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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 FOI 특집] '올림픽 챔피언' 아라카와 시즈카에 대한 헌사

기사입력 2009.04.24 16:08 / 기사수정 2009.04.24 16:0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3일, 'KCC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2009‘ 미디어데이가 공연 장소인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렸습니다. 드넓은 특설 아이스링크를 수놓고 있는 스케이터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김연아(19, 고려대)였지요.

그리고 작년, 이 공연에서 만났던 친숙한 선수가 전면에 나서서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2006 토리노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28, 일본)는 국내 피겨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일본 피겨 선수입니다.

피겨 선수들에게 최종적인 목표는 단연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당대 최고의 선수들도 올림픽 정상에 서보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실력만이 아닌, '행운'도 수반되어야 목에 걸 수 있는 것이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그리고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 중, 후대에 명예롭게 평가받지 못하는 스케이터들도 존재하지요.

그러나 아라카와 시즈카는 은퇴 이후에도 많은 피겨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그녀가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한 ‘투란도트’는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23일 저녁,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가졌던 기자회견장에는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아라카와 시즈카도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아라카와 시즈카는 선수 시절, 전 세계 피겨 팬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사샤 코헨(미국)과 ‘러시아의 토털 패키지’인 이리나 슬루츠카야에 가려 당대 최고의 선수로는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에 대한 강한 열망은 그녀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지요.

그리고 기술에 연연한 것이 아닌,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우아한 연기력으로 승부를 건 것이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은퇴 이후에도 피겨 해설가와 프로 선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라카와 시즈카는 은퇴를 한 피겨선수의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고’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프로그램’으로 남은 ‘투란도트’

아라카와 시즈카는 2004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이긴 했지만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강력한 우승후보는 아니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표현력을 가졌던 사샤 코헨과 기술과 연기력을 고루 갖춘 이리나 슬루츠카야의 경쟁에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습니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아라카와는 3위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2004 세계챔피언인 아라카와보다 ‘떠오르는 태양’이었던 안도 미키(22, 일본)에게 더 큰 기대를 걸고 있었죠. 여자 선수 사상 최초로 쿼드(4회전) 점프를 할 수 있다는 언론이 일본 전역에 퍼지면서 안도 미키는 일본이 기대하는 ‘금메달 1순위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큰 기대를 짊어진 안도 미키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추락했습니다. 반면, 안도 미키에 비해 일본 매스컴의 시선에서 자유로웠던 아라카와는 침착하고 냉철하게 올림픽을 준비해나갔습니다.

트리플 + 트리플 점프 콤비네이션을 트리플 + 더블로 하향 조정시켰습니다. 올림픽처럼 가장 중요한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기술을 낮추는 경향이 일반적으로 나타납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실수를 줄이고 안정적인 점수를 받기 위해서지요. 실력이 엇비슷한 선수들은 사소한 실수로 승부가 가려집니다.

이러한 경향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큰 기대를 모았던 사샤 코헨은 점프 도중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또한, 평소엔 그토록 잘하던 이리나 슬루츠카야도 가장 큰 무대에서 실수를 범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자신의 연기를 깔끔하게 소화한 선수는 바로 아라카와 시즈카였습니다.

평소에도 매우 침착한 것으로 알려진 아라카와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아이스링크에 등장했습니다. 투란도트의 웅장한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아라카와는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 + 더블 룹을 깔끔하게 성공시켰습니다. 또한, 그 뒤에 이어진 트리플 살코 + 더블 토룹도 무리 없이 랜딩시켰죠.

프로그램 후반에 배치된 트리플 러츠와 더블 악셀, 그리고 트리플 살코에 이은 더블 연속 콤비네이션 점프를 소화해낸 아라카와는 자신이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고지를 모두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자체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 넣었다는 점이죠. 점프와 기술적인 완성도만 따지만 아라카와보다 잘하는 선수는 충분히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우아한 표현력은 투란도트를 지배했습니다. 그녀의 특기인 이너바우어에 이은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과 부드러운 스텝은 투란도트를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완성했습니다.

실수 없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아라카와는 환하게 미소 지었고 승리의 여신도 그녀를 선택했습니다. 일본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서는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스케이트를 타는 이유는 단지 즐거워서일 뿐 - 은퇴하고 나서 더욱 사랑받는 대표적인 스케이터

23일에 있었던 ‘페스타 온 아이스2009’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라카와 시즈카는 "나는 은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스케이트를 타면서 공연을 펼치고 싶었다. 언제나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아이스링크를 떠난 뒤, 피겨 팬들의 뇌리에 명예롭게 남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빙판을 떠났다고 연기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은퇴 이후에 펼쳐진 길이 바로 '새롭게 연기를 해야 할 아이스링크'이기 때문이죠.

아라카와 시즈카가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는 바로 은퇴 이후의 모습입니다. 선수 시절보다 더욱 피겨에 매진하고 열심히 파고드는 모습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코치로 전향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겨 해설가이자 평론가로서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림픽 챔피언 출신이나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러한 분야로 발길을 옮기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올바르게 전달하느냐에 달려있겠죠. 아직도 20대인 아라카와 시즈카는 일본 해설가 중에서도 가장 객관적인 해설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그녀의 객관적인 시선은 김연아에 대한 찬사로도 이어졌죠. 김연아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해외 평론가들은 물론 많습니다. 그러나 아라카와가 피겨 해설가로서 국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것은 초기시절부터 꾸준하게 김연아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보기 드문 '일본 해설자'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라카와는 점프와 표현력, 그리고 발군의 스피드를 갖춘 김연아의 고른 장점을 일관적으로 언급해왔습니다. 자국의 선수에 편중화된 것이 아닌, 철저하게 피겨에 중심을 둔 객관적인 평가는 국내 팬들에게도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김연아에 대한 최고의 찬사 중 하나인 '무결점 선수'라는 발언도 아라카와를 통해서 언급이 됐습니다. 또한, 자국의 선수들도 칭찬할 부분은 인정했지만 잘못된 에지와 부정확한 점프는 고쳐야 된다고 지적했지요.

또한, 무대 밖에서 보여준 지적이고 매너 있는 태도도 많은 이들의 호감을 얻었습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었고 현재는 일선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빛나(25, 전 국가대표) 코치는 "아라카와는 무척 착하고 예의가 바르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대륙 대회에 나갔는데 항상 아라카와와 자주 마주쳤다. 잘타는 선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접근하는 경우는 드문데 아라카와는 항상 모르는 사람에게도 먼저 접근해 친절하게 인사했다. 또한, 내가 굉장히 스케이트를 잘 탄다고 칭찬했더니 '그렇지 않다'라고 손를 저었던 적도 많았다. 실력도 좋았지만 굉장히 겸손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던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아라카와 시즈카였다. 지금도 훌륭한 선수가 지녀야 할 인품을 가진 선수 중 한 명이 아라카와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아라카와는 은퇴 뒤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피겨 팬들은 물론, 전 세계 팬들에게도 또렷이 기억되는 선수로 남은 아라카와 시즈카는 "김연아와 같이 훌륭한 선수와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도 내가 가졌던 꿈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다. 은퇴 전이나 지금까지도 여전히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아라카와 시즈카는 분명히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스케이터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우아한 표현력을 살려서 올림픽 정상에 올랐지요. 또한, 은퇴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라카와 시즈카는 스케이트를 사랑하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역 선수에서 은퇴를 한 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라카와 시즈카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이스쇼가 아닌, 행사나 방송 중계와 관련된 일이 있어도 늘 연습을 빼놓지 않을 만큼, 지금도 철저하게 자기관리에 임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챔피언이기도 했지만 가장 꾸준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인 아라카와 시즈카는 '아름다운 이너바우어'를 통해 아직도 녹슬지 않은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 = 아라카와 시즈카 (C)엑스포츠뉴스DB 김경주 기자, 김혜미 기자, 전현진 기자 스테판 랑비엘, 아라카와 시즈카, 김연아, 패트릭 챈 (C) 엑스포츠뉴스DB 김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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