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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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맛본 SK 박경완

기사입력 2009.04.30 04:12 / 기사수정 2009.04.30 04:12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천당과 지옥을 맛본 박경완'

대한민국 최고의 안방마님이자, WBC 준우승의 주역 중의 하나인 SK의 박경완. 박경완은 최근의 타격 페이스 하락과 월요일 경기로 인한 체력안배 차원에서 두산과의 3연전에서 9번 타자로 경기에 나서게 되었다.

그러한 박경완이 29일 벌어진 두산과의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2차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맛보게 되었다. 박경완은 3회 초 원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호투하던 정재훈의 2구째 가운데 몰리는 공을 그대로 끌어당겨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좌중간 2루타로 1루 주자 나주환을 불러들이며 선취점을 냈다. 그간의 타격 슬럼프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한방이었다.

8회 말까지 4-4로 좀처럼 승부의 향방을 알 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박경완은 9회 초와 9회 말에 '단맛과 쓴맛'을 함께 맛 보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9회 초 박경완은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던 임태훈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며 찬스를 만들었다. SK는 뒤이은 정근우의 좌전안타로 1사 1,2루라는 황금찬스를 만들게 되었다.
다음 타석은 2번 타자 박재상. 노련함으로 단련된 박경완의 기지가 발휘된 때는 바로 이 순간이었다.

SK 벤치도 예상하지 못했다. 임태훈과 김진수 배터리는 물론이고 잠실구장에 있던 그 어느 누구도 다음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임태훈이 이미 공을 던지기도 전에 박경완은 이미 뛰고 있었다. 임태훈의 공이 김진수의 미트에 도달했을 때 박경완은 거의 3루에 안착하기 직전이었다.

그야말로 그 순간 두산은 해머로 머리를 맞은 것 이상의 충격이었다. 박경완이 3루 도루를 감행한 것은 절대로 작전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오래된 경력에서 나온 그만의 센스와 노련함이었다. 작전이 걸린 상황이었다면 SK에서 가장 발이 빠른 타자인 1루의 정근우 또한 당연히 2루로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근우 마저 멍하니 박경완을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 그 어떤 제스처를 취할 수가 없었다. 당황한 두산 배터리는 정근우에게 마저 도루를 허용했고, 뒤이은 박재상의 적시타로 2점을 헌납하게 되었다. 이것은 모두 '안방마님' 박경완이 스스로 만든 기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9회 초가 박경완에게 환희의 순간이었다면, 9회 말은 그야말로 그에게 악몽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9회 초에 2점을 달아났고, 마운드에는 철벽 마무리 정대현이 올랐기에 SK의 승리를 점쳐도 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1사 1루상황에서 들어선 김현수. 김현수가 1구째 친 공이 1루수 박정권의 글러브를 맞고 2루수 정근우에게로 갔고 정근우가 그 공을 잡고 1루로 송구한 것을 박정권이 놓치게 되어 실책을 저지르게 되었다.

그러나 상황이 여기서 종료된 것이 아니었다. 대주자로 나왔던 1루 주자 이원석이 2루 베이스를 돌아 3루 베이스에 안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홈에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다. 이원석은 편하게 홈으로 쇄도하며 아무도 없는 홈 베이스를 밟게 되었다. 이것이 이 날 12회 말 무승부의 단초가 되었던 장면이었다.

물론 박경완은 1루 베이스를 커버하고 백업하기 위해 1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었다. 포수로서 항상 있을지 모르는 실책에 대비하여 다음 동작을 예상하고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것이 정석이긴 하지만, 선행주자였던 이원석을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바로 홈으로 돌아왔어야 했다. 투수인 정대현은 김현수의 타구가 1루 쪽으로 향했지만, 박경완이 홈을 비웠다면 투수인 그가 돌아왔어야만 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투수와 포수의 의사소통의 부재와 사인 미스로 인한 뼈아픈 실책이었다.

결국, 박경완의 활약과 실책 속에 SK는 웃고 울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그간 타격 슬럼프에 허덕이던 박경완이 첫 타석에서 호쾌한 스윙으로 질 좋은 타구를 양산해 냈다는 점, 그리고 9회 초에 보여준 자신의 팀마저 예측 못 하게 하는 본능적인 플레이에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부상을 달고 사는 박경완. 양쪽 아킬레스건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SK의 안방을 사수하며 1위로 이끌고 있는 박경완이 또 어떠한 플레이로 30일 두산과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팀을 이끌지 벌써 관심이 간다.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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