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A매치 주간으로 잠시 휴식을 취했던 K-리그가 다시 기지개를 켰다. 초반 순위가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언제나 빅뱅인 FC서울과 수원 블루윙즈의 경기는 난타전 대신, 단 한 골로 승부가 갈렸다.
팽 당한 아픔을 갚아주겠노라 이를 갈던 전북의 김상식은 생애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최태욱 덕분에 맘 편한 복수를 했고, 광주 상무는 벌써 지난해 올렸던 모든 승수를 쌓으며 리그 2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BEST] 전북 현대 : 성남 일화 - (4:1) 식사마의 복수는 이제부터
전주성을 찾은 성남의 서포터는 차라리 전반, 이 상황 그대로 경기가 멈췄으면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미 3:0을 가리키는 전광판이 야속했다.
성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상식은 성남의 공격을 꽁꽁 묶었다. 택배 패스야 유니폼을 갈아입는다고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6분 사이에 두 골을 넣은 최태욱은 생애 첫 해트트릭을 위해 후반 19분 또 한 골을 성남의 골문에 작렬시켰다. 올 시즌 K-리그 첫 해트트릭. 골을 넣은 최태욱만큼이나 기쁨에 젖은 김상식이었다.
넣지 못하는 공격진이 하도 답답해서였을까? 성남은 후반 33분 중앙 수비인 조병국이 한 골을 성공시키며 치욕의 0패는 면했다. 그러나 그 한 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러나저러나 속쓰린 건 마찬가지다.
[WORST] FC 서울 VS 수원 블루윙즈 (1:0) - 수원에게는 AFC가 있어요
리그 전 미디어데이, 혹은 AFC 관련 기자회견을 제외하고는 처음 있는 기자회견이었다. 단지 4R의 한 경기일 뿐인데도 양 팀의 감독을 따로 불러 기자회견을 열고 양 팀의 역대 전적이 따로 정리되어 전해질만큼 K-리그에 이만한 '라이벌 전'이 없다. -물론, 라이벌이라는 문구에 발끈할 팬이 더 많겠지만-
경기 전부터 인터뷰를 통해 화끈하게 진행됐던 양 팀의 장외 전은 그라운드로 들어서자 한층 더 치열해졌다.
난타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박지성'을 떠올린 이청용의 한 방으로 서울이 수원에 승리를 거뒀다. 서울은 3경기 만에 승리를 맛보며 팀을 추스르는 데 성공했고, 수원은 여전히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채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했던 차범근 감독에 말처럼 AFC에서의 승리로 방향을 선회해야 했다.
아쉬운 점은 경기가 어떻게 되든 이 경기에서는 골이 무수히 터졌어야 한다는 점이다. 프로 야구가 개막하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양분된 상황에서 이 빅뱅은 더욱 크게 주변을 흡수했어야 했다. 축구에서 주변을 흡수할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두말 않고 골이다.
대전 시티즌 : 대구 FC (2:0) - 고창현이 있으니까
두 시민구단의 대결에서는 대전이 웃었다. 대전은 바벨과 고창현이 나란히 한 골씩을 터트리며 대구에 2:0의 승리를 거두고, 리그 첫 승을 홈에서 장식했다.
이번 시즌 들어 신인을 대거 기용하며 새로운 팀을 만드는데 주력한 김호 감독의 노력은 오히려 고창현의 골로 보상받았다.
부산 아이파크 : 광주 상무 (2:3) - 군인이라 놀리지 말아요~
광주 상무의 초반 기세가 경이로울 지경이다. 광주의 현재 리그 순위는 2위. 전북 현대에 이어 승점 9점을 기록한 광주는 3무 1패를 기록, 이미 지난 시즌에 거둔 승리를 모두 거뒀다. 9달이 걸리던 일을 한 달 만에 해치운 광주는 최성국을 주축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성훈과 김창수의 골로 최재수에 첫 골을 내준 채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부산은 그러나 강진규의 두 골로 다시 역전을 당했다. 그리고 경기를 뒤집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와야 했다.
광주에 덜미를 잡힌 부산은 정성훈이 리그 득점 선두에 올랐다는 사실 하나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포항 스틸러스 : 울산 현대 (1:1) - 전통의 라이벌의 무재배
포항의 무승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K-리그 개막전 수원과의 원정경기에서 2-3의 승리를 거둔 뒤로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포항이 이번에도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울산과의 경기에서 포항은 후반 12분 김기동의 골로 앞서 나가며 무의 사슬을 끊는 듯했지만, 후반 27분 알미르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홈 첫 승의 꿈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브라질의 명장, 파리아스의 이름이 다시 무리아스가 되는 순간이었다.
제주 유나이티드 : 경남 FC (1:1) - 300승은 대체 언제 할 수 있을까?
경남은 기분 좋은 제주 징크스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리그 300승과 제주 이전 후 33승을 노리던 제주는 한 경기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원정팀인 경남은 전반 10분 이용래가 시즌 첫 골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듯했다. 유난히 제주에 지지 않는 징크스를 지닌 경남의 자신감은 일찍 터진 골로 더해졌다.
경남의 승리를 제주 출신인 심영성이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전반 30분 전재운 대신 투입 된 심영성은 알툴 감독에게 자신의 투입을 후회하지 않게 할 천금 같은 골을 성공시켰다.
이 골 이후 양 팀은 더 이상 상대의 골문을 열지 못해 1:1무승부를 기록했다. 제주는 팀 300승과 입도 33승을 한 경기에서 이루지 못해 비긴 상황에서도 아쉬움을 자아냈고, 경남은 리그 개막 후 치른 4경기에서 전부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리아스가 아니라, 무광래가 더 강한 것 같다.
인천 유나이티드 : 강원 FC (2:0) - 신생팀의 파워는 신인이 막는다
윤준하와 김영후에 쏠렸던 관심이 유병수에게 집중됐다. 시즌 초반인데도 신인왕 얘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탄탄한 플레이로 팀 공격의 주축이 됐다. 강원을 2:0으로 물리친 이 경기에서도 유병수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어찌 보면, 시즌 전 가졌던 친선 경기에서 3:1로 승리를 거뒀던 기억이 인천에는 좀 더 호재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윤준하와 김영후의 발끝을 기대했던 강원은 인천의 바닷바람에 막혀 잠시 쉬어가게 됐다.
BEST 유병수 - 내 가슴엔 인천이 산다
윤준하, 임상협만 슈퍼 루키가 아니다. 오히려 유병수가 그 둘보다 모자란 것이 무엇이랴. 1988년생, 이제 스물두 살의 이 어린 선수는 K-리그의 그라운드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 다시 뱉어내 유병수라는 이름으로 초록색을 뒤덮었다.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인천의 승리를 이끈 유병수는 첫 골을 터트리고는 유니폼의 엠블럼을 입에 문 채 달렸다. 언남고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그의 프로행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었다.
그러나 우려를 불식시키는 40M 프리킥 골은 유병수의 프로 등장을 알렸고, 여타 신인이 '나 자신보다 팀의 승리를 원한다.'라고 말할 때 "팀 승리와 신인상 모두를 노리겠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패기마저 가진 유병수 덕분에 인천의 봄바람은 행복함에 젖었다.
SO SAD, 서동현 - 축구 천재의 봄날은 가고
그 '슈팅' 이후, 서동현은 주저앉았고 푸른 옷을 입고 관중석에서 '제발, 제발!'을 되뇌던 그의 지지자들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들려오는 주심의 휘슬 소리를 애써 외면하려 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그 마음은 상암 잔디 위에서 굵은 눈물을 흘린 서동현도 관중석에 서서 바로 반대편에 보이는 붉은 옷을 입은 누군가의 기쁨의 몸짓을 바라본 푸른 그 들도 같았을 것이다.
이길 수 없다면 차라리 비기기라도 했으면 했던 그 바람이 무참히 깨진 뒤 후폭풍은 더욱 거셌다. 궁금하면 검색창에 서동현을 쳐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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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