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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전에서 디에고 트리스탄을 추억하다

기사입력 2009.05.10 03:34 / 기사수정 2009.05.10 03:34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10일 새벽 1시반(한국시각)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이하 웨스트 햄)의 홈구장인 업튼 파크에서 웨스트햄과 리버풀과의 EPL 경기가 열렸다. 선발 출장 명단에서 눈에 띄는 선수의 이름이 있었다. 최근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스페인 국가대표 공격수인 페르난도 토레스가 아니었다. 웨스트 햄의 중원을 이끌고 있는 마크 노블도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한때 스페인 최고의 공격수로 손꼽히던 디에고 트리스탄이었다.

디에고 트리스탄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급격히 몰락한 선수도 찾기 힘들 것이다. 99/00시즌 라 리가에서 레알 마요르카 소속으로 18골을 성공시키며 스페인 전역의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 시즌 신흥강호로 떠오르던 데포르티보로 소속팀을 옮겨 19골을 넣으며 데포르티보를 2위에 올려놓으며 라 리가 정상급 공격수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트리스탄의 전성기는 01/02시즌이었다. 라 리가에서 21골을 넣으며 데포르티보를 또다시 2위에 올려놓은데다 자신은 프리메라 리가 득점왕인 피치치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의심의 여지 없는 스페인 최고의 공격수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186cm의 큰 키와 탄탄한 피지컬로 주목받았던 그지만 단순히 키를 이용한 헤딩이 장기인 타겟터가 그의 전부는 아니었다. 수비수를 농락하는 유연한 드리블과 위협적인 프리킥 능력까지, 만능에 가까웠던 그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실력을 인정받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영광의 나날의 지속이었다. 하지만, 조별예선에서 슬로베니아와 파라과이전에 출전해 보여준 그의 무기력한 모습은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웠으며, 이후 알려지다시피 부상까지 겹쳐 스페인은 결국 한국에 발목을 잡히며 8강에서 하차하고 트리스탄의 첫 국제무대는 막을 내린다. 이후 트리스탄은 급격히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02/03시즌 소속팀 데포르티보에선 또 하나의 비운의 공격수인 로이 마카이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데다 대표팀에서의 입지마저 불확실해졌다.

이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페르난도 토레스, 다비드 비야 등 새롭게 떠오른 공격수들에게 스페인 최고의 공격수의 자리를 내준 트리스탄은 이렇다 할 활약없이 몇 시즌을 전전했고, 소속팀인 데포르티보 또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결국 07/08시즌에 세리에 A의 리보르노로 이적하며 스페인 무대를 떠났지만 거기서도 단 한 골을 넣는 부진을 보이며 방출당했다.

그러다 지안프랑코 졸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EPL 무대에 입성한 트리스탄은 인터뷰를 통해 최고 레벨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음을 자신했지만 그 누구도 그 말을 쉽사리 믿지 않았고, 리그 초반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으며 트리스탄의 축구 인생은 또다시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아스톤 빌라전 동점골, 스토크 시티전 프리킥 결승골 등 리그 막판 웨스트 햄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물론 그의 나이는 이제 결코 젊지 않고, 예전만큼 현란한 발재간으로 수비진을 농락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비록 오늘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도 과거와 같이 슈퍼스타의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수가 이토록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는데 어찌 가슴 설레지 않을까. 그의 마지막 팀일지도 모르는 웨스트 햄에서 황혼의 불꽃을 마음껏 불태우며 우리에게 또다시 감동을 선사해주길 기대한다. 그의 축구는 그만큼 정열적이었기에.

[사진 = 웨스트 햄에서 황혼을 불태우는 디에고 트리스탄 (C) 웨스트 햄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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