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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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취업 스트레스'도 한 방에 날린 한국야구

기사입력 2009.03.30 02:29 / 기사수정 2009.03.30 02:29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따스함을 선사하는 한국야구'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 끝난 지 6일이 흘렀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국민 모두가 제 할 일을 못하게 만들었던 WBC. 20여 일간 국민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하며 울고 웃겼던 WBC가 끝이 났고 국민 모두 각자 제 위치로 돌아가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다.

'국가가 있기에 야구도 있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김인식 감독 이하 대표팀 선수들. 경제 한파에 휩싸여 힘든 나날을 보냈던 국민이었지만, 그들이 보여준 투지와 투혼에 큰 감동을 받으며 희망의 꿈을 이어갔다.

특히, 취업하기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욱 어렵다는 요즘, 대표팀 선수들의 플레이는 '취업 스트레스'에 지친 대학생들의 메마른 목을 축여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했다.


[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학생회관 학생식당에서 WBC 결승전을 보고 있는 모습]

예전과 같은 낭만적인 대학생활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학점, 토익, 자격증 등등의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대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삭막하기가 그지없다. 슬프지만 이것이 캠퍼스 생활의 현주소이다.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경영대 로비에서 WBC 결승전을 보고 있는 모습]

하지만, WBC는 이러한 대학생들을 한데 묶어 주는 역할을 했다. 마치 2002년 월드컵을 방불케 하듯 모든 학생들이 모여 TV를 시청하며 다 같이 '대한민국~'을 연호하면서 하나가 되었다. 이 순간만큼은 1라운드 예선 일본전에서 일본의 마쓰자카의 공을 받아친 김태균의 대형 홈런처럼 '취업 스트레스'를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채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동국대학교 학생회관 학생식당에서 WBC 결승전을 보고 있는 모습]

공 하나에,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모두 다 같이 일희일비하며 기뻐하고 아쉬워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아쉽게 일본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각 학교 학생회관에서 TV를 지켜보던 대학생들은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을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중앙대학교 학생회관 식당에서 이색적으로 손에 야구공과 글러브를 끼고 결승전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던 한 대학생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컴퓨터공학과 한승민씨(25)]


박형규 기자, 이하 박] 대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있는 학생회관 식당에서 굳이 공과 글러브를 가지고 야구를 보신 이유는?

한승민] 평소에 야구를 사랑하는 대학생으로서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뛰고 싶다는 마음에서 공과 글러브를 가지고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박] 이번 제2회 WBC가 국민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었는데 대표팀 선수들이 대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하세요?

한승민] 미국,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일본 등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죽지 않고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경기에 임한 대표팀 선수들을 보며 어떠한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맞서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박] 아쉽게 결승전에서 패하고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

한승민] 김인식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죽기살기로 싸워준 우리 대표팀 선수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우승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지만, 대회 내내 투지를 불사르며 이룩해낸 우승만큼 값진 준우승이었기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국야구는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닙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챔피언에 등극했고, 제1회 WBC에서 4강신화, 그리고 제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으니 2013년 제3회 대회에서 우승하면 됩니다.

박] 이번 WBC가 대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한승민] 사실 WBC가 월드컵이나 올림픽만큼 아직 익숙지 않은 것이 사실 입니다. 하지만, WBC가 야구팬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야구를 매개체로 하여 취업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 대학생들이 잠시나마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힘들지만, WBC로 인해 자신들이 원하는 꿈과 희망을 일깨워 줄 수 있게 해준 발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저 또한 지금 고학년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해있는 상황인데 WBC가 열렸던 지난 20여 일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박] 이제 프로야구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야구팬으로서 어떠신지?

한승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이번 WBC 준우승을 발판삼아 500만 관중 돌파는 물론이고, 파죽지세로 600만 관중에도 도전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민에게 힘을 주는 야구,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런 박진감 넘치는 프로야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야구장이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가슴에 응어리들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그런 안식처 같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한국야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WBC는 이를 지켜본 국민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대한민국은 강하다!'라는 자부심을 일깨워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4월 4일, 프로야구 개막일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2009년 프로야구는 경제한파로 인해 '취업 스트레스'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나라의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대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줌과 동시에 더 나아가 경제위기로 꽁꽁 묶은 서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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