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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버닝'과 함께 하는 전종서의 지금 "소중하고 그리운 시간"

기사입력 2018.05.29 16:30 / 기사수정 2018.05.29 15:4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을 통해 배우로 대중과 만나게 된 전종서가 안팎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7일 개봉한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버닝'의 제작 소식부터 캐스팅 소식 등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씩 소개될 당시, 대중의 가장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이는 신예 전종서였다.

이창동 감독이 오디션을 통해 해미 역을 연기할 배우를 찾아 나섰고, 전종서는 수 개월간 진행된 오디션을 통해 이창동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영화가 지난 19일 폐막한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버닝'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데뷔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를 방문하게 된 전종서에게도 올해 5월은 여느 해와는 달랐던 시간들이었다.

'버닝' 개봉 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종서는 "5월에는 어버이날도 있고, 스승의날도 있죠. 저희 부모님 결혼기념일도 있거든요. 친구들 생일도 있었는데, 챙길 여유가 없었어서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라며 엷은 미소를 보였다.


'버닝' 오디션 합격부터 촬영, 칸국제영화제 소개와 국내 개봉까지 온전히 '버닝'과 함께 하고 있는 전종서의 시간들이기도 하다.

"미스터리 자체를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던 이창동 감독의 이야기처럼, '버닝'에서 전종서가 연기한 해미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함이 가득한 인물로 관객들의 머리와 마음속에 자리매김한다.

전종서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당시와, 해미를 연기했던 느꼈던 감정을 차례차례 털어놓았다.

"해미가 어디로 갔는지가 중요하지는 않았어요. 메타포라고는 하지만, 우물이나 고양이, 혹은 벤의 정체라든지 알쏭달쏭한 부분들에 대해 하나하나 의심을 갖진 않았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랬던 것 같아요. 만약에 이 영화를 한 명의 일반 관객으로 접했다면 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것에 대해 정의가 확실해야 하고 또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어요. 지금도 모르고 싶고요."

전종서는 배우로의 첫 발걸음을 떼는 작품이었던 '버닝'을 촬영하며 "그냥 그 배역과 상황, 상대가 하는 말들을 받아들이는 것 그 자체가 이 직업의 1순위라고 하는데, 저도 그 부분에 공감을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영화 속에서 해미가 종수에게 말하는 "이제 진실을 얘기해봐"라는 말이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표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영화 자체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미스터리잖아요. 뭔가 정교해지고 편리해지고 좋아지는 세상 속이지만 우리는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고 지금 시대가 그렇기 때문에 따라가고 쫓아가야 하는 것이고요. 알 수 없는 수많은 개츠비들을 보면서 자격지심과 분노, 무력감, 억울함을 느끼죠. 하지만 왜 그렇게 우리가 무기력해졌는지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나있는지 알 수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사건이 없는 영화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이진 않더라고요. 어느 정도의 관심과 어느 정도의 오해와 어느 정도의 애정으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관심도가 있는지, 그것에 따라서 보이는 깊이도 달라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저로서 이 영화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더 보일 것 같은 것이죠. 더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본다면요."


장면 장면마다 한 편의 그림처럼 구현해내 전 세계 비평가와 아티스트, 영화인들에게 큰 호평을 이끌며 칸국제영화제에서 벌칸상(촬영, 편집, 미술, 음향을 통틀어 기술적으로 세계적인 가장 영화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상) 수상 쾌거를 이루기도 했던 '버닝' 속 노을 장면을 언급한 전종서는 "모든 것이 예뻤어요. 그 순간을 보고 느꼈던 기억이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남아있죠"라고 미소 지었다.

다시 촬영 현장의 이야기를 떠올린 전종서는 "제가 어떤 촬영을 한다고 하면, 저보다 스태프 분들이 더 조심스러워하시면서 저를 배려해주셨어요. 저 스스로 '굳이 안 그러셔도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고 제가 오히려 미안할 정도로요"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전종서는 "영화를 통해 다시 보이게 되는 것들이 많거든요"라고 되짚었다.

"시각적으로 확장되고,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현재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고, 나에 대해 다시 한 번 보게 되고 뭔가 관계에 대해서, 수많은 것들을 다시 한 번씩 짚게 되더라고요. 영화를 저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하게 된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공감했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혹은 좀 더 멀리에서 볼 수 있던 그런 부분이 저 개인에게는 재미있는 부분이었죠."

올해 스물다섯 살인 전종서는 그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던 2018년 5월까지의 시간을 되새겼다.

"제가 어릴 때부터 스물다섯 살이라는 나이에 대한 환상이 있었거든요. 어릴 때 바라본 스물다섯 살은 진짜 예뻤고, 어른 같았어요. 그렇다고 제가 어른이 되고 싶었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스물다섯 살 때 어떨까' 이런 느낌이요. 문득 칸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스물다섯 살이 돼서 반년을 지내보니까 정신없이 바쁘지만 무의식중에, 무심결로 지나친 스케줄과 개인적인 시간을 포함한 그런 모든 것들이, 내가 꿈꿨던 것일 수도 있었다는 것을요. 이게, 그 당시를 살고 있으면 못 느끼는 부분이 많은가 봐요. 매 순간 경각하면서 체크하기엔 피곤하잖아요. 제가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것을 겪고 있는지 그것은 모른다고 얘기할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보일 것이라는 것을, 또 분명히 소중하고 그리울 것 같기는 해요."

또 전종서는 "'버닝'이라는 영화가 나왔고, 이제는 계속 존재하게 된 것이잖아요. 제 모습 역시 '버닝' 안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것이고요"라며 '버닝'이 자신에게 남긴 의미도 함께 덧붙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GV아트하우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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