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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 코치 김세열, "일등보다 행복한 스케이터가 더 중요"

기사입력 2009.04.23 10:50 / 기사수정 2009.04.23 10:5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표면적으로 보기에 피겨 스케이팅은 매우 아름다운 종목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은반 위를 수놓는 진정한 연기는 차츰 사라지고 있습니다. 피겨 선수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연기를 펼치려면 자신이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스케이터들은 매우 드뭅니다. 경쟁을 떠나 스케이트 자체가 좋아서 빙판 위에 서는 선수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가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케이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 스스로 ‘행복’하다는 모습을 빙판 위에서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피겨 선수들에게 '우승'보다는 '행복'을 전달해 주고 싶다는 피겨 스케이팅 지도자인 김세열(37) 코치와 인터뷰 자리를 가졌습니다. 현역 피겨 지도자들 중, 가장 열정적이고 왕성하고 활동하고 있는 김세열 코치는 김연아를 비롯해 국내 유망주들을 한번쯤 지도해 본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남녀국가대표 선수이자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미래인 김민석(16, 불암고)과 곽민정(15, 군포수리고)을 지도하고 있는 김 코치와 함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피겨 유망주들을 위한 대목에서 김 코치의 표정은 한층 진지했습니다.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만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행복한 스케이터'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밝힌 김 코치는 최인화(25)와 정보경(24) 두 서브코치와 함께 6명의 선수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늦은 오후, 봄날의 노을이 뜨기 시작하자 선수들이 하나둘씩 찾아왔습니다.

빙판에 들어서기 전, 지상 훈련을 하고 있는 유망주들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김세열 코치와 함께 그들의 희망찬 앞날도 전망해봤습니다

Q :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동안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이제야 코치님을 인터뷰하게 됐네요. (웃음) 한국에서 피겨 코치는 다른 생활을 거의 포기해야 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하는데 올해로 몇 년째 코치 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김세열(이하, ‘김’으로 표기) : 올해로 한 12년쯤 된 것 같아요. 오랫동안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생활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도 있죠. (웃음)

Q : 피겨 선수를 완성해나가는 작업은 매우 흥미롭지만 그래도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유혹은 없으셨는지요?

김 :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면서 다른 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몇 번 있었어요. 특히, 몇 년 전에 그런 생각이 강해서 잠시 방황하던 때도 있었죠. 그래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여행도 많이 다녔죠. 하여튼 그때는 생각이 많던 시기였어요. 그러나 빙판을 떠나있다 보니 어딘지 모르게 텅 빈 느낌이 강했어요. 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고 결국엔 다시 이 일에 전념하게 됐죠.

Q : 주변 분들의 말을 들으면 코치님은 피겨에 대한 열정이 무척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피겨 지도자의 길만 생각하고 계신가요?

김 : 꼭 그렇지는 않아요. (웃음) 지금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다만, 김연아 선수 이후로 국제무대에서 선전을 하는 선수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죠.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새로운 도전의식을 낳게 만들었고 지금은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를 계속 배출하는 것이 목표가 됐어요.

Q : 현재 6명의 선수를 지도하고 계신데 코치님만이 가지고 계신 선수들의 지도방침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김 : 저 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스케이트 타는 것을 좋아하고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선수로서 성적도 중요하지만 스케이트 자체를 즐기면서 타는 것이 매우 필요하거든요. 제가 지도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토대가 마련되면 선수의 기량도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것 같아요.

현재 제가 지도하고 있는 김민석(16, 불암고), 서민석(18, 일산동고), 김혜린(14, 평촌중), 그리고 클라우디아 뮬러(12, 관산초) 등의 선수들에게도 어떤 부분을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고 생각해요.

Q : 김 코치님은 김연아 선수의 전 코치 중, 한 분으로 많이 알려지셨습니다. 그동안 언론 매체에서도 이 점이 많이 부각됐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요?

김 : 김연아 선수도 제가 특별하게 무엇을 가르쳤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 선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해요. 연아 선수는 워낙 뛰어나잖아요? (웃음) 코치로서 이러한 선수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도 드문데 저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Q : 이제 코치님의 선수생활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대학교 때까지 선수생활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 언제까지 현역 선수로 뛰셨나요?

김 : 정확하게 97년도까지 선수로 뛰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미국에 가서 프랭크 케롤에게 지도를 받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웃음) 그때 레슨을 받는 것을 계기로 2년을 휴학하고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어요. 선수생활의 이력은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배우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웃음)

Q : 김 코치님의 대학교 시절과 은퇴할 무렵에는 신혜숙 코치님이 지도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난번에 신 코치님을 만났을 때 얘기를 들어보니 김 코치님은 스케이트 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하시더군요. (웃음) 좀 단편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피겨 스케이팅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맘에 드셨나요?

김 : 스케이트를 좋아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그냥 어떤 이유나 원인도 없이 좋아했었어요. 물론, 잘 타서 뛰어난 선수가 됐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결과를 떠나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 자체가 무척 즐거웠어요. 피겨 선수의 생활이 평탄하지 않듯이 저도 부상이 꽤 많았는데 중학교 때 무릎 수술도 받았어요. 그 이후로 관절이 안 좋아서 고생도

많이 했죠. 그 이후로 부상을 은퇴할 때까지 달고 살았었죠. 솔직히 선수생활을 더하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부상 때문에 은퇴를 결심하게 됐죠. 지금 지도자로서도 결과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선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결과를 떠나서 연습 자체에 몰입하고 스스로 '최선을 다 했다'라는 느낌이 들면 만족스러웠어요.

Q : 은퇴를 하시고 나서 피겨 지도자 이외에 다른 길을 선택할 기회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굳이 이 길을 계속 가고자 했던 결심을 어떻게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김 : 제가 선수로 뛸 때,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쉬웠어요. 그래서 좋은 선수를 양성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강했죠. 은퇴를 하고 나서 피겨 지도자의 길을 선택할 때, 큰 망설임은 없었어요. 세계적인 선수를 키워보고자 하는 새로운 꿈이 이 길로 이끈 것 같습니다.

Q : 코치님이 선수 시절 때, 어떤 스케이터가 선망의 대상이었는지 궁금하군요

김 : 저는 일본의 이토 미도리(40, 일본 나고야 태생, 1989년 세계선수권 우승,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은메달, 1988년 여자선수로서는 최초로 트리플 악셀 점프 성공)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일본은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로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선수였죠. 또한, 이토 미도리가 등장한 이후, 일본이 본격적으로 피겨의 강국으로 올라섰어요. 그 기회의 장을 열게 한 선수의 업적은 실로 대단했죠.

그리고 이토 미도리는 피겨 선수로서 외모도 출중하지 않고 체격도 서구의 선수들과 비교해 많이 외소 하잖아요? 이러한 단점을 모두 극복한 데에는 재능도 중요하지만 피눈물나는 노력이 한몫을 했다고 봐요. 이러한 점이 참으로 존경스러웠죠.

Q : 이토 미도리는 여자 선수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한 선수지만 아직까지도 이 선수의 트리플 악셀을 뛰어넘는 여자 선수는 등장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김 : 맞습니다. 물론, 토냐 하딩(39, 1991년 스케이트 아메리카 1위, US내셔널 1위, 현재 권투선수)도 완벽하게 뛰었지만 이토 미도리만큼 완벽하게는 뛰지 못했지요. 최초이기도 했지만 이토 미도리는 여자 선수들 중, 가장 완벽한 트리플 악셀을 구사했었습니다.

Q : 신 채점제가 도래하면서 기술의 정확성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김 코치님도 탄탄한 기본기와 기술의 정확성에 무게 중심을 많이 두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신 채점제가 나오기 전부터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셨는지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 :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어렸을 때 기본기를 배울 때입니다. 그때, 정확한 점프를 배워야 나중에 고생을 덜하게 되죠. 그리고 의미심장한 문구를 어느 외국 코치 분에게서 들었어요. '피겨 스케이팅은 피겨 스케이팅이다'이라고요.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만만치 않은 종목이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이러한 말은 캐나다의 엠마뉴엘 산두를 가르친 조앤 맥로드도 강조하셨어요.

그동안 선수들을 데리고 외국의 유명 코치들을 여러분 만나 뵈었는데 그 분들에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아직도 가르치는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정확한 점프와 기술을 배우기 위해선 기초적인 자세가 중요해요. 기초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스케이트를 신고 배워나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예전에 김연아 선수는 피겨 선수에게 재능과 노력이 각각 절반씩 필요하다고 답변을 했는데 코치님 같은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 저는 재능이 60~70%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선수가 목표를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재능이 필요하거든요. 요즘 피겨 선수들 중, 노력 안 하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력을 다들 하는데 재능이 뒷받침해 주는 선수들은 빛을 보게 되죠

그리고 같은 노력을 해도 어느 정도 성장하느냐에 따라서 선수의 명암이 갈라져요. 그리고 재능은 비단 신체적인 재능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피겨 선수에게 정신적인 부분은 매우 중요한데 영리한 두뇌와 큰 대회에 나가서 지나치게 떨지 않는 배포도 필요하죠.

Q : 정신적인 재능을 언급하실 때, 역시나 떠오르는 선수가 있군요. 김연아 선수가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강한 정신력도 크게 작용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김 : 그렇죠. 연아 같은 경우는 훌륭한 선수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재능을 고루 갖춘 케이스였어요.

Q : 최근 피겨 팬들이 관심을 보이는 최고의 이슈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ISU의 규정이 새롭게 바뀌려고 하는데요. 롱 에지와 가산점의 문제, 그리고 심판 수를 12명에서 9명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 : 저는 결과가 말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도 트리플 악셀에 대한 배점이 올라가고 어텐션 마크가 붙는 새로운 규정이 나왔잖아요? 작년 규정이 바뀔 때에도 우려가 나왔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연아 선수가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한 시즌을 마감했어요. 결론적으로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은 과제와 규정으로 점수를 매겼을 때 연아 선수가 큰 점수 차이로 승리했어요. 이러한 점을 봤을 때, 이번에 다시 새로운 규정을 적용한다고 해도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Q : 그렇죠. 이미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선수가 몇 가지 규정으로 흔들리는 경우는 없죠. 현재 이러한 일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오서 코치가 자신감을 내비쳤듯 큰 걱정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코치님이 현재 지도하고 있는 선수들로 포커스를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워낙 선수들을 아끼시는 분으로 유명하신데요. 현재 코치님 밑에는 한국 피겨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이 모여 있습니다. 바로 저 앞에 다들 모여 있는데요. (먼발치에서 곽민정, 클라우디아 뮬러, 김혜린 선수 등이 링크 로비에서 줄넘기와 지상 훈련을 하고 있었음) 다들 키가 쑥쑥 자라네요? (웃음)

김 : 그래도 아직 아기 같아요. (모두 큰 웃음)

Q : 현재 '페스타 온 아이스' 공연 연습으로 이 자리에 없는 친구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웃음) '국내 유일의 남자피겨 대표'인 김민석 선수는 코치님을 만나고 난 뒤, 이른 시간에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입니다. 그동안 민석 선수를 지도해 오신 시간을 간략하게 회고해주시죠 (웃음)

김 : 우선 민석이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었죠. 일반적인 생활을 하기에도 형편이 힘겨웠는데 주변 분들의 도움과 관심으로 민석이가 힘을 얻었을 수 있었어요. 자신에게 닥쳐온 시련을 극복하면서 기량도 성장했고 트리플 악셀까지 랜딩하게 됐죠.

그러나 코치로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땐, 재능이 많은 친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만났을 땐, 큰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굉장히 노력파였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쉼 없는 연습으로 대체해나갔죠. 그리고 민석이는 제 생각을 조금 고친 케이스의 선수입니다.

어느 정도 성장하려면 재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으로 처음으로 뒤집은 선수가 바로 민석이였죠. 재능은 없었지만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 선수가 바로 민석이였어요. 민석이가 노력한 정도를 따지면 정말 엄청났어요.

Q : 처음에 김민석 선수를 만났을 때 어느 것부터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김 : 당연히 점프였죠. 잘못된 자세도 있었고 점프도 낮았었어요. 여기에 스핀과 연기력 등 모든 부분이 부족해서 고루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제가 민석이를 어떻게 가르쳐서 발전시켰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이런 얘기는 했었어요.

미국의 피겨 스케이터들 중, 니콜 보백(32세, 1995년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 1995년 U.S 내셔널 대회 우승) 이 선수도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웠는데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까지 획득했죠. 지금은 프로로 전향해서 가난을 탈출하고 그림 같은 저택에서 살고 있어요.

민석이에게 이 선수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줬죠.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어머님도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시지만 앞으로 네가 성공하고 싶다면 피겨에 모든 것을 걸라고 얘기해줬어요. 네가 진심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가 끊임없이 지원해준다고 약속을 했죠. 원래 민석이는 스케이트 타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정말 지독하게 연습에 몰입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흘린 땀방울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됐죠.

트리플 악셀을 뛸 수 있게 됐지만 최근엔 트리플 살코 + 트리플 룹 콤비네이션까지 랜딩하고 있어요. 저는 재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데 이러한 생각을 최초로 깨트린 선수가 민석이였죠. 오늘의 민석이가 완성될 수 있었던 큰 원인은 죽을힘을 다해서 연습했던 노력의 승리라고 평가합니다.

Q : '노력형'의 대표적인 선수인 김민석 선수에 대해 들어봤는데요. 이제는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에 대해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곽민정(15, 군포수리고) 선수는 참으로 훌륭한 재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데요. 최근에 코치님이 새롭게 받아들인 제자이기도 한 곽민정 선수를 지도하게 된 결심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김 : 민정이 같은 경우는 원체 재능이 뛰어나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었어요. 지금 민정이와 함께 한지 두 달이 조금 안됐는데 좋은 재능에 비해 취약점이 많이 보였어요. 우선 피겨 동작과 기술에 필요한 기본자세가 좋지 않은 점이 눈에 들어왔죠. 민정이를 만나고 난 다음, 이 부분을 보완해 나갔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고쳐나갔어요.

또한, 민정이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경우인데 우선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했거든요. 작년에 주니어대표선발전에서 우승을 하고 그랑프리 주니어 3차 시리즈에서 동메달을 따긴 했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좌절을 맛본 것이 자신감 부족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러한 부분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민정이의 과제겠죠.

Q : 옆에서만 지켜보시다가 막상 곽민정 선수와 함께하고 느끼신 소감은 어떠셨나요?

김 : 제가 지금껏 가르쳐본 제자들 중, 김연아 선수 이후로 가장 재능이 뛰어난 선수인 것은 확실해요. 체형 자체도 피겨 선수로서 적합한데다가 기술을 배워나가고 고치는 속도, 그리고 당찬 성격까지 다양한 재능을 고루 갖췄어요.

Q : 최근에 더블 악셀에 이은 트리플 토룹을 랜딩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 콤비네이션 점프는 김연아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는 아직까지 깔끔하게 랜딩하고 있지 못하잖아요? 이 점프의 성공률은 현재 어떤지 궁금하군요

김 : 최근에 연습도중 다쳐서 많이 연습은 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랜딩이 됐다가 안됐다가 왔다 갔다 하는데 많이 좋아졌고 배워나가는 속도도 빠른 만큼 충분히 익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아까도 언급했지만 민정이에게 가장 필요한 점은 실전 경기에 나갔을 때,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역할은 민정이가 열심히 연습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겠죠.

Q : 그리고 김 코치님 밑에는 또 한 명의 유망주가 있죠. 바로 스케이트를 직접 타본 지도자와 선수들, 그리고 현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선수들을 지켜보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특별한 스케이터가 있는데 바로 서채연(13, 가동초)선수입니다. 이렇게 일관된 의견이 나오기 힘든데 피겨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한결같이 서채연 선수의 재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김 : 서채연 선수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에 속해요. 점프의 질이 어린 선수치고 매우 훌륭하죠. 또한, 무엇을 가르치면 익히고 고치는 속도도 매우 빨라요. 점프도 회전력과 탄력도 정말 타고났죠. 그리고 체형도 피겨 선수로서 매우 적합하고요. 다만, 어린 나이에 부상이 심하다는 점이 가장 맘에 걸려요. 최근 이호정(12, 남성초) 선수와 김해진(12, 관문초) 선수도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서채연 선수도 이런 선수들과 함께 도약해야 하는데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죠.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피겨 스케이팅이 인기 종목으로 부상하게 됐는데 이러한 현실에 대한 소감과 다시 태어나도 피겨를 하실 의향은 있으신지요? (웃음)

김 : 아주 기분이 좋고 흐뭇하죠. (웃음) 완전히 비인기 종목이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행복한 시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국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도 나름대로 '스타성'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할 때, 팬 분들이 오셔서 응원도 해주시고 선물도 주실 땐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더 흥이 나고 힘도 얻게 되잖아요? 피겨 팬들이 점점 늘어나면 좋은 선수들도 꾸준히 배출돼야 하는데 저도 이러한 부분에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지금처럼 흔들림 없이 우리 선수들을 꾸준하게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서까지 피겨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없어요. (웃음) 지금은 이 길을 걷고 있으니까 다음 생이 주어지면 다른 길도 걸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기회가 오면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걸어갈 수 있는 길은 참으로 다양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일에 전념하고 싶어요.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해 국제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이 행복해야 좋은 결과도 나올 수 있겠죠. 이 자리에서 일관적으로 말씀드렸지만 제가 하는 역할은 선수들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내가 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지에 대한 존재감이 들도록 유돟하고 같은 값이면 '즐겁게 타자'라는 생각이 들도록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Q :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 드립니다. 선수들과 아울러 코치님도 '행복한 지도자'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김 : 하하하, 감사합니다.

김세열 코치는 김연아의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에게 메일을 보낼 때, "김연아를 행복한 스케이터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좋아하도록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밝히고 있었지요. 김 코치는 빙판 안에서는 엄격한 지도자지만 밖에서는 선수들에게 '천사'로 통할만큼 자상한 지도자로 비치고 있었습니다.

[사진 = 김세열, 김민석, 곽민정, 클라우디아 뮬러 (C) 엑스포츠뉴스DB 김혜미 기자,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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