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원로배우 故 최은희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1942년 데뷔 이후 납북과 탈북, 망명 등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온 고인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던 영화 '연인과 독재자'도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 최은희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고인의 가족들은 이날 최은희가 "병원에 신장 투석을 받으러 갔다 임종했다"고 전했다.
최은희는 남편 신상옥 감독이 2006년 4월 11일 먼저 세상을 떠난 가운데, 허리 수술 등 건강이 악화되며 임종 직전까지도 신장 투석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은희와 신상옥 감독은 만남과 헤어짐, 다시 만남을 이어오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살았다. 이들의 삶은 영화를 통한 작품 세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9월 개봉했던 '연인과 독재자'는 이들의 로맨스, 납북과 탈북, 망명을 모두 아우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최은희는 지난 2007년 출간했던 자서전 '최은희의 고백'을 통해 납북과 탈북, 망명의 과정을 상세히 전한 바 있다.
최은희가 신상옥 감독과 함께 세운 안양영화예술학교(안양예고)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자 투자 유치를 위해 1978년 홍콩을 찾았다가 납북됐다고 알려져 있다. 홍콩에서 배를 타고 8일만에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을 때 당시 북한 2인자인 김정일을 만나게 됐고, 이후 신상옥 감독도 납북되며 이들은 다시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이들의 납북은 북한의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야망을 가졌던 김정일의 계획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김정일의 주도 아래 다시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북한에서 신필름 영화촬영소 총장을 맡고 '돌아오지 않는 밀사'(1984), '사랑 사랑 내 사랑'(1984) 등 총 1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연인과 독재자'는 두 명의 외국인 감독(로스 아담, 로버트 캐넌)의 눈으로 본 최은희, 신상옥 감독의 납북과 탈북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영화 속에는 최은희가 녹음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육성이 담겨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32회선댄스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장지는 안성천주교공원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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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