풍감이다. 2002년 준우승 후 6년 동안 달고 있던 '뭘 해도 안 되는 팀'이라는 기분 나쁜 꼬리표를 드디어 떼어냈다.
지난주 LG는 6경기에서 39점을 뽑았고 9점만 내줬다. 주간 팀 타율은 0.297, 팀 평균 자책점은 1.53이었다. 팀 타율에서 LG는 1주일간 3할을 기록한 삼성에 근소하게 뒤졌다. 그러나 삼성은 LG보다 14점이나 적은 25득점에 그쳤다. LG의 타선이 그만큼 집중력있는 공격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점대의 평균자책점은 8개 구단 중 1위다. 박용택-페타지니-최동수를 중심으로 공격의 잘 풀리면서 투수들까지 덩달아 힘을 내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5일부터 3일간 열린 두산과의 어린이날 더비는 달라진 LG의 면모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LG는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두산을 상대로 철저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중 두산에게 거둔 성적은 73승 3무 127패였다. 상승세를 타다가도 두산만 만나면 기세가 꺾인 일이 잦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5일 경기에서 두산 투수진을 초토화하며 12-0으로 쾌승하더니 그 여세를 몰아 3-1, 7-1로 거푸 승리를 보태 싹쓸이에 성공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6일 경기에 앞서 '7일에는 봉중근이 나올 예정이므로 6일 경기를 꼭 잡겠다'고 했다. 김 감독의 이 말은 이미 LG에 기를 빼앗겼다고 자인한 것과 다름 없었다. 7일 경기에는 두산도 1선발 김선우가 선발로 예정돼 있었다.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패배를 가정하는 적장의 모습은 LG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대구로 자리를 옮겨서도 LG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8일에는 최원호가, 9일에는 정재복이 각각 선발승을 거뒀다. 8연승의 신바람 속에 김재박 감독은 통산 900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10일에는 삼성에 1-3으로 패해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지만 투타의 균형이 맞아들어가고 있는 LG의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위클리 워스트 팀 - 한화 이글스 (0승 6패)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터지지 않았고 선발진과 구원진 사이의 호흡도 번번이 어긋났다. 1주일간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속절 없는 6연패에 빠졌다. 5위로 시작했던 팀 순위는 6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투수력이 불안정한 가운데 0.207의 주간 팀 타율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지난달 26일 잠실 두산전 1회에 뇌진탕 증세를 보여 전열에서 이탈했던 김태균은 열흘만인 6일 삼성과의 홈경기부터 선발로 출장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주간 타율 1할(20타수 2안타)에 그치는 부진으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 기간 중 삼진만 10번을 당했다.
디아즈의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4월 한달간 3할대의 고타율(0.307)을 기록했던 디아즈는 5월들어 1할대 타율에 머물고 있다. 불안한 수비 때문에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디아즈는 지난 1주일간 1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선발 출장은 세 차례 뿐이었고, 나머지 세 경기에는 대타로 경기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이범호마저 무릎이 좋지 않아 선발에서 제외되는 일이 잦아져 김인식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한화 타선은 지난 한 주간 64개의 삼진을 당했다. 삼진이 가장 적었던 KIA(27개)의 두 배를 훌쩍 넘기는 수치다. 어렵게 잡은 찬스를 소득 없이 날려 버리기 일쑤였다.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0-4로 뒤진 8회초 1사 1,2루 기회를 만들고도 김태균과 이범호의 연속 삼진으로 점수를 못 얻은 장면은 한화의 아픈 구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투수진도 심상치 않다. 선발진은 이미 붕괴됐다. 유원상은 7일 삼성전에서 3이닝 4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후 2군으로 내려갔다. 8일에는 신인 황재규가 선발로 나와 인상적인 투구를 했지만 역시 패전 투수가 됐다. 이튿날엔 에이스 류현진마저 무너졌다. 한화 선발진은 최근 4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기록했다. 김인식 감독은 선발진의 재구성을 시사했다.
믿었던 중간계투 양훈은 5일과 6일에 연속 구원패의 멍에를 썼다. 두 경기에서 한화는 모두 8회 역전패를 당했다. 이틀 연속 역전패의 심리적 타격이 얼마나 클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마정길의 구위가 지난해보다 다소 떨어진 상황이라 양훈의 패전 소식은 더욱 무겁게 들린다. 이번 시즌 한화의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4.42)은 뒤에서 세번째다.
스포트라이트 - 두산 베어스 (3승 3패)
불과 일주일 동안 냉탕과 온탕을 모두 경험했다. 주초 LG에게 3연패를 당했지만 주말에 한화를 홈으로 불러들여 화풀이를 톡톡히 했다. 주간 성적은 3승 3패. 남는 건 없었지만 본전은 했다.
LG전 3전 전패는 충격적이었다. 세 번 졌다는 사실도 문제였지만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경기 내용은 더욱 쓰라렸다. 2점을 얻는 동안 22점을 내줬다. LG전만큼은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던 두산이었지만 이번 3연전에는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3일 내내 단 한 순간도 리드를 잡지 못하고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두산은 2위 자리를 LG에 내주고 3위로 후퇴했다.
선발 투수진의 약세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약점은 불안감을 보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 영입한 좌완 외국인 투수 후안 세데뇨가 언제 등판할지 기약이 없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시즌 개막 직전 맷 랜들을 퇴출시킨 게 잘한 결정이었는지 의구심이 들 만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2년차 우완 홍상삼의 잇따른 호투가 위안거리가 됐다. 2일 롯데전에서 데뷔전 선발승을 거둔 홍상삼은 팀이 3연패중이던 8일 한화전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2실점으로 호투, 또 승리를 거뒀다. 연패를 끊는 것은 에이스의 역할이다. 홍상삼은 특유의 배짱 있는 투구로 팀에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
9일에는 류현진을 패전의 수렁에 몰아 넣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2-3으로 끌려가던 5회에 김동주의 투런 홈런이 터져 나와 승부의 갈림길이 됐다. 두산은 내친 김에 10일 경기도 4-0 완승으로 마무리하며 LG전 연패의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이날은 김현수가 3점 홈런을 터뜨려 한화의 기운을 눌렀다.
주초 3연전에서 두산은 팀 타율(0.159)과 팀 평균 자책점(6.67) 모두 8개구단 중 최하위였다. 하지만 주말 3연전에서는 두 부문 모두 1위(0.287, 2.67)에 올랐다.
현재 두산에는 불안정한 요소들이 많다. 팔꿈치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이종욱의 자리에 민병헌이 자리잡았고 4할대의 맹타를 휘두르던 최준석의 방망이가 주춤한 상태다. 선발진이 약하다보니 중간계투진의 등판 경기수가 많아지면서 실점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런저런 변수가 많은 두산은 흐름에 따라 성적 부침이 심한 도깨비 팀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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